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은 독일전차 군단이 강력한 우승후보 아르헨티나를 4-0으로 누르는 뉴스를 전하며 4강팀이 모두 확정되었습니다. 그런데 왠지 우리나라가 16강전에서 탈락하면서 일부 축구 마니아들을 제외하곤 월드컵 열기가 차갑게 식은 느낌입니다.
사실 축구에 대해 워낙 문외한이라 월드컵 시즌 임에도 불구하고 월드컵에 대한 이야기는 쓰지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월드컵 대표님의 감독을 맡았던 허정무 감독의 사임 소식을 접하고 한 자 쓰게 되었습니다. 어제 가까운 지인이 묻더군요. 허정무 감독의 대표직 사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그래서 오히려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물어봤죠.
그는 허정무 감독의 은퇴를 보고 부담감, 심적인 부담감에서 벗어나고픈 마음이 더 크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나마 16강이라도 목표달성을 달성했으니깐. 다들 아름다운 은퇴라고 말할 때 떠나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그런데 히딩크 때와 달리 우리나라 사람들이 허정무 감독을 잡으려는 느낌이 없는 것 같다고 합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그것이 한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솔직히 든다고 말합니다. 그래도 할 만큼은 했다고 생각하며 16강 이상의 성취를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합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양호한 편이죠. 일부 악성 팬들은 허정무 감독에 대해 날카로운 칼을 세운 면도 있습니다. 덕분에 경기에서 실수한 선수들도 의기소침해 있고 그 덕분에 월드컵 열기도 차갑게 식어 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어제 축구 전문 블로거인 헬레나님이 <허정무 감독 사퇴, 악플러들 반성해야 한다> 라는 글을 썼더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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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감독은 자신의 잘못된 판단이나 실수 등에 대한 건전한 비판은 받아들일 수 있으나 근거없는 욕설로 자신의 가족들까지 상처 받는 것은 너무 하다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비판은 좋지만 지나친 악플은 여러 사람을 힘들게 합니다. 소모적인 소모만을 일삼는 경우가 많죠. 긍정적인 면도 많지만 부정적인 면도 가지고 있는 인터넷이라는 대중매체의 폐해이기도 하죠.
인터넷 악플러들의 심리 파헤치다:
그런데 만일 허정무 감독이 8강이나 4강까지 올랐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선수 기용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 적절한 선수 기용이었을 것이라고 했겠지요. 사실 만일이라는 가정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겠죠. 하지만 완전히 상황이 뒤바뀌지 않았을까요.
모두 허정무 감독 스타일을 찬양하며 토종 축구에 대해 언론이 떠들썩하지 하지 않았을까요. 언론은 연일 대서특필하면서 허정무 감독의 축구 경영을 배워야 한다고 난리법석을 떨었겠죠. 국민들 역시 그에 발맞춰 흥분의 도가니로 그를 영웅으로 받아들였을 겁니다. 즐겁고 신나고 행복한 일이겠죠.
하지만 문제는 우리 사회가 너무 결과지향주의적으로 결과만을 가지고 따진다는 것입니다. 이젠 16강으로 만족이 안 되는 것이죠. 허정무 감독 뿐 아니라 자신의 기량과 역량을 마음껏 표출하지 못한 선수들, 특히 실수한 선수들은 모두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 대표님은 얼마나 잘해야 될까요? 이젠 16강은 너무 당연한 태도로 받아들이는 자세로 봐서는 최소한 8강 정도는 가줘야 만족할 수 있는 것일까요.
이것은 비단 축구의 문제가 아닙니다. 과정의 중요성이나 자기만족을 모르고 결과 지향적이고 자신의 능력 이상의 것들을 원하면서 불행해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 단면을 그대로 들어내는 것 같아서 한편으로 씁쓸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수고한 허정무 감독과 우리 선수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