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시간이 갈수록 학과성적이 뒤쳐집니다. 자꾸만 지쳐가네요!
우연히 지나가다 들린 블로그였는데 고민상담 해주시는 게 인상 깊어서 메일을 보냅니다. 저는 대학교 1학년 여학생입니다.
수도권의 한 전문대학에서 시각예술 쪽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본래, 고등학교 때는 문예창작을 전공 하고 싶었지만 .. 부모님의 반대도 심했고, 결국 혼자 독학으로 실기를 준비 했는데 예비번호에서 아쉽게 떨어졌습니다.
그래도 그나마 같은 예술 분야로 갈 수 있다는 거에 만족하면서 이 학교에 왔습니다. 물론 부모님의 권유도 있었구요. 비실기전형인 탓에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거였지만, 어떻게 입학 할 수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 어느새 정신을 차리니 학과에서 늘 뒤쳐지는 학생이 된 것만 같고, 다른 실기를 준비하다 온 학생들에 비해 많이 뒤처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배우는 게 조금 더딘 면도 없지 않아 있고, 취업도 힘든 학과라고 알려져 있어서 이래저래 고민이 됩니다. 본래 가려던 학과 역시 취업이 힘든 건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지금만큼 이렇게 힘들진 않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또 학과 특성상 굉장히 많은 비용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부모님은 지금 다니는 학과가 취업률도 좋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고 좀처럼 설득해도 되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저 또한 .. 지금 하는 것을 그만 둬야 할 지 고민이 됩니다. 차라리 딱 잘라서 '재능이 없다' 라고 말해주면 그만두기라도 할텐데 ..
어떤 과목에서는 줄곧 칭찬을 받아왔었거든요. (실기과목 중에...A라고 할게요.) 하지만 , 이제 그 과목에서도 노력한 만큼의 성적이 나오질 않습니다. 마음은 조급하고 답답해지고 ... 나는 왜 이렇게 더딜까 싶습니다.
또 다른 실기 과목(B라고 할게요...) 교수님은 저 보고 전공에 관심은 있는 거냐고 ..다시 생각해 보는 게 낫겠다는 식으로 말씀도 하구요.
도저히 저도 이 B라는 실기 과목은 도저히 따라가지도 못하겠고, 요즘엔 실용성이 없는 과목이라고도 하긴 합니다 . . . A라는 과목(예전엔 잘했지만, 지금은 자꾸 예전만큼 결과가 않나옴)은 제가 편입을 할 때 전공을 살려서 갈려면 필요한 과목이구요.
A과목 교수님은 .. 저보고 계속해서 전공을 살릴 생각이 있냐고 물으셔서 ..그럴 생각이 있다고 얼마 전에 대답했습니다 ..근데 이제 와서 흔들립니다. 하는 과목마다 혼이 납니다. 더디고 답답하다구요 ..
저도 이제 지칠 것만 같습니다. A과목 교수님은 1학기 때부터 저희를 가르쳐 오셨고, 내년에도 아마 저희를 가르치실 것 같다고 하십니다. 종강할 때쯤 .. 상담을 요청해 볼까 싶기도 하지만 어쩐지 상담 요청하기도 망설여지네요.
어디다 상담할 데도 없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메일을 보내봅니다. 전 이제 어떻게 해야 될까요? . . . 2학기 들어서 마음은 자꾸 싱숭생숭합니다.
답변:
제가 시각예술 쪽을 잘 몰라서 뭐라고 말씀드리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요. 당장 지도교수님이나 가까운 교수님께 가서 진지하게 상담 받아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대개 많은 학생들이 학과에 대한 갈등을 겪습니다. 다만 지금과 같은 예체능계의 경우에는 자신의 흥미와 적성이 맞지 않으면 견디기 어려운 곳입니다. 설령 흥미와 적성이 맞는다고 하더라도 재능이 뒤따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설령 재능이 있다고 하더라도 일자리가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졸업 후에 향후 진로에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추가적인 학업이나 학위 또는 도재 형식으로 돈 없이 배움을 얻어야 할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잘못되었을 경우 직업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폭이 한정되어 있기에 갈등을 겪는 경우도 많습니다. 오죽하면 영화 시나리오 작가가 굶어서죽겠 습니까.
교수님에게 아주 솔직하게 너무 힘들다고 말하고, 앞으로 어떤 과목들이 있는지, 이쪽으로의 재능을 자신이 늘려갈 수 있을지 아니면 다른 학과로 옮기는 것이 좋을지 진지하게 문의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교수님께 직접 상담 드리기 드리는 것이 좋은데요. 그 전이나 후에 학과 선배나 졸업한 선배들을 만나서 조금 더 실제적이고 현실적인 조언을 요청해보는 것도 도움 되겠습니다.
지금 당장에 성적이 잘 나오고, 못나오고 하는 부분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내가 공부하는 있는 분야가 내가 좋아하는 느낌이 있느냐 없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비록 성적이 좋지 못하더라도 내가 흥미가 있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앞으로 잘해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런 흥미조차 없다면 그것은 문제입니다. 공부하고 싶은 의욕 자체가 생기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전공을 그대로 밀고 나갈 것인지, 편입을 할 것인지, 다른 과로 전과를 할 것인지, 수능을 다시 볼 것인지 등에 대해서 좀 더 진지하게 서로 비교 검토하고 고민해봐야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어떠한 흥미가 있는지, 인생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등에 대해서부터 알아야겠습니다. 교수님도 좋지만 취업지원센터나 상담센터에 들러서 진로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도움 되겠습니다.
이대로 계속가면 심리적으로만 불안해서 학업에 더 집중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학교 여건상 졸업하기에 그리 시간이 많지 않은 시간이 남았는데요. 무슨 일이든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 어떻게 해나겠다’는 결단을 해서 그 결단을 실행으로 옮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감사합니다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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