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안녕하세요!
저는 2달째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20대 중반의 취준생입니다. 학벌은 서울 중상위권 학교이고, 전공은 식품 쪽이었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과학 선생님이 너무 하고 싶었는데 그러기엔 성적이 조금 낮아서 약간 흐지부지하게 지금의 학과로 유입되었습니다.
그러다가 과내 상위 10%에 들어서 또 흐지부지 교직이수를 하였고 그렇게 꿈도 없이 대학생활을 보냈었어요.
4학년 말, 한참 미래에 대해 고민하던 중 제가 하고 싶은 일이 방송에 관련된 일이라고 생각해서 프리랜서 방송작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졸업도 하기 전부터 방송작가 일을 시작해서 햇수로 3년을 일했지만 남은 건 상처뿐이더라고요. 프리랜서로 산다는 게 수입이 너무 적은데다가 일정치도 않고, 또 방송 쪽 사람들 중에서 좀 이상한 마인드를 가진 분들이 계셔서.. 그런 분들하고 일할 때는 정신과를 알아볼 정도로 많이 힘든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모 방송국에서 일했는데 부당한 대우를 받고 반 년간 일하다가 결국 프로그램도 폐지되고 말았어요...
그렇게 되고 나니 문득 제가 잘 하고 있는지 싶더라고요 대한민국에서 프리랜서로 일한다는 것은 '프리'한 시간이 전혀 없을 뿐 아니라 통장 잔고까지 너무 '프리'하다는 현실 ...
괴롭더라고요. 미래를 쫓아 온 꿈이 미래가 어둡다는 것을 견딜 수가 없어서 결국 그만두게 되었어요. 그러고 나니 정말 제가 그동안 한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토익시험도 본 적이 없고 자격증도 이래저래 3개밖에 안되고.
봉사활동 기타 스펙이 전무하다보니 ... 갑자기 입사준비를 한다는 게 어찌 보면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고 ...
일단은 토익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영어를 너무 놓은 지 오래 되서 처음부터 하나하나 하고 있는데 마음이 불안하니 머리에 잘 안 들어오네요. 공모전 알아보랴, 토익 준비하랴, 입사지원서 쓰랴... 정신없이 살고 있긴 한데 뭔가 내실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혼자 자취를 하고 있긴 한데 집안의 지원을 받으며 지내는 것도 아니라서 .. 고민할 게 너무 많더라고요. 입사 준비도 바쁜데 아르바이트까지 알아봐야하나 ... 마음이 답답해요.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고 싶어도 다들 앓는 소리 하지마라, 남들도 다 너랑 똑같다. 너만 힘든 거 아니다. 그런 식이니 ... 어떻게 마음을 잡아야 할 지 몰라서 이렇게 교수님께 메일을 드리게 되었어요.
일단 저는 늦게나마 전공을 살려서 식품 R&D직을 하고 싶습니다. 방송 일을 했을 때 요리프로그램을 하면서 진짜 적성을 찾았구나 라고 생각했거든요.
중소기업, 대기업 가리지 않고 이력서를 내고 있는데 .... 흔히 말하는 광탈을 면치 못하고 있으니 답답하긴 합니다. 조금이나마 얻은 정보로는 그 직군은 석사 이상의 학위를 선호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리하여 주변의 조언을 받으니 식품회사의 BM(Brand Manager)이 되는 것은 어떠냐고 하더라고요. 글 쓰는 재주도 있고 워낙 창의성이 좋으니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요. 얕게나마 알아본 정보로도 매력적이더라고요.
문제는... 마케팅에 대해서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어서 아무래도 합격 확률이 낮은 것 같아요.
어려서부터 이것저것 도전해보는걸 참 좋아하는데, 문제는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하지를 못해요. 우선순위를 정하지도 못하고요. 거기다 마음까지 조급하니까.... 어느 하나 잘하고 있지 않은 것 같아요.
이번 주에도 덜컥 토익을 신청해놨는데... 사실 처음 보는 토익 시험이라 기대도 안하지만 당장 상반기 입사에 대비하려면 좋은 성적이 나와야 할 것 같고 ...마음만 무거워서 전혀 집중하지 못하고 있네요.
마음 같아서는 공모전, 봉사활동, 재능기부 같은 다양한 활동도 하고 싶고, 채용 정보를 빠릿빠릿하게 캐치해서 전형을 밟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전혀 모르겠어요.
이러다가 갈 곳이 없어져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곳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건 아닌지 너무 걱정도 됩니다. 저는 취업준비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또 제가 이직하려는 직군에 가능성이 있을까요?
