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우선 이렇게 불쑥 메일을 보냈는데..교수님이 제 메일을 읽고 상담을 해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며 제 소개를 합니다.
저는 25살의 여학생이고, 0000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휴학을 3년이나 해서 졸업을 하려면 아직 1년의 학교생활이 더 남아 있습니다. 제 친구들은 이미 다 졸업을 해서 카이스트, 서울대 대학원에 들어가 각자 열심히 그리고 치열하게 자신의 미래를 위해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대기업에 취직한 친구들도 있구요.그 친구들에 비하면 저는 너무나 초라해 보이는 게 당연하죠..
저희 부모님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은 모두 다 저를 보며 한심하게 생각합니다. 사실 저는 대학교입학 했을 때 과탑으로 들어와 4년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심리학 전공이지만 입학 당시에는 이과계열의 학과였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이름 있는 대학만 가면 모든 인생이 술술 풀리게 될 줄 알았던 철없는 학생이었습니다..
(이미지출처: 대학생 평균 빚 1125만원, 헬스코리아뉴스)
하지만 이과계열의 전공은 저와는 너무너무 맞지 않았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학교생활에 소홀해졌습니다. 학교공부가 너무 싫어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않았고 제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을 찾고 싶다는 명목으로 휴학도 했었습니다. 그러다 심리학에 제가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여러 가지 적성검사나, 성격검사를 통해서도 제가 심리학 쪽에 맞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휴학을 하면서..제 자신에 대해 연구하고 공부하고 또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찾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삶의 의미가 무엇인지..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성공이 곧 정말 행복을 보장해주는 것인지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그래서 학교에 복학한 후 뒤늦게 심리학과로 전과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입학 당시 장학금을 받고 왔던 터라 전과를 하면 장학금은 모두 포기해야했습니다. 부모님의 반대는 완강하셨고 결국 저는 심리학으로 전과를 하고 학자금 대출을 받으면서 학교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제가 졸업을 하면 제 빚은 3000만 원 정도 됩니다...그런데 심리학과는 대학원 석사, 박사를 모두 거쳐야지만 제가 원하는 심리상담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제 앞에 있는 빚과 그리고 앞으로 대학원을 다니면서 제가 어떻게 학비를 감당할 수 있을지 너무나 눈앞이 깜깜합니다..
게다가 제가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성적이 좋은 것도 아니라..제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집니다..
저는..성공 지향적이지 않습니다. 경쟁을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저는 남들 보기에 번듯한 직장을 다니면서 인정받으면서 살기 보다는, 돈의 유무나 사회적 지위를 떠나..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다른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그런데 제 주변에서는 이런 저를 비현실적으로 보기도 합니다..
너무 이야기가 두서없어 지는 것 같은데..
저에게 심리상담가 말고 또 하나의 꿈이 있습니다. 그것은 뉴욕에서 생활해보는 것인데, 너무너무 어렸을 때부터 꿈꾸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제 현재 계획은 대학을 졸업한 후, 임시직장에서 돈을 1년 정도 벌어 뉴욕으로 떠나서 1년이라도 지내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뒤에 대학원을 진학하는 것이 현재의 제 계획입니다.
물론 다른 사람들보다 많이 늦어지고,,또 뉴욕에서 지내면 대학원에 갈 학비를 벌 시간이 그만큼 더 지체 되는 거겠죠..그런데 저는 그것을 감수하고서라도 꼭 미국에 가고 싶어요.
이 모든 것들, 저 혼자 생각하고 계획한 거라, 어쩌면 교수님이 보시기에 터무니없을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교수님께서 제게 조언을 해주시면...제가 제 인생을 설계하는데 너무나 도움이 될 거 같아요.
부탁드릴께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답변:
상담 메일을 보고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어이쿠, 왜 굳이 전과를 했을까?’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굳이 전과를 하지 않더라도 심리학 공부도 할 수 있고, 전액장학금도 유지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계속 맴돌았습니다.
