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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인생,사는 이야기

시각청각 언어까지 잃은 중복장애인, 조영찬의 꿈과 인생!

by 따뜻한카리스마 2010. 1. 13.


부제: 직접 만난 영화 블랙의 주인공, 중복장애인 조영찬씨!

영화를 본 사람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던 영화, 블랙!

눈도 보이지 않고, 귀도 들리지 않고, 말도 못하는 중복장애인으로 살아갔던 헬렌 켈러의 삶을 담은 인도 영화다.
두 가지 이상의 장애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중복장애인이라고 말한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많으나 이렇게 여러가지 장애를 앓고 있는 중복 장애인은 통계 수치에 조차 없을 정도로 그 수치가 적다고 한다.


영화리뷰 : 세상의 모든 선생님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영화, <블랙(Black)>

나는 2007년 3월에 나사렛대학교 진로개발 겸임교수로 발령받아 지금까지 강단에 서고 있다. ‘생애설계와 직업진로’라는 1학년 교양 교과목을 맡고 있다. 사실 이 대학을 들어오기 전까지 장애인을 많이 보아오질 못했다.


어렸을 때 한두 명의 친구와 어른이 되었을 때 사회봉사 하면서 잠깐 만난 사람들 이외에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우리 학교에서 많은 장애인들을 만나게 되었다. 재활복지대학이다보니 특성상 장애인들이 많다. 내가 그들 앞에서 강의까지 하게 될지는 더더욱 몰랐다.

한 번은 청각 장애인 학생들 대상으로 처음 강의를 하게 돼서 무척 긴장했다. 하지만 수화통역사가 있어서 오히려 집중도가 더 좋았다. 다음 수업에서는 시각장애인들을 대상으로도 첫 강의가 있었는데 처음에는 정말 막막했다. 그런데 의외로 이들이 더 감성도 풍부하고 마음 표현도 잘하고 대화도 잘해줬다. 그 중에 영화 블랙의 주인공 헬렌 켈러처럼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고 말도 못하는 장애인 학생 한 명을 만나게 됐다. 1학년이었지만 나이는 이미 30대 후반이었다. 이름은 조영찬씨다.
영찬씨를 만나고 가르친지 다소 시간이 흘렀지만 그에게 배우고 느낀 점이 있어서 그의 이야기를 내 블로그를 통해 공개해보고자 한다.


(대학교 캠퍼스에서 점자단말기를 가지고 떠오르는 단상을 글로 표현하고 있는 시청각언어장애인 조영찬씨. 그의 삶은 어둠이 아니다. 빛을 찾아 인생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 동료 학생들에게도 영찬씨의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큰 힘과 용기가 되고 있다. 학생들은 그의 손바닥에 글을 써주고, 그 역시 학생들의 손바닥에 글을 써주며 의사를 전달한다. 전혀 대학생들의 대화 같지 않게 숙연하지만 그들 곁에 있으면 절로 훈훈한 인간적 향기가 느껴진다.)

 

그의 아내 김순호씨가 매일 학교에 같이 와서 영찬씨의 손과 귀와 입이 되었다.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고, 말도 못하는데 어떻게 내 강의를 알아 들을 수 있을까 처음에는 걱정했지만 그것은 나의 기우였다. 영찬씨의 아내가 내가 말하는 것을 그의 허벅지에다 데고 점자 찍듯 찍는 것이다. 손가락으로 통역을 하며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었다. 사실 그 모습은 아주 놀라웠고 또 한편으로 감동적이었다. 때로 정신 없이 말을 빨리 하다가도 그들을 보면 차분히 조용하게 말하곤 했다.


그것이 2007년도의 이야기다. 그 때는 블로그를 운영하던 때가 아니라 오늘에서야 영화 <블랙>을 보고 영찬씨의 이야기를 다루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송국 작가 분들이 이 이야기를 보고 영찬씨의 삶을 방송으로 전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품어본다.


먼저 내가 쓴 글에 답변을 보내온 영찬씨의 이야기를 통해 왜 그가 중복장애인이 되었고, 현재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거의 토씨 한 자 고치지 않고 그대로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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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에도 답장을 받게 되니 교수님께서 관심 있게 저의 과제물을 보셨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습니다.


