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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인생,사는 이야기

블로그 특종보다 더 중요한 인간애, 목숨을 구하다

by 따뜻한카리스마 2008. 11. 4.


블로그를 하면서 정말 중요한 순간을
놓친 경험이 있습니까?

제게는 너무너무 아쉬운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블로거 특종보다 더 중요한 인간애를 선택했다!”라는 자부심만은 있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올해 6월이었습니다...

부산에서 볼 일을 보고 목포로 향하기 위해서 아침 일찍 사상시외버스터미널이라는 곳으로 갔습니다. 차편이 자주 있지 않아서 차를 기다리며 책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더군요. 그래도 책 읽기에 집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고함소리에 집중이 안 되더군요. 뒤로 돌아보았습니다. 수위아저씨 한 분이 덩치가 큰 20대 청년을 힘겹게 붙들고 있더군요.

(이미지: 이 사건과는 무관한 사진, 거리에 쓰러져 있는 부랑자 한 분을 카메라에 담아두었던 장면입니다. 솔직히 '나라고 이렇게 되지 말하는 법이 있는가'라는 생각으로 이 분을 담아두었습니다. 우리는 언제든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고는 생각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요.)

‘이게 무슨 일이야?’라고 가만히 보았죠. 그랬더니 젊은 청년이 벽에다가 자신의 머리를 부술 듯이 자해행위를 하며 죽으려고 있더군요. 짧은 순간 조금의 갈등도 없이 급하게 달렸습니다. 경비 아저씨와 함께 그 청년의 자해행동을 저지했습니다. 사실 너무 다급한 순간이라 카메라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체격이 아주 좋은 친구라 두 사람이 겨우 매달리다 시피해서 벽으로부터 떨쳐냈습니다. 그리고 힘겹게 그 청년을 땅바닥으로 눕혔습니다. 술이 취한 듯 보였습니다. 게다가 정신도 다소 모자라는 듯 보였습니다.

당시 이 청년은 면티와 팬티 바람이었습니다. 겨우 자해하려는 청년을 만류하자 이 청년은 고개도 들지 못하고 땅바닥에서 계속해서 기어 다니더군요. 대합실의 의자 밑을 계속 기어 다녔습니다. ‘이런 인간 말종 다 보겠나?’라고 생각하는 분이 계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제 눈에는 마치 종교의식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무엇이 청년을 그토록 괴롭혔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삶에 대해 후회를 하며 죄를 사하여 달라고 속죄하는 의식을 하는 듯 보였습니다. 

겨우 한시름 놓았습니다. 그제야 제 몸에서 역겨운 악취가 풍기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청년에게서 옮겨진 악취였습니다.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나왔습니다. 여전히 그 청년은 엎드려서 대합실의 의자 밑을 기어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제야 동영상으로 촬영하면 특종감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욕심이 들더군요. 찍을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청년을 도와줬기에 충분히 그럴만한 자격이 있다’라는 교만한 생각 마저 들었습니다. 하지만 차마 그 청년에게 미안스러워 카메라를 들이밀지는 못했습니다.

어느새 버스가 떠나갈 시간이 되었습니다. 계속해서 아쉬운 마음으로 갈등이 일었습니다. 하지만 차에 올랐습니다.

제가 블로그를 하면서 가장 아쉬운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인간에 대한 따뜻함으로 최소한의 양심을 지켰지 않았냐하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았습니다.


만일 블로거 여러분이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셨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