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을 위한 변화경영 전략, 구본형 소장이 일깨워준 밥철학
좋은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조차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서 수없이 고민하고 갈등한다. 취업하자마자 고민이 시작된다고 하지 않던가. 하물며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야 오죽 막막하겠는가. 구본형 소장은 직장생활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조언을 전하는 변화경영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는데, 그가 살아생전에 들려준 강연에서 내가 얻은 소중한 배움을 험께 공유하고 싶다. 다음은 젊은 날의 내가 운영하고 있던 한 모임의 행사에서 구본형 소장을 초대해 그가 들려준 강연내용을 내가 정리해본 것이다. 진로와 직업 선택과 성장을 고민하는 많은 분들에게도 다시 한 번 ‘일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귀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직장 다니며 대학원을 다닐 때였다. 직장 일을 다 끝내고 대학원에 가야 하다 보니 허겁지겁 수업에 참석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저녁을 먹지도 못하고 수업에 참석하곤 했는데, 그럴 때는 정말 배가 고팠다. 하지만 정작 배부르게 먹고 수업에 참석하면 꼭 졸려서 제대로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여러분 중에도 오늘 이 저녁 강연을 듣기 위해 굶고 오신 분들이 있을 터인데, 그 ‘귀한 시간을 내면서 왜 여기까지 오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여기 왜 오셨는가?’ 아마도 밥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그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서 오신 것이 아닐까 한다.
오늘의 이야기는 내 이야기이기도 하면서 여러분의 이야기이기도 할 것이다. 나는 나 자신을 ‘1인 기업가 ’라고 이야기한다. 10년 전에 내가 이 일을 시작했을 때는 그냥 1인이 기업을 경영할 수도 있다는 개념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실제로 그런 사람은 없었다. 결과적으로
말해 나의 변화는 성공적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으로 보면 내 삶의 변화 과정이 여러분에게도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는 사무실이 없다. 임대료가 나가지 않아서 좋다. 집이 곧 사무실이다. 여기서 일이 시작되고 여기서 일이 끝난다. 엄밀히 말하면 내가 있는 곳, 바로 그곳이 내 사무실이다. 현재는 지금 바로 이곳이 나의 사무실이다. 이는 내게 아주 중요한 가치다. 나 자신이 있는 곳, 바로 그곳에서 사업이 일어난다.
스스로 자신을 고용하는 자는 다른 사람에게 고용을 부탁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 고용된 자를 ‘직장인’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누군가의 말에 따르면 ‘다른 사람에게 고용된 자 ’의 줄임말을 ‘고된자 ’ 라고 한다.
나는 한 외국계 회사에서 20년을 일했다. 고된 삶이었다. 사실 일 자체가 고된 것은 아니었다. ‘이 일이 정말 내가 원했던 일인가?’에 대한 고민이 컸다. 자신을 고용하는 자는 이런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나는 죽을 때까지 책 쓰고, 죽을 때까지 나를 부르는 곳에서 강연할 계획이다. 죽음이 내 커리어의 끝이다. 고용된 자와 고용되지 않은 자의 차이다.
직장인에게 ‘밥’이란 무엇인가?
사람들은 직업을 왜 가질까? 직업에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직업은 본질적으로 다음의 것들을 충족시켜야 한다.
1. 밥 먹는 일
2. 일을 통한 성장
3. 조직과 사회에 가치 구현
1. 밥 먹는 일
여러분은 왜 일을 하는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도 밥이 가장 크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밥이란 무엇인가?’ (긴 침묵)
신화학자 조셉 켐벨이 그 정의를 잘 내리고 있다. “밥이라는 것은 다른 살아 있는 것들을 죽여서 먹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 인간의 슬픔이다. 그럼에도 자신에게 죽음으로 공양한 은덕을 모른 채 배은망덕한 모습을 보이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나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 우주적 존재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닌가.
