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라이어>라는 책을 읽고 있었다.
‘대한항공’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갑자기 뭐야, 대한항공 이야기가 왜 나와?’
나는 인쇄가 잘못 되었나 생각했다.
앞 뒷장을 훑어보며 책을 살펴봤다.
인쇄문제는 아니었다.
‘번역가가 우리나라 사례를 집어넣은 것인가?’하는 생각으로 다시 글을 읽어 내려갔다.
실제 우리나라 대한항공 여객기의 괌 추락 사고에 얽힌 사건의 비밀을 다루고 있다는 사실에 곧 매료되었다. 어쩌면 이미 알고 있는 우리 사회의 이야기다. 하지만 저자가 전하는 방식의 이야기를 듣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이미지출처: 네이버 지식iN '1997년 8월에 괌에서 있었던 비행기 사고에 대해' 답변 중에서)
당시에 우리나라에서 이 사건에 대해 연일 대대적으로 사건이 보도되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런데 뉴스로만 떠들고 피상적인 현상에만 매달려 끝냈던 것은 아닌가하는 반성도 든다. 실제로 우리 뉴스들은 사건 이면의 중요한 포인트를 놓치거나 외면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물론 우리 방송도 말콤 글래드웰이 지적한 이야기를 언급했을지도 모른다. 만일 그랬다고 하더라도 대다수의 우리 국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한 문제가 재발되지 않기 위해서 문제 이면에 숨겨진 사실을 전해야 할 의무를 위반했다고 생각 들기 때문이다.
아래 내용부터는 <아웃라이어> 도서에서 나온 내용을 거의 대부분 편집하여서 옮겼음을 양해 바란다. 그의 해석과 접근 방식이 우리가 아니라 서구인의 객관적으로 바라본 시각이기 때문에 더욱 배울 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항공기 조종사는 공군에서 제대한 후 대한항공에 입사한 베테랑 조종사였다. 비록 4년을 근무했지만 군에서도 비행을 했기에 비행시간만 9,800시간에 달했다. 말콤 글래드웰이 전문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1만 시간에 아주 근접한 시간이다. 그 중 3,200시간을 점보기를 조정한 것이다.
조종사는 사고 몇 달 전에는 낮은 고도에서 고장 난 점보기의 엔진을 훌륭하게 다뤄 대한항공으로부터 상을 받기도 했다. 마흔두 살이던 그는 열흘 전에 진단받은 기관지염을 제외하면 건강상태도 좋은 편이었다.
사고는 대개 여러 가지 실수가 결합한 결과 나타나는 것이지, 지식이나 기술로 인한 문제가 아니다. 한 조종사가 실수를 하나 저질렀다면 그것은 문제가 안 된다. 다른 사람이 그 위에 실수를 하나 더 얹어놓을지라도 그 정도로 파국으로 내리닫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들이 또 다른 실수를 저지르고 또 하나, 또 하나, 또 하나, 그리고 또 하나의 실수를 저지르면 이 모든 실수의 조합이 재앙을 불러오게 된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비상사태에 놓인 클로츠가 사용한 화법을 일컬어 언어학자들은 ‘완곡어법(mitigated speech)’이라고 표현한다. 전달 내용을 부드럽게 하거나 상대편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하려는 화법이다. 예의바르게 행동할 때, 부끄럽거나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을 때, 권위 있는 사람 앞에 섰을 때 우리는 완곡어법을 사용한다.
직장상사에게 뭔가를 부탁하면서 “월요일까지 꼭 필요합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럴 때는 완곡어법을 사용하게 된다. “불편을 끼쳐 죄송하지만, 이것을 주말 동안 검토해주시면 대단히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는 완곡어법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 그러나 다른 상황, 가령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 조종석 안에서라면 완곡어법을 사용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우리는 완곡어법의 관점에서 비행기 추락 사고에서 발견되는 특이점 하나를 이해할 수 있다. 민간 항공사에서 기장과 부기장은 동등하게 비행에 관한 책임을 진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기장이 조종석에 앉아 있을 때 훨씬 더 많은 추락 사고가 발생했다.
미국의 플로리다 항공사의 비행기 추락 사건을 생각해보자. 부기장이 기장 노릇을 하고 있었다면 과연 네 번씩이나 힌트만 주고 있었을까? 그렇지 않다. 그는 분명 명령을 내렸을 것이고 그랬다면 비행기는 추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완곡어법과의 싸움은 최근 15년간 민간 항공사의 최우선 과제가 되었다. 대부분의 대형 항공사는 ‘승무원 자원관리(Crew Resource Management)’라는 훈련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이는 연차가 낮은 승무원이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고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해주는 훈련이다.
