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가신지 어느새 1년이 흘렀습니다.
마치 어제 일 같이 생생합니다.
하지만 아무런 일도 없었던 듯 소위 시쳇말로 쌩까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부끄러운 마음도 듭니다.
당신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봉하마을로 떠났는데 저는 아예 생각조차 못했으니 말입니다...
솔직히 말해 사실은 노 전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소식에도 당일날 지금과 마찬가지로 저는 일상적으로 생활을 했습니다. 나라에 큰 상을 당하고도 아무런 일 없는 듯 지나치는 것이 너무 송구해 며칠동안 당신을 그리워하는 척 몇 개의 글을 썼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야 정치적인 인간도 아니고, 또한 당신의 골수팬도 아니지만 오늘도 그냥 모른 척하기에는 송구한 마음에 1년 전에 써두고 공개하지 못했던 글을 끄집어 추모를 흉내내봅니다.
(지난해 봉하마을에 들렀다가 인간 노무현 그를 그리워하는 사진들...)
=====================
지난 토요일 오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뉴스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사실 눈물 밖에 안 나오더군요. 믿기지 않았습니다. 믿고 싶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누가 누구에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 한 행동들일까요? 의문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저는 일정이 있어서 경남 의령 쪽으로 내려갔습니다. 우연찮게 노무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들린 양산 부산대병원을 지나쳤습니다. 그리고 김해 봉하마을 쪽을 지나갔습니다. 지나가는 길이라 들려볼까 하다가 어린 아이들이 있다는 핑계로 그냥 지나쳤습니다.
장시간의 운전으로 가족들이 모두 잠들었습니다. 라디오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당신의 이야기를 듣자니 참았던 눈물이 다시 흐르더군요.
도착한 캠핑장에서는 당신이 서거하신지 한나절이 지났건만 아직도 당신의 급작스러운 죽음마저 알지 못한 사람들이 많더군요. 그 분들 역시 충격을 받았지만 곧 하나의 뉴스로 받아들이더군요.
물론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난 토요일 오전의 사건과 아무런 관계없이 일상을 보냈으니 말입니다. 또 하루의 날이 밝았습니다. 일자리로 가야 되는 시간이군요.
사람이 참 무섭습니다. 그토록 슬퍼도 모두 아무 일 없는 일 없는 듯 다시 살아갈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누군가 인간을 ‘독종’이라 하지 않았던가요.
당신의 뉴스를 들으며 간간이 눈물을 흘리곤 하겠지만, 곧 이렇게 일상의 삶으로 변함없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당신은 지켜보겠죠. 분명히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보이지 않는 무엇이 달라져 가고 있을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내 가슴 속에 작은 무엇인가가 나를 건드립니다.
(미디어몽구님이 제작한 동영상, 어버이를 잃고 통곡하는 딸 아이를 보니 눈물이 절로 난다)
============================
이 글을 쓴 이후 죄스러운 마음에 수백 킬로미터를 달려 봉하마을로 혼자 달려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는 슬퍼하는 척 몇 개의 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당신이 떠나신 이후 그 동안 일부 사람들은 당신을 잊지 못해 정치로 뛰어드신 분들도 있고, 정치를 벗어난 분들도 있고, 또 한편으로 여전히 당신을 증오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당신의 말처럼 누구도 원망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 각자의 가슴 속에 올바른 뜻을 품고 자신이 가야할 길을 묵묵히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나는 내가 가진 신념과 가치로 세상을 바르게 펼쳐나가려 노력할 것입니다.
비록 큰 말은 없더라도 항상 잊지 않고 당신을 마음 속에서 그리겠습니다.
해맑은 미소와 구수한 사투리를 다시 한 번 듣고 싶습니다^^*
어제부터 비가 쉼없이 내리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