2. 일을 통한 성장
그러면 나를 위해 희생한 우주적 존재들을 위해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일을 해야 한다. 단순히 일만 할 것이 아니라 일을 통해서 성장해나가야 한다. 매일 자신의 일을 하면서 더 나아져야만 한다. 그렇지 않다면 직장인의 비극이 초래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경영학자 드러커 교수는 1년짜리 경험을 10번 반복해봐야 소용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10년간 일해봐야 행정가는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전문가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반복해봐야 소용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보다 성숙해야 한다. 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많은 사람이 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헤맨다.
(*사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나는 반박하고 싶은 사람이다. 내가 1년짜리 경험을 10번 이상 해본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중에 그러한 단순 경험조차 도움이 되었다. 산업과 직무 전체를 훑어볼 수 있는 암묵지적인 배경지식과 경험이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떤 일을 반복해봐야 소용없다고 하지만 반복이야말로 대가로 가는 중요한 방법이다. 다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단순반복만 하지 반복 속에서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측면은 있다.
사실 구본형 소장이나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자신의 한 분야를 찾으면 최소한 한 분야를 10이상은 파고 들어야 하는 부분이 있다. 나 역시 10여 년간의 시간을 헤맸지만 이후에 10년간 한 분야를 집요하게 파고 들었던 시간이 전문가로 발돋움하고 인생의 변화를 일으키도록 만들어줬던 주었기에 중요한 시간투자였던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3. 조직과 사회에 가치 구현
자신이 하는 이 일이 조직과 사회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나 자신만의 이익을 챙기는 것이 아니라 내가 속한 기업에 도움이 되고, 내가 속한 이 사회에 가치를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
이 3가지가 충족되어야만 직업의 본질이 충족될 수 있다. 직업을 갖는 기간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많은 기업이 ‘젊은 조직’을 외치고 있다. 도대체 젊은 조직이 무엇인지 한 기업 담당자에게 물었다.
그 담당자는 사람들마다 견해가 다르다고 말하더라. 젊은이들은 젊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나이든 사람들은 생각이 젊으면 된다고 받아들이더라는 것이다.
구본형 소장이 전하는 직업 선택의 기준
대부분의 사람은 어떤가. 어린 시절부터 대학교까지는 대부분 부모가 경제적인 지원을 해준다. 이후 부모로부터 독립해 일하는 기간을 따져보면 대략 25년 정도 된다. 그 시기가 50대인데, 50대 중반이 되면 조직에 남아 있으려고 해도 남아 있기 힘들다.
50대가 되어도 아직도 남은 인생은 길기에 뭘 하긴 해야 하는데 마땅히 할 것이 없다. 장사를 하려고 해도 돈이 많이 들고 해서 조그만 커피숍이나 분식집이나 자영업을 해볼까 고민하는 중년들이 많다. 아무래도 매일 먹고 마셔왔던 일이기에 그 정도 일은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은 것이 자영업이다.
그러면 50대 이후의 나머지 인생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사실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마땅한 대안이나 모델이 없다. 단지 10퍼센트 정도의 사람들만이 제 몫을 하고 살아간다. 그렇다고 내가 10퍼센트 안에 들었던 사람은 아니었다. 그러면 내가 어떻게 해서 20년
간이나 몸담았던 직장을 나와서 성공할 수 있었는가 하는 스토리가 다른 분들에게도 작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50대 이후의 나머지 인생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나는 IBM이라는 한 직장에서 20년을 근무했다. 솔직히 말해 우연히 들어갔다. 정말 어찌어찌하다가 들어간 곳이다. 외국계회사 들어가면 편하고 돈이 준다고 해서 들어간 곳이었다. 나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했는데, 원래 내 꿈은 역사학 교수가 되는 것이었다. 그것이 내 유일한 꿈이었다. 내가 존경하던 교수님처럼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하는 학자로서 평생을 살아가겠다고 다짐했었다.