제가 중복장애를 입은 경위는 미궁입니다. 임신 중 약물복용도 있었고 임신 중 오토바이 사고도 있었으며 홍역 때 심한 열병도 치렀는데 그중 어떤 원인이 이런 장애를 몰고 왔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가 봅니다.


제 장애의 가장 큰 난점은 커뮤니케이션 문제입니다. 청각만 상실한 사람은 수화로 대화를 나누고 표정을 볼 수가 있는데 시각까지 잃게 되면 자칫 커뮤니케이션의 길이 완전히 차단된 것 같은 절망감에 빠지기 쉽습니다. 그러나 시청각장애인에게 남아있는 감각이 있는데 그게 바로 촉각 특히 손의 감각입니다.


손에다 글씨를 써 주거나 점자를 타자해서 무리 없이 의사소통을 할 수 있고 교수님께서 보신바와 같이 노트북과 점자단말기를 연결하면 노트북으로 입력하는 내용이 점자로 출력되어 강의도 어느 정도 소화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기술이 묘하게도 제가 나사렛대학에 입학하는 시점에 개발되었기 때문에 이런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저는 나름대로 최적의 시기에 대학에 들어간 것이라고 자위를 하게 됩니다.


시청각장애인으로서 널리 알리고 싶은 것은 비록 저 같은 장애인은 희소장애인이긴 하지만 의외로 많은 수가 교육이나 복지차원의 혜택을 전혀 누리지 못한 채 극심한 소외와 어둠에 갇혀 있다는 것 입니다. 일본에서 집계된 바로는 약 1만 명에서 2만 명가량 된다고 하며 한국에는 조사된바가 없지만 인구비례 상으로 수천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장애가 되는 경로 또한 저 같은 경우를 선천적인 원인과 각종 질병 그리고 교통사고 등으로 장애가 전혀 없던 사람이 두 가지 장애를 동시에 갖게 되기도 하며 노인층으로 가면 대다수가 시각과 청각이 약화되는 관계로 의외로 시청각 중복장애의 발생빈도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본인과 가족에게 엄청난 고통이 되지만 헬렌 켈러의 예에서 보듯 적절한 교육과 복지서비스가 이루어지면 세계에 빛을 발산하는 고도의 가치창출을 일구어낼 수 있는 잠재력의 소유자들이기에 이런 이들을 위한 사회적 관심과 교육 지원과 복지제도 마련 등이 얼마나 절실한가를 인식시키는 일이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재량을 갖추기 위해 뒤늦은 학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만큼 언젠가는 저의 꿈이 실현될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종교에 대해서는 물론 이미 성경 외에 불경, 오쇼 라즈니쉬의 명상서, 명심보감 등을 탐독했고 쇼펜하우어에 심취하기도 했습니다. 예전에는 종교의 질에 따라 인간성의 향상도 정비례하는게 아닌가 싶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느끼게 된 것은 어떤 종교의 신념체계나 철학체계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당사자의 그릇이나 빛깔에 따라 변색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즉 인격이 왜곡된 이는 아무리 성경과 불경을 달달 외워도 왜곡된 자의적 해석으로 본질을 흐려버리기 십상이라는 것 그리고 인격이 제대로 중심 잡힌 사람이라면 굳이 난삽한 경전이나 설교가 아니더라도 타고난 선함을 좇아 살게 된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 것입니다.


수많은 목사들이 원수를 사랑하라고 무수히 강조하면서도 자기 가족도 사랑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자기 자신도 사랑하지 못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또 그렇게 70 평생을 살다가 아무런 열매도 없이 생을 마친다면 그가 행한 기도와 성경암송과 찬양 따위의 예배의식은 대체 누구를 위한 행위가 되는 것인지 생각할수록 허망하게 여겨졌는데 이제는 왜 그러한 오류들이 끝없이 되풀이되는 것인지를 어느 정도 감을 잡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저의 깨달음은 너무나 초보수준이기 때문에 앞으로 나사렛대학을 통해 지속적으로 배워감에 따라 보다 원숙한 사상과 지식의 깊이에 도달해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책에 대해서는 저같이 점자단말기가 있는 경우는 컴퓨터의 문서파일 형태로 된 책은 바로 독서가 가능합니다. 다만 교수님께서 쓰신 책들 중에는 파일형태로 공개된 것이 없어서 아쉽게도 읽어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언젠가 교수님의 저서가 파일로 제작되어 공개되면 꼭 읽어보고 싶습니다.


