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정철상 교수님의 소문을 듣고 찾아뵙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상담을 들어주시면서 개인적 일도 하시는데 힘들지 않으신지요..(블로그에 올리신 글 등을 읽으면서 느꼈지만 대단하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자기 프로필만 간단히 설명 드리겠습니다.
성별 : 남
나이 : 24살
학력 : 고졸
전공 : 기계제도/설계
제가 사실 어려서부터 기계/기술/과학/미술 쪽에 관심이 많아 초등학교 때부터 꿈을 가지고 살아왔습니다. 사실 초등학교 때 알면 뭘 알겠느냐는 생각이 드시겠지만 라디오조립이나 미술경진대회 같은데 나가서 상도 타고 선생님들로부터 잘한다고 칭찬도 많이 받았습니다.
솔직히 저는 진로 문제를 초등학생 때부터 진지하게 생각했는데요. 가정형편상 좋지 못해 좋아하는 미술은 그만두고, 과학/기술 쪽을 목표로 하여 열심히 매진했답니다.
중학교 때 다른 애들 나가서 놀 때 학교공부 끝나면 특활로 과학 상자를 했었는데요. 당시 중학교 때에 과학탐구대회라는 조촐한 대화가 있어서 3년간 그 바닥에 유명하신 선생님의 가르침 아래에서 열심히 배웠습니다. 열심히 한 결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습니다. ㅎㅎㅎ
고등학교 올라와서는 조금도 체계적으로 배워보고 싶었는데 저의 신체적 특성상 현장에서 가공을 하는 건 무리였습니다. (허약체질...)
그래서 전공을 삼은 것이 설계였고 고등학교에서는 기능경기대회에 CAD/기계제도가 있었기에 기능생 생활을 지원했습니다. 꿈이 있었고 목표가 있었기에 3년간 열정과 혼신을 부어서 결과적으로 전국대회 입상을 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가 지금까지 저의 삶 중 가장 꿈에 가까웠던 시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입상경력으로 현재 모 대기업에 입사하게 되었는데요. 이때까지만 해도 저는 제 전공을 이대로 이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단추가 잘못 채워진 것이었습니다. 배치 받은 부서는 옆의 영업/마케팅 및 생산 진행을 함께 수행하는 다목적 부서로 저는 배치되었습니다.
제 성격상 맡은 바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몸에 두드러기가 날 정도로 성실/근면을 제 자신에게 어필했었기에 배치 받은 부서에서 제가 할 수 있는 노력을 하면서 설계부서로 이동을 조금씩 어필했었습니다.
하지만 상사의 너무 높은 허들에 제 몸과 마음은 서서히 지치기 시작했고 1년쯤에 극도로 나빠졌습니다. 이 때 파트장님께 상사와의 관계와 나의 적성/전공이 맞지 않아 부서이동을 허락해달라고 이야기 했었는데요. 이때 파트장님 말씀이 "아직 1년도 안되었는데 너에게 적성이 맞는지 안 맞는지 어찌 아느냐? 조금만 더 해보고 안 되면 그 때 이야기해라." 하고 이야기를 종결하셨습니다.
저 역시 그 말에 공감하였기에 다시금 맘을 다잡고 일했지만, 사실상 이 업무에 불만은 이것만이 아니었습니다. 똑같이 돈을 버는데 모두들 저한테 일을 떠넘기고, 문제가 생기면 모두 제가 책임을 져야 되고, 그로 인해 매일 같이 늦게 퇴근하면서 자기생활조차 꿈꾸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인간의 이기적인 마음은 당연한 건데, 제가 그동안 너무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았던 것 같다는 괜한 피해의식까지 느끼고 있습니다.
벌써 4년째입니다. 3년 전 그때 생각했던 것 보다 상황이 더 안 좋아졌고, 의욕과 열정은 식은 지 오래고, 이제는 제가 설계부서 가서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의구심마저 듭니다......
