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관련하여 탐색하다 정철상님의 블로그에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정철상님의 고민상담 Q&A를 보고 오아시스를 발견한 사막에서의 방랑자 같은 심정으로 선생님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싶어 이렇게 실례 불구하고 문의 드립니다.
저는 26세, 女, 000라고 합니다. 000대 000과 졸업 후, 000대학교 법학과에 편입하였으며 법학과 4학년 1학기까지 수료 후 휴학 중인 상태입니다.
제 고민은 '진로' 및 인생의 '방향'입니다. 뭘 해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노래가사로 표현하면,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입니다.
일단 제 소개를 좀 더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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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서와 자기소개서와 개인사 내용이 첨부되어 있어서 이 부분은 비공개로 처리하고 집안 형편에 대한 부문만 남겨뒀습니다.
3. 집안형편 및 개인사정
(1) 경제력 ; 下 / 가난
무언가를 배우고자 한다면, 학자금 대출을 받던가 아니면 벌어서 해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집안 형편은 현재 부모님 재산이 빚과 거의 동일하니 無에 가깝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소자본공장을 친구 분과 운영하는 중에 계셔 월 백 만원의 수익도 나지 않는 상황이며 그나마도 어음으로 계산되어 현금이 돌지 않는 실정입니다.
개인적으로 현재 가지고 있는 돈은 100만원이 되지 않으며, 주중에 집근처 베이커리에서 저녁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용돈벌이를 하고 있습니다.
(2) 특이사항 ; 미혼모 / 현재 8살 난 아이의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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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Daum 대학생 미혼모 검색결과 동영상부문 화면 캡쳐)
제가 고민하고 있는 길은 너무 많습니다.
일단 언제나 제가 알바 및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 전제이며,
1. 수능을 다시 봐서 돈 되는 경제나 경영학과로 갈까, 정 안 풀려도 학원선생은 할 수 있겠지
2. 수능을 다시 봐서 미대를 갈까, 미대 무슨 과? 가난한건 싫어
3. 사법시험을 다시 볼까, 미련이 남는다....
4.대기업 취직준비를 할까... 취직한다면, 어떤 업무로? 법무팀은 가기 싫다..
5. 로스쿨을 갈까
6. 대학원 준비를 할까... 근데 어디로?
7. 영업이나 마케팅, 경영 쪽으로 취직 후, 돈 벌어서 내 사업을 할까..
8. 일단 사정에 맞춰 스펙 쌓고 취직하고 겪어보면서 필요하거나 하고 싶은걸 계속 알아보고 배워볼까..
9. 아예 생판모르는 생소한 분야를 닥치는 대로 다 겪어볼까.. 책을 닥치는 대로 읽어볼까..
이런 고민 중입니다. 무엇을 선택하든 그것을 준비하는 데에 시간은 많이 걸릴 것 같네요.
혼란스럽습니다. 사법시험을 치르고 난 후, 알바를 하면서 동시에 취직 관련 서적도 보고, 워크넷에 상담신청도 하고, cap+프로그램이라고 진로관련프로그램도 이수하고, 학교에서 1:1 진로상담도 받고, 진로검사도 하고, 멘토링 프로그램에도 가입해서 멘토분과도 만날 예정이고... 이렇게 진로 관련해서 다양하게 손을 뻗었습니다. 하지만 느낌은 '추상적'입니다.
모르겠습니다.
이걸 하면서 죽어도 좋아, 이런 게 있니? / ...
니가 좋아하는 게 뭐야? / 모르겠어 다 비슷해..
니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게 뭐야? / 그림?
지금 마음이 어때? / 답답해
매 순간 좋은지 싫은지 해야 하는 건지 생각해보고 '~할거야'라고 선택 후 행동하라
죽기 5분 전 하고 싶은 일이 뭐야? /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기? 그림? 놀기? 죽기 전에 일하고 싶은 사람이 어딨어
직업에서 어떤 요소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 돈, 재미
길을 선택함에 있어서 아이가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합니까?/ 제 마음 상에서는 조금씩 자유로워진 것 같습니다.
... 아주 많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정철상 선생님께서 조언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요? 어디로 가야 할까요?
일단 취직하고 경제력을 갖춘 뒤 고민하는 것이 맞을까요? 이런 질문이 굉장히 실례된다는 것은 압니다.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것도 알지만, 어떻게 찾아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생 선배로서, 제가 지금 무엇을 해야 앞으로의 삶에 발판을 가지고 만족하며 살 수 있을까요?
바쁘신데 긴 글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오늘도 상쾌하고 유쾌한 하루 되십시오!
