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선생님
답답한 마음에 이렇게 글을 씁니다. 인터넷을 통하여 여러 글 잘 읽어보았습니다. 참 다양한 경험과 이 자리에 오기까지 많은 노력을 하셨다는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의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저는 현재 30대 중반의 여자로 지방대 건축공학과를 졸업 건축분야에 몸담고 있었던 사람입니다.
97학번으로 제가 대학에 다닐 때는 IMF의 여파가 한창이었습니다. 능력과 가진 것은 비록 없으나 저는 여성으로서 건축계에서 성공하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스펙이니 그런 말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서울과 지방의 차이가 지금보다는 많이 났었고, 지금처럼 체계화된 취업 시스템도 없었으니까요.
지방대 그것도 특히 여학생에게 건축이라는 남성전문분야는 저에게 기회를 쉽게 열어주지 않았고, 대기업 현장사무소 파견직부터 시작. 미국에 있는 설계사무소에서 인턴으로 1년 반이라는 경력을 쌓고 한국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러나 사실 불행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지요. 미국발 금융 사태와 건설경기의 악화로 점차 건설사 워크아웃이 시작되며, 미국에서 돌아온 저는 쉽게 직장을 구할 수 없었습니다. 그 와중에 작은 설계사무소에 들어가게 되었으나 급여가 나오지 않는 관계로 8개월 만에 이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 열심히 구직활동을 한 결과 누구나 다 아는 대기업에 입사를 하게 되었으며, 대리라는 직함과 나름 괜찮은 연봉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운명은 끝까지 저의편이 아니었습니다. 현장사무소 파견직에서부터 미국 그리고 지금 현재까지 만 6년 동안 공백 없이. 건축일 특성상 야근에 철야에 제 시간은 단 한 시간도 없이 일해서 대기업까지 들어간 제가 참 대견하였습니다.
(DAUM 이미지 '해고' 검색 결과 화면 캡쳐)
그러나 현재 건설경기의 악화와 미분양 사태. 그리고 건설업체 줄도산으로 하루아침에 해고되어 실업자로 전략하였습니다. 정말 죽고 싶지만 마음을 추수리고 3개월간 구직활동을 하고 있지만 결과는 모조리 서류탈락입니다.
사실 저는 국내나 해외의 건설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며 일하고 싶으나, 그런 기회가 저에게 잘 주어지지 않네요.
미국에서 돌아온 이후 설계사무소는 월급을 주지 않는 관계로 8개월 만에 이직할 수밖에 없었고, 지금 직장은 11개월 만에 해고로 그만둘 수밖에 없었으니, 본의 아니게 이력서상 직장을 번번이 옮기는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면접을 볼 때도 해고당했다고 말할 수 없지 않을까요? 해고당했다고 사실대로 이야기 하면, 능력 없는 사람으로 비춰질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는 지금 패닉 상태입니다. 여성으로 변명이 아니라 건설업계에서 살아나간다는 것이 많이 힘들었고, 지금까지 버텨왔던 자존심이 무너져 내리며 의욕과 전의를 상실하였습니다. 제가 한곳에서 꾸준히 일하지 않아왔던 것도 리스크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건축 외에 다른 분야는 해보지 않은 관계로 33살 이 나이에 뭘 다시 시작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시간을 가지고 계속 도전을 해야 하는 건지 참 막막합니다. 대한민국 건설경기는 한동안 어두울 것으로 예상합니다만.......
열심히 노력해서 후배 건축도들에게 멘토가 되어주고 싶었는데 말입니다. ^^
너무 두서없이 넋두리를 한 것 같습니다. 고민 상담이라기보다는 그저 만담 같습니다.
저도 선생님처럼 나중에 제가 성공하면 제 경험담을 많은 이들에게 해주고 싶습니다.
저의 실패사례를 후배들에게 알려줘 함정을 피하게 하고 싶습니다.
나름 저의 노하우도 책으로도 내고 싶은 열망도 많습니다. 저도 언젠가 선생님처럼 되는 날을 꿈꾸며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리며, 답장 부탁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고, 날로 번창하시길 바랍니다.
000 올림
답변:
죄송합니다. 너무 죄송합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메일이 누락되어 이제야 보게 되었네요. 메일 보내고 답신이 없어 마음이 많이 상하셨지 않았을까 걱정되는군요. 시간이 많이 흘러 경력의 변환이 이뤄졌을 것 같은데요. 그래도 본인의 경험이 후학도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을 위해서라도 문의주신 내용에 대한 답변을 늦게라도 드려봅니다.
일단 해고라는 경험을 겪었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큰 고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접 당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결코 느낄 수 없는 큰 고통이죠. 저 역시 그런 경험을 해봤기에 어느 정도 그 아픔을 이해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머리를 둔기로 얻어맞은 듯한 충격에 아무런 생각도 없이 멍해지는 느낌이더군요. 너무 부끄럽고, 너무 치욕스러운 마음마저 들더군요. 말씀처럼 완전 패닉상태였던 것 같습니다.
관련글:
내가 서른아홉에 사표를 쓴 이유? http://careernote.co.kr/739
해고당한 후 죽고 싶었다 http://careernote.co.kr/436
설령 마음은 아프지만 해고당한 사실을 입사지원서나 면접에서 굳이 밝힐 필요는 없습니다. 나중에 역경을 딛고 일어서서 그때 아픔을 이야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구직 현장에서는 언급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조사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그냥 자발적으로 퇴사를 하고 나왔다고 하는 것이 무난합니다.
도덕적으로 어긋나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는데요. 저는 이런 대답이야 말로 ‘비즈니스적 화이트 라이’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인사담당자 입장에서는 이직 문제에 대해서 크게 생각지 않는데 본인 스스로 자책감에 시달려 자신감 없는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큽니다. 심리적으로도 열등감에 시달려 말씀처럼 패닉 상태에 빠질 수도 있는데요. 내면의 아픔을 극복하는 것이 가장 우선 과제로 보입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경험을 딛고 일어서겠다는 각오와 다짐을 해야 합니다. 더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믿어야 합니다. 단순하게 ‘더 좋아질 거야’라고 끝낼 것이 아니라 내 삶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남보다 2배의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실력을 늘리는 데 시간을 투자하는 겁니다. ‘저는 다시는 이런 모욕을 당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남들보다 2배 더 노력해서 반드시 강한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지금 당장에는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4,5년만 일하면 분명히 성장해 있는 자신을 마주할 수 있을 겁니다.
그때는 아무도 자신을 함부로 대할 수 없을 겁니다. 지금 당장은 어렵지만 부지런히 도전하고 또 도전하고 경험하는 수밖에 대답이 없을 것 같습니다.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자는 더욱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 삶의 작은 행복을 누리는 것도 좋은데요. 일단은 조금 더 강해지길 기원해봅니다.
건설업계 특성상 남성 보수주의적 경향성이 있는데요. 저는 일단은 건설업계에서 살아남아서 역사가 되었으면 합니다. 30대 중반이라면 나이가 너무 들었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저는 분명히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흘러 어떤 판단으로 어떤 결정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하군요. 알려주시면 후학도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겠습니다.
힘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따뜻한 카리스마, 정철상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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