‘왜 그러질 못했을까’ 생각해보면 한편으로 이해가 가면서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안갑니다. 살아가다보면 싫은 것도 견뎌야 하는데, 싫은 것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에 이과를 박차고 나온 것이겠죠. 물론 박차고 나와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렇게 과감히 나와야 할 때는 오히려 눌러 앉아 있고, 견뎌야 할 때는 뛰쳐나오고,,,그렇게 실수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또 인간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너무 큰 기회비용을 걸고 선택한 만큼 전력을 다해야 했으나 그러지 못한 아쉬움이 또 남습니다.
자신의 적성이나 흥미, 성격을 찾아서 그에 맞는 전공이나 직업을 선택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나치게 거기에만 매달리는 경향이 있죠. 적성이나 흥미가 맞지 않으면 바로 전공이나 직업 탓으로 돌려버리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잘못 선택했다는 것이죠. 결국 그것을 선택하도록 만든 부모나 선생님이나 자신을 탓하게 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우리가 원했던 일이라 하더라도 실제로는 상상했던 것과 다를 가능성이 큽니다. 어쩌면 조금 더 참고 인내하고 견디면서 해야될 일을 찾아내려고 노력하는 것. 그전까지는 자신이 맡은 일에 전력을 다하는 자세를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인지 모를 일입니다.
그런데 ‘뉴욕에서 1년간 살고 싶다’고 하니 저 역시도 주변 사람들처럼 ‘참, 철딱서니 없네.’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거 멋진데~’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제부터가 중요합니다. 지금까지는 그리 순탄치 못한 선택을 해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앞으로의 선택도 그리 순탄치 못할 것 같아서 걱정이긴 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과거와 현재의 어려움들이 미래를 위한 밑거름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어떤 일이든 결과가 거저 이뤄지지는 않습니다. 사실 님을 보자면 친구들로부터도, 학교로부터도, 가족으로부터도 모두 떨어져 경제적으로도 홀로 독립해야만 하는 사면초가 상태입니다. 솔직히 아주 안 좋은 상태인데요. 하지만 저는 그런 역경을 딛고도 충분히 일어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부터 남들보다 2배로 노력하면서 살아가겠다고 다짐하십시오. 사실 저는 재능 없이도 해냈는데요. 님이라면 그 이상의 것들을 이뤄낼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삶에는 그렇게 거창한 것들이 없다는 것을 깨달을 필요가 있겠습니다. 너무 뜬구름을 잡으려 애쓰지 말고 삶의 과정 하나하나에 충실히 실행하는 실행력을 올리길 빕니다.
단순히 뉴욕을 가고 싶다는 것은 어린 시절의 꿈으로 끝내십시오. 만일 지금도 그 꿈을 가지고 있다면 그 꿈을 어떻게 이루고 어떻게 내 삶에 전환점으로 활용할 것인가에 고민하십시오. 만일 저라면 철저하게 준비를 한 다음 책 한권을 써보겠습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뉴요커로 즐긴 1년(가제)> 등으로 삶의 기록들을 책 한 권으로 만들어보는 거죠.
어때요. 멋진 책 한 권 보내줄 준비는 되셨는지요^^
참고로 심리학했다고 무조건 석, 박사 해야 하는 것은 아니죠. 어디서, 어떻게 포지셔닝해야 할지는 조금 더 고민해봐야겠지만 ‘공부로 끝장내겠다’ 생각지 말고 경험으로도 배워나가시길 바랍니다.
더불어 삶은 전쟁입니다. 때로는 피할 수 없는 치열한 경쟁의 각축장이기도 합니다. 물론 다른 여러 면도 가지고 있지만, 경쟁을 피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성공지향적이지 않다고 외면치 마시고 온전히 받아들이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받아들인다면 오히려 경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멋진 심리상담 치유가가 될 수도 있겠죠. 더
불어 중요한 의사결정이 있을 때 진솔한 이야기를 건네줄 멘토를 구하시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너무 직관적인 판단에 따라 중요한 결정을 너무 쉽게 해버리는 경향이 우려됩니다.
무엇보다 용기부터내시길 바랍니다!
참, 0000대는 제가 특강으로 몇 번 강의도 나갔던 곳인데요. 기회가 된다면 경력개발센터에 저를 초대해서 학생들의 자기탐색과 심리이해를 통한 특강 같은 것 해달라고 졸라도 해줄 수 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
따뜻한 카리스마, 정철상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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