답글
일단 답글이 너무 늦어서 송구합니다-_-;;; 안 그래도 마음이 답답하셨을 터인데 게다가 답신까지 늦어서 속상하지 않으실까 걱정이군요.
그런데 상담주신 글을 읽으면서 저 아니더라도 이미 많은 상담을 받으셨기에 좋은 조언들도 많이 얻었지 않으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 사람들에게 조언을 얻는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아무 것도 실행하지 않고 갈팡질팡하는 것은 좋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훌륭한 판단과 결정을 내리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선택이 인생을 가른다고 믿기 시작하면 삶이 피곤해지기 시작합니다. 스스로 능동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줄어들고 모든 것을 판단착오에 의한 실수나 주변 상황으로 인한 실패로 핑계를 대기 십상입니다.
따라서 어떤 판단을 하더라도 일단 실행에 들어갔을 때는 그 일에 전력을 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판단에 신중을 기해야하고 다각도로 생각해봐야 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현재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은 그동안 잃어버릴 기회비용이 너무 커서 추천 드리고 싶지 않은 선택입니다. 문제는 확고한 신념도 안 가지고 계신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설령 신념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에 뒤따르는 희생이 너무 큽니다. 깨끗하게 마음 접고 현재 하던 학업을 마무리하고 진로개척을 해나가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더불어 죄송한 말씀이지만 사법고시도 깨끗하게 포기하고 마음 비우시길 바랍니다. 더불어 로스쿨도 접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런 말씀 드리면 그렇지만 명문대 법대 다니는 학생들도 저에게 고민을 상담합니다. 사법고시에 전혀 관심이 없었음에도 주위 분위기에 휩쓸려 시험 보는 분위기가 많다는 것이죠. 결국 그렇게 매달리다가 허송세월만 보내는 경우도 꽤나 있습니다. 물론 목숨 걸고 몇 년씩 매달리고 떨어지는 사람들이 합격자보다 훨씬 더 많다는 겁니다.
미술도 죄송하지만 깨끗이 포기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다른 일을 하면서 차곡차곡 경험과 실력을 쌓아나가는 방식은 찬성입니다. 그렇지만 이제와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은 무리로 보입니다.
미혼모라는 짧은 말만 있어서 개인적인 상황은 자세히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정말 8살 아이를 둔 26살의 대학4학년 미혼모라면 상당히 불리한 조건입니다. 냉정히 말하자면 그냥 불리한 정도가 아주 불리한 조건입니다.
일단 포기하는 것부터 배우셔야겠습니다. 지금 형편이나 상황을 봐서는 선택할 수 있는 조건이 그렇게 많지 않아 보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대안을 잡고 있는 것 자체가 문제로 보입니다.
내 형편, 내 상황이 비참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일단 현실을 받아들이는 법부터 배우셔야겠습니다. 인정하기 싫겠지만 인정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고는 결코 그 그물에서 빠져나올 수 없습니다.
일단 생활력을 키우고 당장에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해야겠습니다. 두말할 필요 없이 전력을 다해서 사셔야겠습니다. 다른 곳에 눈 돌리지 말고 현재 가진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해서 그 일에만 집중하고 몰입하시길 바랍니다. 다단계와 사기만 아니라면 돈 되는 모든 일에 몰입해서 현재의 경제적 상황을 개선해나가시길 바랍니다.
현재 당장에 목구멍이 포도청인 상태입니다. 이것저것 눈 돌릴 겨를이 없어 보입니다. 당신은 지금 20대 초반의 대학 졸업예정자가 아닙니다. 가난한 미혼모로 26살의 경제적 능력이 거의 없는 여성 가장입니다.
아마도 피눈물 나는 현실일 겁니다. 하지만 인정하면 그 모든 핸디캡으로 빠져나올 구멍이 있습니다. 인정하기 싫다면 그렇게 사십시오. 너무 냉혹하게 말씀드려서 송구합니다. 인생은 내가 가진 문제나 상황을 그대로만 직시하면 아이러니하게도 그 미로에서 빠져나올 길이 보입니다. 게다가 그동안의 핸디캡들이 오히려 나를 성장시키는 자양분이 될 것입니다. 이를 악물고 사십시오.
다만 미로 같은 길을 빠져나가는 문은 하루 이틀에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최소한 5,6년은 죽었다 생각하시고 몰입하시면 반드시 그 길이 보일 것입니다. 좋은 날이 왔을 때 잊지 말고 좋은 소식 전해주시길 바랍니다.
힘내셔서 모든 난관을 딛고 일어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따뜻한 카리스마, 정철상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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