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디자인하고 싶은데 불안정하고 불안해서 겁나요
안녕하세요 ^^
오랫동안 꿈에 대해 고민해오다가, 우연한 기회에 이 블로그를 보게 되고 조언을 여쭐 수 있을까 하여 상담메일을 보내봅니다.
저는 현재 00대학교 컴퓨터과에 재학 중인 4학년 학생이고, 내년 1학기 또는 2학기 이후에 졸업할 예정입니다.저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꾸준히 그림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학년이 올라가면서 순수회화 보다는 포토샵과 같은 디자인 툴을 이용한 디자인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저희 부모님은 제가 디자인 계통으로 가는 것을 좋아하진 않으십니다. 공기업에 다니시는 아버지와 오랜 시간을 함께한 어머니. 다들 안정적인 삶을 살아오셨던 분들이시고 그런 삶에 대해 자주 얘기하셨습니다.
또한 이미 오빠가 4년제 디자인과에 들어가 있는 상황에서 디자인계가 힘들면서도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하는 것을 아시고 계셨는데, 학교에서 중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제가 그 분야로 가는 것을 바라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 제가 미술 분야와 관련된 얘기를 할 때면, 거의 항상 부정적인 답변만 들어왔습니다. 그 분야가 얼마나 어려운지, 얼마나 살기 힘든지.
이런 상황에서 저는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는 사람이 되었고, 디자인분야를 항상 꿈꿨지만 그 분야에서는 안정적으로 살기 어렵기 때문에 도전하지 못하는 곳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안정된 기반 없이 미술에만 도전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전 항상 겁부터 먹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의 꿈은 항상 미술 분야에 가 있었습니다. 처음엔 만화가, 다음엔 캐릭터 디자이너,,, 고등학교 때 이과로 가게 되면서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꿈꿨습니다. 하지만 디자인과 관련된 미디어 과에 지원한 것들이 모두 떨어지면서, 우연한 기회에 부모님의 권유로 컴퓨터과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컴퓨터과에 진학할 때에도 컴퓨터그래픽과가 있다는 것을 눈여겨보았지만, 제가 생각한 디자인과는 거리가 먼 분야였습니다.
이 학과에서 스펙은 나름 잘 쌓아왔습니다.
4.2/4.5의 성적.
동아리 경험. 1년간의 회장직.
2개월간의 중소기업인턴과 2개월간의 대기업 아르바이트 경험.
정보처리기사 자격증.
봉사활동 경험.
스펙상으로 약한 곳이 영어지만, 현재 교환학생으로 와있으면서 영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돌아가게 된다면 적어도 대기업 이상의 서류패스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안정적인 직장을 향해 잘 달려가고 있는 모습에 저의 만족감이 너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성적은 잘 받고 있지만 컴퓨터 분야가 재밌거나 보람차서 열심히 한 것은 아닙니다. 여기에 왔으니 적어도 노력은 해 보고 최선을 다해봐야 한다는 의무감이 더 컸습니다.
한쪽으로는 안정적인 직장을 원하기 때문에 열심히 학과 생활을 하고 스펙을 쌓으면서도 한쪽으로는 제가 왜 컴퓨터학과에서 열심히 하고 있는지 이유를 알 수 없고 여기서 직업을 가져도 내가 행복할까 하는 의문을 계속 제기합니다.
아르바이트를 찾아도, 인턴 공고를 봐도, 취업 공고를 봐도 제가 찾고 있는 것은 항상 디자인과 관련된 일들입니다. 그런 제 모습을 보면서 진지하게 디자인계로 직업을 가지면 어떨까 생각하다가도 디자인 관련 일을 검색할 때마다 대우와 환경이 얼마나 척박한지에 대해서 읽을 때면, 보상 없는 미래에 도전하는 동안 옆에서 취업하고 돈을 벌고 있을 주변 사람을 생각하면, 다시 겁을 먹고 시도할 생각을 포기하고 맙니다.