너무 두서없는 상담 메일이지만... 꼭 답변 부탁드릴게요 ㅠㅠ
답변:
상담 글을 몇 번이나 반복해 읽으면서 안타까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교차 됩니다. 먼저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이 시대 청춘들의 취업문제가 결코 만만하지 않은 시대적 상황 때문이라는 점입니다. 더불어 개인적으로도 제대로 된 답변을 드리기가 참 쉽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에 드는 감정이기도 했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든 것은 스펙 쌓기에 몰입하고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식품 분야의 R&D직을 하고 싶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지금 토익 공부나 공모전, 봉사활동, 재능기부 같은 다양한 활동 등을 할까 고민 중이라고 하셨는데요. 과연 그러한 준비가 취업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식품 분야의 R&D직에서 요구하는 자격요건이나 역량은 무엇이 있을까요? 그것부터 먼저 조사하고 거기에 따라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요. 무작정 열심히 하기보다 무엇을 목적으로 정했다면 거기에 도달하기 위한 세부전략들을 세워야 하는데요. 방향은 있지만 그곳으로 가기 위한 구체적인 지도가 없어 보입니다.
커리어로드맵을 그려보세요. 일단 방향이 있다는 것은 긍정적입니다. 그런 만큼 거기에 뒤따르는 계획만 잘 세우면 됩니다. 지금 당장에 스펙이 없다는 것, 돈이 없다는 것 등이 걸림돌이 되기는 합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결심하고 준비하면 충분히 극복이 가능한 일입니다.
꿈을 더 확고히 다져야 합니다. 석사학위가 필요하다면 더 공부해야죠. 경우에 따라 당장에 돈이 없다면 빚을 내서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빚내는 것에 대해 너무 두려워마세요. 물론 일을 하면서 학업을 병행하는 방식이나 아르바이트로 경제적 비용을 충당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도 형편이 안 될 경우에는 이 같은 병행법을 많이 추천드립니다.
만일 R&D직이 아니라 BM(브랜드 메니져, 맞죠?) 분야 쪽이라면 그쪽으로의 진로를 확실히 정해야 합니다.
만일 마케팅 분야의 지식이 필요하다면 관련 분야의 공부를 더 하면 됩니다. 브랜드 메니져가 되기 위해 자신이 잘하는 분야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현재 본인의 커리어로 볼 때 마케팅 부서로 채용될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경력이나 전공이 직무와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에서는 이런 것을 요구하겠지, 기업에서는 이런 것을 요구하겠지 혼자 생각하고 준비해서는 안 됩니다. 물론 그런 조사를 미리 하긴 해야 합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내가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부터 먼저 조사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나의 몸값을 높이 쳐줄 수 있는 일부터 먼저 시작해보는 것이죠. 예를 들어 지금의 커리어로 봐서는 기업의 홍보부서나 사보 팀으로 들어갈 수도 있겠지요. 기업이 아니라 요리 관련한 방송사나 잡지사 등을 다시 두드려볼 수도 있습니다.
그 외에도 펼칠 수 있는 전략은 무수하게 많을 겁니다. 그러니 스펙 쌓기에만 몰입하지 마세요. 좌절하지 마시고 도전해나가신다면 분명 해내실 수 있을 겁니다.
어쩌면 방송작가로서 생활해온 시간들이 너무 아깝게 느껴질 수 있을 겁니다. 게다가 기업에 들어간다면 전혀 다른 분야의 직업이라 인사담당자들이 의문을 느끼고 질문을 해올 겁니다.
그럴 때도 당당해야 합니다. ‘방송작가’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당당히 도전했다고 말씀드려야 합니다. 그렇게 3년간 최선을 다했지만 그것이 내 꿈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어서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됐다고 용기 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실 저 역시도 방송국에서 2년 동안 어쩌면 프리랜서보다 훨씬 더 못한 조건으로 일한 경험이 있습니다. 방송국이 아니라 일반 기업으로 들어갈 때 인사담당자들이 의문을 가지더라고요. 그리고 경력도 인정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주눅 들지 않았습니다. 방송을 하면서 배우고 익힌 경험과 뚝심과 근성이 누구보다 강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도 방송국에서 받았던 박봉과 엄청난 업무로드로 시달렸던 경험이 다른 경력을 구축하는데 큰 힘이 되었답니다.
소원했던 꿈이 내 기대와 달랐다고 해서 잘못되는 것은 아닙니다. 꿈을 향해 도전했다는 것이 나중에 큰 힘이 될 겁니다. 오히려 새로운 꿈이 생겼다는 것에 희망을 가지세요. 그러니 좌절하지 말고 힘내시면 잘 해나가실 겁니다.
감사합니다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
따뜻한 카리스마, 정철상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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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청춘의 진로나침반>,<서른 번 직업을 바꿔야만 했던 남자>, <심리학이 청춘에게 묻다>, <가슴 뛰는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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