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디지털 네이티브>는 일단 두꺼운 책에 놀라움도 있겠지만 그보다 수많은 추천사가 놀랍다.
유명 정도가 아니라 아주 쟁쟁한 유명 인사들의 추천사들이 줄줄이 뒤따른다.
책을 들자마자 저자 돈 탭스콧의 네임 벨류에 경이감마저 느껴진다.
추천사를 남긴 사람들이 페덱스 사장이라든지, 델 컴퓨터의 마이클 델이라든지, 구글의 에릭 슈미츠 회장이라든지, 앨 고어 미국 부통령이란든지,,,와우, 놀랍다. 그 만큼 저자가 대다한 사람이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디지털 세대에 대한 통찰력도 매우 뛰어나 보인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문제점이 몇 가지 있다. 차츰 알아보자.
디지털 세대인 20대를 이해하기 위해 추천받은 책이다. 하나의 디지털 도구라고 볼 수 있는 내 블로그의 댓글을 통해서 추천받은 책이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디지털환경에 너무도 익숙하게 자라온 세대 대략 77년에서부터 97년생까지의 세대를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지칭하고 있다. 엄밀하게 말해서 실제 저자는 넷세대라고 가장 많이 지칭한다.
도서 원제는 <Grown Up Digital : How the Net Generations Is Changing Your World>라고 되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라고 출판되었다. 제목만으로 본다면 우리나라 출판사의 카피가 훨씬 좋은 것 같다. 영어 원어민을 부를 때 English Native라고 부르듯이 디지털을 모태어로 사용하고 있는 세대를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라고 지칭한 것은 대단히 멋진 발상이다.
넷세대들은 컴퓨터 게임을 통해 누구의 도움도 없이 스스로 자판을 익히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익힌다.
아홉 살이 된 내 아들 준영이도 마찬가지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인터넷에서 RPG 게임을 능숙하게 즐기고 있다.
저자 역시 자신의 두 아이 이야기를 곁들이며 아주 쉽고 편하게 그러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한 논지에 따라 디지털 세대를 분석하고 치밀하게 해부하고 있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도 않고 컴퓨터 앞에서 게임만 하고 있는 요즘 아이들을 걱정스럽다고 느끼는 어른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단연코 20대에게 아주 우호적이고 아주 긍정적이다.
게임이 익숙한 아이들이 오히려 시각적, 상황대처능력, 변화적응력 등이 더 뛰어나다는 것이다. 충분히 수긍가는 면도 있다.
다만 우려스러운 것은 너무 낙관적으로만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책을 읽어나갈수록 더 들었다.
디지털 세대들이 받아들여야 할 사고나 습관, 행동 등이라든지 앞으로 직면하게 될 문제점 등도 제시해줬으나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것은 넷세대들을 가르치려면 교육 방식을 완전히 바꾸라는 말이었다. 기존의 일방향식의 교육을 벗어나 서로 대화하고 질문하고 답변하면서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수업이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학생들에게 어떻게 수업을 진행할 것인지 질문하고 그들에게 답변을 듣고 배워야 한다는 조언을 주고 있다.
100번 옳은 말씀이다. 그런데 컴퓨터를 가지고 수업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는 찬성할 수만은 없다. 50:50 찬성이다. 수업의 병폐를 너무 많이 겪었기 때문이다.
통제할 수 있는 학습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컴퓨터만 강의실에 갔다가 놓는 것으로는 오히려 학습에 방해될 요소가 더 많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와 달리 넷세대에 대해 가장 멍청한 세대라고 욕한 저자의 주장도 엉터리라고 생각되지만 가장 똑똑한 세대라고 주장하는 이 책자의 저자의 주장에서 고개가 갸우뚱 거려진다. 신세대에 대해 너무 긍정적이다.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보이니 오히려 아부하는 느낌이 들 정도다.
넷세대의 문제점을 그들의 사생활 정보노출 뿐으로 인식하는 식의 문제지적은 너무도 단편적으로 보인다. 문제를 조금 더 솔직하게 지적하고 넷세대의 개선점도 제시해줘야 하나 저자가 넷세대를 위해 제시한 제안은 너무 밋밋하게 느껴진다.
저자가 내세운 넷세대를 위한 7가지 지침
1. 대학에 들어가라
2. 직장에서 인내심을 가져라
3. 나쁜 제품을 사지 말라
4. 가족끼리 저녁식사를 같이 하라.
5. 경험을 무시하지 말라.
6. ‘원칙이 있는 중요한 삶’을 살도록 노력하라
7. 포기하지 말라.
엄밀하게 따지고 보면 이 책은 20대의 시각으로 바라본 것이 아니라 저자와 같이 기성세대의 입장에서 넷세대를 바라본 면이 있다. 넷세대들을 조사하고 그들의 인터뷰 글도 많이 있지만 왠지 주객이 거꾸로 된 느낌을 배제할 수 없다.
디지털 하면 뒤처지지 않는 우리나라에 대한 조사사례가 없다. 그나마 소고기 촛불집회에 대한 부분 이야기 하나 있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 내용의 거의 모든 부분을 이해는 하겠으나 우리 정서로 느껴지는 부분에서 다소의 거리감이 있기 때문이다.
지나친 넷세대에 대한 긍정이 문제이겠지만 책을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하나 지적해보겠다.
저자는 영국의 국립 독서 재단조차 “독서 수준이 악화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아무런 확실한 증거도 없다.”는 인정해야 했다고 밝히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 실제로도 상당수의 넷세대들은 책을 읽고 있지 않다. 문제는 블로그나 소셜 미디어의 짧은 메시지가 흡입력은 있을지 모르겠으나 긴 호흡을 요구하고 복잡한 세계와의 연관성을 엮어가고 종합적인 사고력을 제시할 수 있는 책을 읽지 않는다는 것을 합리화하려는 의도는 그 자체가 문제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의도하였는지 모르겠지만 이 책은 디지털 세대가 읽어야 할 책이 아니라 그들을 상대로 교육, 사업, 정치를 하려는 기성세대들일 읽어야 하는 책이다. 결국 넷세대를 위한 책은 아니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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