권력 간격 지수(Power Distance Index, PDI)란 특정 문화가 위계질서와 권위를 얼마나 존중하는지를 나타낸다. 이를 측정하기 위해 홉스테드는 “직원들이 관리자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음에도 두려움 때문에 그것을 드러내지 않는 일이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가?”라는 질문을 했다.
미국은 PDI가 낮은 문화를 갖고 있다. 아무리 강한 압박을 받을지라도 미국인은 미국인다운 방식으로 생각한다. 미국인다운 방식이란 관제탑의 관제사 역시 자신과 마찬가지로 사람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애슐레이 메리트가 조사한 PDI 측정결과 상위 5개국의 순서이다.
1. 브라질
2. 한국
3. 모로코
4. 멕시코
5. 필리핀
놀랍지 않은가. PDI 상위 국가일수록 대형 비행기 추락 사건이 더 많다는 사실이. 우리 나라의 권력간격지수, 즉 권위주의적 특성이 전세계에서 2위라는 사실이. 그래서 이런 국가들이 대형사고가 더 많다는...
괌 사고도 다른 비행기 추락 사건과 마찬가지로 사고를 유발하는 세 가지 원인, 즉 사소한 기술적 잔 고장, 나쁜 날씨, 피곤한 조종사가 모두 결합되었다. 이들 각각은 사고를 불러오지 못한다. 조종석에 있는 모든 사람의 실수가 뭉쳐야 이 요소들이 결합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대한항공 801편은 문제의 한가운데로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우리나라에 뿌리 깊게 박힌 권위주의적 의식이 사고를 불러 일으킨데 한 몫을 한 것이다.
1. 맹독이 가득한 책, <아웃라이어>, 해독 잘하면 보약!
2. 우리가 잊고 있는 괌 비행기 추락사건의 교훈
3. 괌 사고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는 추락할 것이다! (예정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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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추락사고를 생각해보니 제가 과거 있었던 직장의 한 사람이 그 비행기에 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구사일생으로 살았습니다.
당시에 정말 충격적 사건이었습니다.
안전에 대한 불감증이 부른 사고는 예전에 정말 많았는데 사람이 가장 문제인 듯 합니다.
와, 비행기가 추락하는 대형사고에서 살아나셨다니 기적이군요.
다른 분보다 느낀 점이 더 많으셨을 듯.
안전불감증... 정말 문제인듯해요.
다른 어떤 탈거리보다 더 신경을 써야할터인데...
좋은 아침되세요^^
안전불감증도 문제겠지만 지난 괌추락사고는 아주 복합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의 권위주의적 문화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이죠.
완곡 어법이라 ... 무슨이야기 인지 알겠습니다.
위급한 상황에서 필요한것은 직설화법이 되겠군요.
아무리 직장 상사의 눈치가 보이더라도 이런 교육은 필요한것 같습니다, ^^
그렇죠. 아무리 상사라고 하더라도 위급상황에서는 잘못된 부분을 정확하게 지적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죠.
내블로그 방문과 리플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글 내용 그 자체를 조금 더 업그레이드 시켜보세용"라고 코멘트를 주셨는데.
글내용이 질이 낮다는 이야기로 해석해도 되는지요?그렇다면 고급글을 쓸수 있는 글재주가 안됩니다.
모든 블로그가 선생님처럼 업그레이드된 글만 존재한다면 좀 이상하지 않겠는지요..
좋은 충고이기는 하나 기분좋은 방법의 글은 아니군요.
"욕이라 생각지 마십시오-_-;;;"라고 덧글 주셨군요.
저도 욕이라 생각지 마십시오-_-;;;..
그리고 베스트글이 되기위해 내공을 쌓으라고 하셨는데,저는 되면 좋겟지만 안되도 연연 하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송구합니다. 쥐뿔도 모르는 제가 주제넘게 충고를 드린 것 같습니다.
글이 질이 낮다는 것이 아니라 조금만 다듬으면 더 빛나겠다라는 뜻이었습니다.
기분 나쁘게 생각되셨다면 부디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오히려 연연하지 않으시니 제가 배워야할 점이 있을 듯 합니다.
충고 감사합니다^^
화, 푸세요^^
완곡어법이라... 항공기 추락사고의 원인을 이런 시각에서 조명할 수 있다는 것이 새롭습니다.
평소 직장생활에서 겪는 문제이면서도 그 문제성을 느끼지 못했었는데.. 좋은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
비단 이런 대형참사에서 뿐 아니라 우리 기업 운영에서도 이런 완곡한 어법으로 인해서 위기에 처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말이 미묘한 맛이 있어 아름답긴하지만 조금 더 정확한 의사전달을 위한 교육과 문화풍토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비밀댓글 입니다
아, 그러셨군요. 특종도 좋지만 신혼여행을 망쳐버리셨으니 두 분깨나 끔찍하셨겠습니다.
