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주의가 부른 괌비행기 추락사고의 교훈
우리 사회의 권위주의적 문화 개선하지 못하면 우리 사회가 추락할 수도 있다!
정권의 권위에 대한 끝임없는 도전, 우리 사회가 퇴보한다는 의미일까?
괌 추락사고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는 추락할 것이다!
우리나라 항공사의 조종실 분위기는 어떨까?
전직 대한항공 조종사에 따르면 상당수 조종실의 분위기는 사뭇 엄숙한 표정이라고 말했다.
‘기장이 책임지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비행기를 조종하고 다른 사람은 조용히 앉아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고 한다.
“부기장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운행 중에 깨달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시계를 확보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밖을 내다보고 현재 방향이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았다.”
나중에 레이더가 실수를 찾아냈다. “기장은 오히려 부기장의 실수를 탓하며 그의 등을 손으로 때렸다.” 분명 장난으로 때린 것은 아닐 것이라고 <델타 항공>이 대한항공의 분위기를 조사한 한 보고서에서 나온 지적사항이다
괌 비행기 추락사고 전에 블랙박스에서 나온 기장과 부기장 사이에서도 상당히 유사한 대화 내용을 찾을 수 있다. 단순한 영어 해석만으로는 서양인들은 개그 대화와 같은 엉뚱한 이야기들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우리나라 문화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만 올바른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문제는 우리 사회의 문화를 이해하는 우리 자신은 그로 인해 자가당착적 함정에 빠져버렸다는 것이다.
(이미지출처: 네이버 지식iN '1997년 8월에 괌에서 있었던 비행기 사고에 대해' 답변 중에서)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기장은 “야, 비가 많이 온다.”라고 말했다. 이 말에 부기장은 “예, 더 오는 것 같죠, 이 안에...”라고 말을 얼버무렸다. 하지만 그는 “네, 비가 많이 오고 있습니다. 기장님, 비상 대책 없이 시계 접근을 하겠다고 하셨지만 바깥 날씨가 끔찍합니다. 구름을 뚫고 나가면 활주로를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셨는데, 만약 안 보이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밖은 완전히 깜깜하고 비는 쏟아지는데도 글라이드 스코프는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라고 현재의 상황을 정확하게 지적했어야 했다.
‘이 안에...’라고 얼버무렸을 때 그런 의미까지 함축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부기장은 자신의 의견을 정확하게 주장하지 못했다.
기장은 “이게 괌이야?”, “이거 괌이야, 괌!”, “허허허, 괌 좋네!”라고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아주 좋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 때 부기장이 “오늘, 기상레이더 덕 많이 본다,”라고 말했다. 그가 하고자 했던 말은 “육안에만 의존해서 착륙을 시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기상 레이더에 뜬 걸 보세요. 계속 가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레이더로 봐서는 육안으로 의한 착륙이 힘들어 보입니다. 레이더를 보셔야죠.”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 묵언의 주장은 기장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부기장은 더 이상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지 않았다. 서구인의 눈으로 봐서는 부기장이 이런 수동적 의사표현을 고작 한두 번만 하고 말았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될 것이다.
서구인의 의사소통은 언어학자들이 ‘화자 중심’이라고 부르는 원칙, 즉 의사소통이 명확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부정확하게 말한 화자에게 책임을 묻는 원칙에 기반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다른 많은 아시아 국가와 마찬가지로 청자 중심이다. 대화 내용을 알아듣는 것은 듣는 사람의 문제인 것이다. 부기장이 보기에 자신은 나름대로 충분히 자신의 의사를 전달한 것이다.
보통 때는 청자중심의 대화가 서로 상대방의 의중을 세심하게 짚어가며 말하고 듣는다는 점에서 일종의 아름다움이 존재한다. 무감각하고 무신경한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뜻에서 한국인들의 대화는 매우 아름답고 세련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권력 간격이 먼 대화는 듣는 사람이 충분한 주의를 기울일 능력이 있을 때라야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 잘못되면 위기 상황에서 치명적일 수도 있는 것이다.
부기장은 기장이 명백히 잘못하고 있을 경우, 그렇게 행동하라고 훈련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교실에서 배우는 내용일 뿐이고 하늘에서 벌어지는 일은 엄연히 달랐다. 실수를 하면 손으로 등을 맞을 수도 있는 것이 조종실의 현실이었다.
<아웃라이어>의 저자 말콤 글래드웰은 “개인은 그가 속한 문화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문화를 무시하지 못하면 비행기가 추락한다.”라고 결론을 짓고 있다.
역자는 후기에서 완곡어법이 오히려 성과에 악영향을 미치는 곳은 비단 비행기 조정석만이 아니라고 말한다. 당장 패스를 하고 골을 넣어야 하는 축구장에서도, ‘선배님’이 두려워서 패스해달라고 말을 할 수 없다면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없다. 2002년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 거스 히딩크는, 그 점을 파악해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함으로써 대한민국을 월드컵 4강에 올려놓는 기염을 토했다.
“나이가 많건 적건 선수끼리는 무조건 반말을 한다. 밥 먹을 때에도 마찬가지다.”
엄격한 위계질서 속에서 살아온 선수들에게 히딩크의 말은 그야말로 ‘황당 선언문’이었다. 잠시 정적이 흐르던 찰나, 대표 팀의 막내 그룹이었던 김남일이 최고참 선배인 홍명보를 보며 한 마디 툭 던졌다.
“명보야, 밥 먹자!”
식당은 순식간에 웃음바다로 변했고, 대한민국은 이기고 또 이기며 승승장구했다.
역자는 “문화적 유산에 대한 논의는 ‘영어 공용화론’처럼 단순한 양상으로 펼쳐져서는 안 된다. 문화적 유산이 낳는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를 모두 직시하고, 객관적으로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라고 결론을 짓고 있다.
나는 이 글을 읽고 평소에는 우리나라 말의 미묘한 아름다운 화법이 담긴 완곡어법이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과 반대되는 의견을 정확하게 표출하는 방법을 배워야 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군사정부와 달리 많은 사람들이 현 정권, 즉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것은 보수당이 정권을 장악했을 때도 마찬가지고, 진보당이 정권을 잡았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정권을 획득한 권력자들은 반발하는 국민들의 입을 막아버리고 싶은 충동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 말콤 글래드웰이 간과한 하나의 이야기. 문화는 정체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끊임없이 변화해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힘없는 국민들이 막강한 권력을 가진 현정권에 대항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변화되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과거에도 민초의 힘을 빌어 그렇게 변화해왔다. 단순하게 입막음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그래서 권력을 가진 정권은 민초들의 불평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물론 시류에 휘말려 조잡한 인기에 영합하려 해서는 안 된다.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해야 한다. 먼 역사로 되돌아보아서 결코 부끄러운 일이 없게 올바르게 해야 될 일을 올바르게 해 나가야 할 것이다. 더불어 비판을 가하는 사람들에게도 한 마디 하고 싶다.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니라 보다 합리적인 비판을 가하고, 대안을 같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건전한 비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잘못된 권위주의를 청산하고 올바른 문화창출을 통해 우리 사회가 발전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1. 맹독이 가득한 책, <아웃라이어>, 해독 잘하면 보약!
2. 우리가 잊고 있는 괌 비행기 추락사건의 교훈
3. 권위주의에 대한 개선없다면 우리 사회는 추락할 것이다!
* 이 기사는 말콤 글래드웰의 저서 <아웃라이어>의 글을 상당수 인용, 재편집하여서 제가 생각하고 있는 의견들을 덧붙인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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