상사와의 인간관계, 업무적성, 피해의식 등이 날마다 저를 힘들게 하고 심지어 오늘은 아무 이유 없이 월차를 사용할 정도로 심각합니다. ㅠㅠ
그래도 제가 선택해서 부서이동을 하면 후회하더라도 거기 가서 후회를 하고 싶습니다. 망설여서 선택하지도 못하고 후회하기보다는 말이죠... 결국 부서이동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만... 문제는 파트장님을 설득할 수 있는 방안이 없습니다.
우선, 저와 저의 상사 사이는 공인 인증적으로 사이가 안 좋기를 소문이 나있습니다. 하지만 상사는 업무적으로 윗분들에게 인정을 받고 있어서 결과적으로 저만 좋지 못한 인상을 받고 있습니다. 이거 역시 저의 피해의식일 수 있지만 정말 그렇게 느끼고 있으니 믿어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부서이동을 원활히 할 수 있는 방안을 알려주세요.. 가능하면 이직은 안하고 싶습니다만, 정말 안 되면 각오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1주일에 한두 번은 죽고 싶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주위 눈치가 보여서 병원을 못가겠습니다.
바쁘시겠지만 답변 부탁드립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답변:
아, 어려운 문제이군요. 회사는 괜찮아 이직은 하고 싶지 않은데 담당하는 직무는 자신과 맞지 않은 직무인데 회사에서 인정받고 있는 상사가 극구반대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어떤 대안들이 있을까요. 최악의 상황을 그린다면 지금 회사를 퇴사하는 것을 예상할 수 있겠죠. 그렇게 되면 현재 대기업 연봉수준을 맞춰줄 수 있는 기업을 찾아야 할 것이고, 자신이 원하는 직무를 맡겨줄 기업을 찾아야 할 겁니다. 쉽지 않은 일이긴 합니다. 하지만 본인의 능력만 있다면 가능한 일입니다. 헤드헌터를 통해서라도 현직에 계시면서 이직이 가능한 회사가 있을지 자문을 구해보시길 바랍니다.
다만 현재 상태로는 고졸에 낮은 직급에 설계 분야의 업무 성과가 없기 때문에 ‘인재 시장’에 나오더라도 희망하는 직종으로 이직을 하거나 동종 분야에서도 대접을 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제대로 된 대접을 받으려면 자신의 역량을 키워야만 합니다.
그것은 현재 부서에 남아 있든 아니면 원하던 다른 부서로 가든 마찬가지입니다. 역량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전문분야의 역량입니다. 내가 맡은 분야 또는 내가 맡고 싶은 분야에 대한 확고한 역량이 있어야만 합니다. 설령 지금 내가 맡고 싶지 않은 분야에 있더라도 맡고 싶은 분야에 대한 열망을 키워 틈틈이 준비하고 배워 회사가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합니다.
두 번째는 범용적(혹은 보편적) 역량입니다. 사회생활을 하면 누구나 가지고 있어야 할 공통적 역량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정보를 수집하고, 분류하고, 편집하고, 의미 있게 기획하고 재해석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능력도 하나이겠죠. 더불어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대인관계와 팀워크 능력,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능력, 문서작성능력,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는 자기절제 능력, 인성 등 걷잡을 수 없이 많겠죠.
그런데 조직이나 사회에서 요구하는 공통역량이 부족하더라도 전문역량만 있다면 조직에서는 그 구성원을 결코 무시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런데 그런 역량은 있으신지요. 그것을 갖추기 전까지는 자신의 목소리를 온전히 다 내기는 힘들 겁니다. 그렇다면 일단은 고개를 숙이고 역량을 키우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비굴해보일 수도 있고,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것이 진정한 자신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이 될 겁니다. 투자해야 합니다. 몸도 힘들고, 마음도 힘들고, 시간도 넉넉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해내야만 합니다. 그렇게 못하겠다면 자신이 원하는 목표는 이루기 어려울 겁니다. 오로지 본인이 선택하고 지속적으로 결행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상사를 바꿀 방법은 없습니다. 있다고 해도 상당히 어려울 겁니다. 제가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경험하면서 느꼈던 점은 상사를 이길 방법은 별로 없더라는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제가 몇 번 이긴 적은 있지만 결국은 제가 퇴사를 하게 되더라고요. 어떤 형태로든 상사와 부닥치면 80% 가량은 질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지더라도 도전해야 할 것은 도전해야겠죠.