그냥 안정된 직장에 다니면서 취미로 저런 일을 배워보자. 이렇게 타협을 하고 생각을 접다가도 자신의 꿈을 향해 열정적으로 달리는 사람을 보면 제 모습이 너무 한심하게 느껴집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제 말에, 뭘 좋아하냐는 질문하는 사람을 만나면 그림이요..... (그런데 취업환경이 안 좋아서 도전할 생각을 못해요)라고 어물쩡 하는 제 모습이 너무 답답합니다.
해보고 싶다. 좋아한다. 꿈꾸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안정되지 못하다는 직업으로 뛰어드는 용기는 없는 모습이 한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정적인 직장을 꿈꾸는 그런 모습조차 내가 아닐까, 그냥 인정하면 어떨까. 그러면서도 꿈을 향해 달리는 사람을 볼 때 느끼는 초조감과 패배감은 왜 느끼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한지가 5년이 다 되어가네요. 부모님께도 주변에도 상담을 받아봤지만 제 마음이 정해지지 않는 상태에서는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어떻게 해야 가장 후회 없는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객관적인 입장에서 저의 상황을 봐주실 전문가의 조언이 너무 절실하다고 느낍니다.
긴 글이지만 천천히 답변주셔도 좋으니, 바쁘신 와중에도 진심으로 읽어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답변:
어떻게 하긴 어떻게 합니까. 하고 싶은 일이니 해봐야죠. 말씀처럼 교환 학생 끝나고 나면 토익 성적도 갖춰지고 어느 정도의 스펙은 갖춰질 것 같은데요. 그러면 이제부터는 디자인 관련 계통으로 들어가기 위한 실무교육을 집중적으로 받을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그 정도 스펙에 컴퓨터학과이면서 디자인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있다면 어느 정도 규모의 회사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일단 대기업이라면 안정적으로 일하실 수 있을 터이고, 중견기업 정도만 되어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습니다. 다만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으로 들어간다면 다소 불안정하고 처우도 좋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만일 그렇게 작은 기업에서 일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큰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그렇게 1년에서 2년 동안 실무적으로 배우고 익히며 정말 디자인 쪽으로 재능이 있는지 확인해보시고, 더불어 정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인지를 경험을 통해서 테스트해볼 기회가 되기 때문입니다.
재능을 발휘한다면 안정적인 일자리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저절로 안정적 일자리 이상의 성과를 보일 수 있을 테니까요. 만일 재능도 없고, 생각보다 원했던 일이 아니라고 생각된다고 하더라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전공 관련한 직업을 다시 선택하면 되니까요. 사회경력 1,2년 쌓았다고 생각하면 되니까요.
지금 두려운 것은 부모님이 반대에 부닥칠 텐데 그것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에 대한 부분이 있고요. 또 하나는 자신이 정말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큰 것 같은데요.
자신의 신념만 확고하면 부모님 충분히 설득할 수 있습니다. 고시나 공무원 공부한다고 생각하고 2년 동안 디자인 관련 계통에서 일을 해보겠다고 설득해보십시오. 만일 그 때까지도 안정적이지 못한 직장에서 불안정한 상태에서 비전이 없다고 생각 들면 그 때 직업을 전환하겠다고 말씀하면 어떨까요. 실제로도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디자이너로서 불안정하게 회사를 다니지 않을까라고 너무 미리 걱정 마세요. 2년간 도전해서 충실하게 임한다면 충분히 안정 이상의 일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사실은 조금 더 시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내면의 자신에 대해 너무 불안해하지 말고 힘과 용기를 불어넣어주세요. 그러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전문가로서의 길을 당당하게 걸어갈 수 있을 겁니다.
근본적으로는 좀 더 큰 자신감을 가지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자세와 태도를 익힐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겁내지 말고 디자인 계통으로 도전해보세요. 그렇지 않다면 계속해서 마음에 걸려서 다른 일을 제대로 해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일단 그렇게 도전해보고 그 다음에 결정해도 결코 늦지 않습니다. 첫 직장이나 첫 직업에 좋은 선택을 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충분히 반전이 가능하다는 것을 제가 온 몸으로 느껴본 사람입니다. 그러니 부디 두려워하지 말고 일단 꿈을 향해 돌진해보시길 권합니다.
감사합니다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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