안녕하세요 저는 정철상의커리어노트 애독자 입니다. 제 고민을 상담하고 싶어서 글을 씁니다.
저는 이제 27살입니다. 올해 졸업한 미취업자입니다. 원래 성격이 내성적이고 겁이 많고 또 평소에 과학에 흥미가 있어서 저는 크면 과학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면 과학자는 언뜻 보면 별로 그렇게 활발하지 않아도 자기 연구만 열심히 하면 되는 직업인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학교도 생명과학과를 졸업 했는데요.
실험실에서 직접 경험해본바 저와 너무 맞지 않는 것을 깨닫고 과학자로써의 진로를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실험을 하는 과정이 여러 스텝이 있는데 그 과정 중 한 스텝이라도 잘못되면 다시 처음부터 돌아가서 반복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고 실험결과가 안 나오면 너무 무기력해져서 계속 실패를 거듭하여 결국 실험을 다 마치지 못했습니다.
(이미지출처: 사진은 이 기사와 무관한 과학도 사진임을 밝힙니다.)
교수님과 다른 선배언니한테 도움을 청하는 그런 일 같은 거는 제 성격상 하기가 매우 어렵더라구요. 교수님 눈치도 보이고. 또 실험실 여건상 서로 너무 바빠서 도움을 요청하기도 어려운 면이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것이 저랑 너무 맞지 않다고 생각해서 저에게 진짜로 맞는 그런 일이 있을까 많이 생각해봤는데요. 다른 사람들한테 제가 상처를 잘 받는 아주 아주 소심한 성격이라서 일반 회사 같은 곳은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치면 진짜로 제가 할일이 없을 것 같은데 그래서 공무원이나 교사 이런 직업은 그나마 좀 더 개인적인 지위가 보장이 되고 다른 사람들한테 별로 안 치일 것이라고 생각해서 지금 특수교육편입을 준비하려고 하고 있고 공무원도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근데 문제는 편입을 하던 공무원을 하던 간에 엄청난 공부를 해야 하는데 제가 지쳐버렸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제가 재수를 한번 했고 또 몸도 안 좋아서 2년이나 휴학을 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낮에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저녁에 공부하러 학원에 가는데 아르바이트가 널널한 거라서 계속 앉아서 공부를 할 수 있는 좋은 거라서 낮에도 공부를 하고 저녁에도 10시까지 공부를 하다가 집에 가면 11시 이렇게 한지가 2주밖에 안 지났는데도 너무 힘들고 제가 붙는다는 장담도 없고 혼란스럽습니다.
제가 너무 두서없게 써서 죄송한데요. 제가 묻고 싶은 것은 저같이 성격이 소심하고 자신도 없는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공무원을 하더라도 결국 심적으로 힘든 일이 있는 건 마찬가지이니 다른 일이라도 제가 도전을 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공무원타입이니 제가 공부를 빡세게 해서 공무원에 합격하는 것이 나을지 알고 싶습니다. 제가 아직 사회경험이 부족해서 확실한 판단이 들지 않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답변 기다릴게요.
답변:
문의해주신 내용만을 봐서는 내향적인 성격으로 보이는데요. 문제는 내향성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본인의 내향성을 좋지 않은 성격으로 스스로 규정하고 있다는 데에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미국인의 경우 75%가 외향적이고, 25%가 내향적이라 내향인 분들이 소수입장인데요.
복잡해지는 현대사회가 외향성을 요구하는 측면도 있죠. 그러다보니 우리나라도 미국과 거의 비슷한 경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추세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사실 중에 하나가 내향적인 사람은 대인관계가 좋지 못하고, 소심하고, 편협하다는 등의 잘못된 편견입니다. 그런데 여러 가지 실험결과를 보면 외향적인 사람의 경우 여러 사람을 많이 알고 있는 면은 있지만 관계의 질이 내향형만큼 깊지 못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내향적인 사람들은 아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지만 소수와 깊이 있는 관계를 맺고 지내며 처음에 친해지기 어려워서 그렇지 일단 친해지면 인간관계 측면에서 더 큰 신뢰감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EBS 다큐멘터리 제작 프로그램 중에 ‘당신의 성격’이라는 방송이 있었는데요. 이 방송의 3부작 중에 3부에 이런 외향과 내향적 성격에 대해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꼭 한 번 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이 방송에 보면 사람들과 대화하기조차도 힘들어 하는 아주 내향적인 광고업계의 한 사장이 어떻게 성공했는가에 대해서 인터뷰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분은 사람들과 떨어져 혼자 생각하고, 혼자 작업하고, 혼자 고민하는 자신의 성격 덕분에 오히려 큰 성공을 일구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니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에 대해 두려워 마세요.
물론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방법으로 적절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출하고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고 인간관계를 조절하는 방법도 배울 필요는 있습니다. 외향적으로 말을 해야 하는 환경에 자연스럽게 익숙해질 수 있도록 유사한 경험을 해보는 것이죠. 일종의 연습이나 시뮬레이션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나보다 어린사람들이나, 사회봉사활동이나, 종교 활동이나 동아리 활동 등을 통해서 좀 더 편안한 상태로 간접 경험을 체험해보는 거죠.
무엇보다 ‘내 성격이 잘못 됐다’라는 잘못된 고정관념을 깨트리고 자신감 있는 태도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무석 교수의 <자존감>이라는 책과 오제은 교수의 <자기사랑노트>, <내향적 리더가 성공한다>, <긍정심리학>, <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 등의 책을 읽어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그러한 잘못된 내적 신념을 바꾸지 못한다면 과학자나 공무원이 된다고 하더라도 여러모로 힘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일반적인 경우 내향인 분들이 공무원 같은 안정적인 직장이 그나마 편안해서 좋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시험이 합격하지 못하고 나이만 들면 추후 경력관리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요. 저는 ‘1,2년 이내에 합격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전력을 다해서 준비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다만 그 이후는 깨끗하게 포기하고 다른 일을 하셔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부디 두려워 마시고 세상과 용기 있게 마주치신다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젊은이들의 무릎팍 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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