게다가 바로 앞 비행기를 타고 괌에 가셨다고하시니 천우신조입니다.
사실 저도 괌으로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정말 행복하게 생각했던 장소인데, 이런 끔찍한 사고와 연결되니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2위..그렇군요..비행기 사고뿐 아니라..의연하고 강하게 대처하는 국민성으로 거듭나길 희망합니다.
의연하게 강하게 대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봅니다.
NGC가 제작한 항공사고 수사대에서도 나오죠..
다른 편은 재방도 자주 한다만 그 방송은 NGC코리아에서 딱 한번 방영하고 재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 아무래도 광고주가 될 수 있는 회사 인지라,, 압력이.. ㄷㄷㄷ )
어느정도 고도에서 활주로가 육안으로 보이지 않으면 바로 Go around (기수를 들어올리는 것) 를 해야하는 데,, 부기장이 머뭇머뭇 기장 눈치만 보다가 ( 올려야 하지 않을까요?? -- 이런 식) 계속 하강하고
위험을 직감한 기장이 "Go around" 했지만 무거운 점보기의 내려가려는 관성을 쉽게 이기지 못하고, 아슬아슬하게 지상의 송유관을 치면서 쳐박힌 거죠..
물론 괌지역의 스콜(기습강우)이 내리는 최악의 기상조건, 계기착륙장치 고장으로 수리중이었던 괌 아가냐 국제공항, 피곤한 휴가철 연속비행과 짧은 비행 시간으로 인한 수당 미지급에 대한 조종사들의 불만 언급 등등등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권위적인 조직체계 - 특히나 공군출신 조종사였으니 더 그랬겠죠 - 의 단점을 보여주는 사건이었습니다.
이런 문제가 우리 사회 곳곳에 있습니다. 적절한 권위는 필요하지만 지나친 권위주의 풍조가 우리를 또 다른 사회 재앙을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권과 기득권이 먼저 고개를 숙여 눈높이를 맞출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번 여행나갈때.. 뱅기사고날까.. 정말 걱정되더라구요 >.<
차사고보다 사고날 확률이 엄청엄청 낮다고하지만 비행기사고는 그야말로 끔찌하죠.. ㅜㅜ
ps 만우절도 지나고, 식목일도 지나고, 지루한(?) 화요일이지만(호박은 벌써 졸려욤)
언제나 활기차게~ 상콤하게~ 아자아자 화이팅입니다(^^v) 아잣!!
저도 한 번 상공에서 기류가 불안정해 기체가 제법 많이 흔들린 적이 있었는데, 정말 공포스러웠답니다-_-;;;
호박님, 졸릴 때는 잠시 눈 좀 감으시고 편안하게 쉬셔용^^ㅎ
권위주의....2위?
와...놀랍네요.
우리가 버려야 할 게 많은가 봅니다.ㅎㅎ
잘 보고 갑니다.
전세계 2위라니 대단하죠-_-;;;
이런 순위에는 안 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감탄해마지 않으면서 탐독했던 책이에요.
리뷰 써야지 써야지 하면서 사실 엄두가 안났었는뎅~
칼스마님 글 보니 또 좌절~^^;
전 아웃라이어 읽고 나름 느낀건
그래 어른들 말씀이 맞구나~
다~ 팔자소관이야~ ㅋㅋㅋ
참, 레인보우필님도,,,ㅎㅎㅎ
제가 얼마나 글을 못썼는데요.
일기를 3,4년 꾸준하게 쓴 것이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하루 일과를 나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날 일어난 일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하나의 사건만을 조금 더 세부적으로 묘사해서 글을 씁니다.
시도 한 번 해보세용^^
글쓰기 방법에 대해서는 다음에 한 번 포스팅 하겠습니당^^ㅎ
감사^^*
일본을 제쳤군요!?!!!
기대안하고 들어온 포스팅이었는데 굉장히 좋은 내용이었습니다.
추천 눌러요~
오, 감사합니다. 사실 그렇게 자극적인 제목은 아니라, 별로 땡기지 않죠^^ㅋㅋ
굉장히 좋다고까지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트랙백타고 왔습니당 ㅎ
저도 아웃라이어 읽었습니당 ㅋ
참 좋은 책인거 같아요 ..
독서하면서 항상 느끼는것이
생각이 넓어지는게 가장 좋은거 같아요 ...
트랙백 걸고 갑니닷 ㅎ
방금 아웃라이어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다른분들의 리뷰를 둘러보는 중입니다. ^^
PDI 에 대한 부분은 상당히 놀랬습니다.
제가 평소에 갖고 있던 불만이기도 했으니까요.
제 아이와 저는 부모님세대와는 PDI 지수가 좀 다를 것 같습니다.
좋은 것은 유지하고, 받아들이고 개선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저자의 능력이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안철수 교수님께서 극찬하실만한듯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