저는 누구보다도 깊은 결핍감과 강렬한 지적 욕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교수님처럼 다각도의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하신 분들을 통해 더욱 많은 것들을 배우며 지식과 사유의 깊이와 폭을 꾸준히 넓혀가고 싶습니다.


저의 보잘 것 없는 과제물을 눈여겨 보아주시고 답장까지 해주신데 대해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한결같은 행복과 활력으로 글 충만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조영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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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찬씨의 꿈은 무엇일까? 여러 사람에게 작은 자극이 될까 하여 필자가 낸 과제 중에 그가 보내온 비전과제를 살짝 공개해본다.
 

 내 인생의 비전


내가 가진 장애와 환경을 딛고 내가 살아낼 수 있는 가장 가치 있고 참된 삶을 가꾸고 싶다.


설명: 나는 중복장애 때문에 엄청난 좌절, 소외, 절망, 자포자기, 상처로 얼룩진 삶을 살아왔는데 남은 생애는 그러한 어둠을 하나하나 헤쳐 나가며 나의 작가의 꿈을 실현하는 등 나의 가능성을 가능한 한 계발하고 자아를 실현함으로써 인체 장애가 행복의 장애까지 강요할 수 없다는 것을 몸소 증명하고 싶다.


인생계획

어릴 때부터 꿈꿨던 작가의 꿈을 실현하는 것.

신앙생활을 통해 상처를 치유 받으려다가 더욱 큰 상처를 받았기 때문에 진정한 신앙의 본질을 찾아내서 세상을 정화하고 상처받은 영혼을 진정으로 위로할 수 있는 종교를 실천하는 일.


실천방안

첫 번째 꿈을 위해서는 최대한의 다독, 다작, 그리고 끊임없는 명상과 사색으로 풍요로운 글감과 깊은 정신세계를 확보해나가도록 노력하고 있다.

두 번째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 종교와 관련된 서적을 탐독하며 역사적으로 수많은 역기능을 하게 된 원인을 해명하기 위해 역사서 특히 교회와 관련된 자료들을 탐구하고 있으며 외국어공부를 하는 동시에 신앙도 챙길 수 있도록 외국어 성경(현재는 일본어 공부 중이므로 일본어 성경)도 탐독하고 있다.


과제물의 일부만 봐도 놀랍지 않은가. 이 내용을 앞을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고, 말도 못한는 시청각언어 중복장애인 조영찬 학생이 직접 제출한 과제물이다. 작가가 되겠다는 그의 꿈이 작아 보이는가. 그의 꿈은 결코 작지 않다. 작가의 꿈을 이루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것이다. 그가 가장 많이 하는 일 중에 하나가 책을 읽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하루에 도대체 몇 분 정도나 책을 보고 있을까. 그런 면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계획하고 무엇을 실천하고 있는지 반성해야 될 것이다.


영화 <블랙>을 보고 영찬씨가 떠올라서 뒤늦게나마 그의 이야기를 공개한다. 연초인 만큼 꿈과 비전을 세우는 인생계획을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검토해봐야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내가 만난 청년들 :
1. 실명 공포의 희귀병, <스타가르트> 학생과의 상담
2. 취업 포기한 한 지방대 졸업생의 속사정?
3. 25살에 시각장애인이 된 청년이 말하는, '행복'
4. 의료사고에 가까운 실수로 장애인 된 학생 부모와의 대화
5. 교수인 나, 동갑내기 학생을 수업서 만나고보니
6. 백댄서였던 청년이 절(사찰)로 들어간 사연
7. 실업공포, 위기에 처한 대학 졸업생의 암울한 현실
8. 채용박람회서 만난 한 대학생과의 인터뷰
9. 직접 만난 영화 블랙의 주인공, 중복장애인 조영찬씨
10. 72kg 분량의 피를 헌혈한, 20대 청년 허욱씨와 인터뷰
11. 입사지원 경험만으로도 책을 출판한 구직자, 정병옥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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