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시민이 자신의 안전을 담보로 지하철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니, 어디 될 말인가?
경제가 어렵다.
기업 뿐 아니라 국가나 공기업도 모두 바싹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수익사업을 하는 공공 기관 역시 국민 세금을 탐할 생각 말고 자체적으로 수익성을 올려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업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얻어내는 것이다. 얼마나 좋은가. 작은 투입으로 많은 결과를 맺을 수 있으니 이뤄야 할 일이다.
같은 노력으로도 더 많은 결과를 낼 수 있으니, 누구나 작업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좋다. 그런데 살아가다보면 모든 것을 효율성으로만 판가름할 수는 없는 일이 많다. 또한 어느 것이 더 효율성이 높다고 말하기도 힘든 상황도 많다.
오는 2010년 12월 개통 예정인 ‘부산지하철 반송선’이 이런 ‘효율성’을 빌미로 일체 사람 없는 노선으로 운영하겠다고 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소위 <5무(無)제도>라 하여, “무인(無人)운전•무(無)역장•무(無)역무원•무(無)매표소•무(無)분소”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반송선’이 통과하는 ‘반송 지역’에 교통 약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곳은 임대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이다. 전체 주민 5만 6천여 명 중 장애인이 3천여 명이다. 장애인과 노약자의 거주비율이 다른 지역보다 높다.
게다가 반송이라는 지역이 부산에서 대표적인 교통낙후 지역이라는 것이다. 즉, 반송선이 들어서게 되면 상당수의 장애인과 노약자가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오히려 다른 노선보다 안전과 편리성에 중점을 둬야 할 처지다.
그러나 현재 부산교통공사 측은 반송선 전 구간을 무인시스템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사회적 약자라고 할 수 있는 장애인과 노약자는 불편할 뿐 아니라 안전을 담보로 지하철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문제가 되고 있는 반송선은 총 14개역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 중 지하역이 8개가 포함되어 있다. 부산지하철 노조는 지하역을 포함하는 도시철도를 무인운영시스템으로 구성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하터널 구간에서 안전요원의 부재가 자칫 대형 사고를 유발할 위험이 높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퍼붓고 있다. 만일 화재라도 날 경우에는 급박한 순간에 승객들이 우왕좌왕하다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2003년 발생하여 192명이 사망하고, 148명이 부상당한 대구지하철참사의 아픈 기억을 되살리게 한다.
필자는 지난 4월 4일 지체장애인 박병주씨와 대중교통 이용체험을 하면서 ‘반송선’ 운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는 지하철 반송선 각 역에 역무원 배치 없이 ‘무인운행’할 계획이라는 지하철공사의 이야기를 듣고 심히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한 마디 했다. 만일 사고가 났을 경우에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누가 책임을 질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고...
“지하철 내에 승무원 없다면 사고 날 확률이 높다. 언어 장애인들의 경우에는 말을 할 수도 없다. 만일 사람이 아무도 없으면 지하철 타다가 사고 났을 경우에는 누가 도와주겠는가?
-박병주, 지체장애인, 부산 영도 거주”
수익을 내기 위한 ‘효율성’, ‘효율성’, ‘효율성’만을 외치다가 자칫 대형 참사를 부르는 참극은 없도록 했으면 좋겠다. 14개 역이라면 그리 많은 역도 아니다. 이곳에다 외부 경비업체에 맡겨 경비를 쓰느니 차라리 최소한의 직원을 두고라도 운영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수익성을 위한 효율성을 높이는 일은 이런 ‘무인운영’이 아니어도 충분히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또한 국가적인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는 좋은 일이므로 직원이 부족하다면 부디 신규 직원이라도 채용해서 반송선에 배치하길 바란다.
제발 ‘효율성’이라는 미명하에 ‘시민들의 안전’을 담보로 운영하지 마시길 간절히 바란다!!!
* 사회 약자인, 장애인의 이동권 보호를 위한 동행 취재 연재기사
1. 휠체어 리프트 추락사고의 피해자는, 결국 또 다른 장애인?
2. 반송선, 수익성 논리로 대형 참사 초래할 우려
3. ‘이동권 보호’를 위해 병주씨와 함께한 특별한 동행취재
4. 사랑하는 연인 만나러 가는 병주씨와의 아름다운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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