하지만 상사의 마음을 돌이키기는 분명 어렵습니다. 게다가 회사에서 인정받고 있는 상사라면 더더욱 이기기 어렵습니다. 그것은 나중에 다른 사람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모의 마음을 바꾸고 싶다거나, 배우자의 마음을 바꾸고 싶다거나, 자식의 마음을 바꾸고 싶다거나, 친구나 연인의 마음을 바꾸고 싶다거나 하는 모든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은 잘 바뀌지 않습니다. 물론 완전히 바꿀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내 의도대로 쉬이 바뀌지는 않을 거라는 겁니다. 아주 간단한 진리인데 사람들이 그것을 잘 모릅니다. 하지만 나 자신은 바꿀 수 있습니다.
나에게 발생한 문제의 해결방법을 자꾸 바깥에서만 찾으시면 해결방법은 갈수록 더 모호해집니다. 지속적으로 나 자신에게서 찾아야 합니다. 나에게는 문제가 없는지 냉정하게 자신에게 물어보십시오. 제3자에게도 물어보시고, 같이 근무하는 동료 분들에게도 물어보시고, 자신에게도 질문을 던져보세요. 제대로 잘하고 있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아니라 오로지 나 자신을 바로 세우는데 집중해야 합니다. 인생은 다른 사람을 바로 세우는 것이 아닙니다. 삶은 자신을 바로 세우는 길입니다.
지금 현재 심리적으로 취약해보입니다. 좀 더 굳건한 의지를 가지고 행동하세요. 나 자신을 바로 세우면 타 부서로 옮기는 일, 상사를 바꾸는 일, 회사를 옮겨서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등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정말입니다. 오로지 자신을 바로 세우는 일에만 집중하시길 바랍니다.
가장 중요한 말씀을 드리지 못한 것 같아서 마지막으로 드립니다. 나 자신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정하시길 바랍니다. 인생을 어떻게 살고 싶은지 정해야 합니다. 내가 원하는 직무는 아니어도 안정적인 보수를 받을 수 있는 지금과 같은 대기업에 계시고 싶다면 최대한 기업에 맞춰야 합니다. 싫은 상사에게도 맞춰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만일 나 자신의 가치가 안정이 아니라 자아실현이라든지 자기성장이라든지 능력구현이라든지 한다면 과감하게 지금의 직장을 벗어날 각오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상사에게 강력하게 요구해야 합니다. 설계 업무를 맡겨주지 않는다면 퇴사를 불사하겠다고 말할 용기와 배짱이 있어야 합니다. 어쩌면 정말 회사를 그만둬야 할지도 모릅니다. 불안할 겁니다. 취업을 한다고 하더라도 지금보다 반토막 정도의 연봉으로 신입직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하고 싶은 일이라면 일보전진을 위해 이보 후퇴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후자를 선택한다면 분명 불안정할 겁니다. 어느 쪽에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나 자신이 인생에서 무엇을 원하고 바라는지, 직업생활에서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해야만 결정할 수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을 요구하신다면 앞에서는 자세와 태도를 바로 잡으라고 말씀드렸지만 저는 한 번 과감하게 도전해보시길 권합니다. 분명 재능이 있어 보입니다. 그 재능을 그냥 썩히기는 너무 아깝지 않은가하는 생각입니다. 이것은 순전히 제 개인적 의견입니다. 그에 뒤따르는 결과가 냉혹하도록 무참할 수 있기에 두려운 마음입니다.
부디 현명한 선택과 행동이 뒤따르길 기원합니다.
무엇보다도 님의 행복한 인생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
따뜻한 카리스마, 정철상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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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청춘의 진로나침반>,<서른 번 직업을 바꿔야만 했던 남자>, <심리학이 청춘에게 묻다>, <가슴 뛰는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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