나는 1980년도에 군대를 들어갔다. 군대를 갔다 와서 학업을 마치고 대학원에 들어갔다. 아시겠지만 1980년대는 군부 시대로 암울했던 시기이기도 했다. 존경하던 스승이 지식인 운동을 하다가 대학교수직을 잃어버렸고, 나도 이런저런 이유로 유학을 못 가게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졸업을 하자 일자리부터 찾게 되었다. 내 기준은 초봉이었다. 초봉이 많은 곳에 들어가면 유리하겠다는 단순한 생각 때문이다. 초봉이 많은 곳은 우리나라 기업보다는 아무래도 외국계 기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전화번호부에 있는 외국계 기업 100여 군데에 영문 이력서를 발송했다. 단지 3곳에서만 연락이 왔다. 아무래도 전공이 역사학과이다 보니 기업들이 선호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3곳의 기업 중에 IBM이 있었다. 학과도 따지지 않고, 게다가 토요일까지 휴무하는 회사라는 말에 무작정 좋았다. 그렇게 시작해서 20년간 일했지만, 사실 처음에는 2년 정도 다니다가 돈 모으면 그만두고 교수가 되기 위해 해외로 유학 갈 생각이었다.
첫 4년은 외근 업무만 했다. 나머지 16년은 경영혁신에 매달렸다. 회사에서 가장 하고 싶은 업무였기 때문이다. 역사 공부하면서도 다루고 싶었던 세부 전공이 혁명사였다. 내 기질상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직을 뒤집어엎고 싶었으나 결국 그렇게는 못했다.
1991년, 변화경영이라는 일을 한 지도 7년이 되었다. 그때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다. 일을 좋아하긴 했지만 정작 나 스스로의 인생에서 뭘 해야 될지 몰랐다. 이때 내가 다니던 공룡 기업 IBM 역시 구렁텅이에 빠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나는 뒤늦게 그런 사실을 알았지만 당시 임원들은 그런 사실을 이미 미리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 대부분은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초라했던 자리가 만들어준 터닝 포인트
많은 기업으로부터 변화 요구가 있어서인지 IBM에서는 체인지 에이전시(Change Agency : 변화 주도자)를 운영했다. 160개국에서 운영됐는데, 나에게도 전환의 기회가 필요하겠다 싶어서 IBM싱가포르에 지원했다. 거기서 경영 컨설턴트로 만 3년간 활동했다. 사실 그 자리는 일하는 것을 보조만 하는 볼품없는 자리였다. 늘 컨설팅하는 현장을 그림자처럼 지켜만 보았다. 그럼에도 엄청난 변화가 느껴졌다.
사실 그전까지는 ‘경영혁신 팀장’, 이것이 내 직업적 정체성이었다. 이후로 나는 ‘한국 최고의 변화경영 전문가가 되겠다’라고 다짐했다. 그러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생각의 전환을 겪은 다음에는 내가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공부할 것이 너무 많다는 직업적 각성이었다. 초라했던 그 자리가 나를 깨닫게 만든, 내 삶의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당신은 초라한 일자리라고 무시하며 일하고 있진 않은가. 반성해볼 일이다.
나는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가.
나에게 밥이란 무엇인가 .
매일 밥 한 끼 굶는 것을 있을 수 없는 일로
생각하며, 밥 먹는 일만 너무나 당연시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의 마음의 들었다 .
내가 하는 일을 통해 적어도
세상에 조그만 기여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당신은 밥 이상의 존재가치를 추구하고 있는가.
-도서 <서른번 직업을 바꿔야만 했던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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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정철상은...
인재개발연구소 대표로 대구대, 나사렛대 취업전담교수를 거쳐 대학, 기업, 기관 등 연간 200여 회 강연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진로백서>, <서른 번 직업을 바꿔야만 했던 남자>, <아보카도 심리학> 등의 다수 도서를 집필했다. 대한민국의 진로방향을 제시하며 언론과 네티즌으로부터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라는 닉네임을 얻으며 맹렬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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