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멀리서 단풍을 바라보면 모두 아름답게 보인다
해고된 첫날, 온종일 멍하니 집에만 박혀 있었다. 마치 내 머리가 정지된 느낌이었다. 나 자신조차도 내가 싫었다. 정신이 들 때면 부모님께 죄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멍하게 며칠을 방구석에서 보냈다.
불현듯 ‘한국은 내가 있을 곳이 못 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솔직한 심정으로는 ‘지금 내 실력으로는 한국에선 안 되겠다’라는 생각뿐이었다. 분명 현실로부터 도피하고 싶은 욕망이 숨겨져 있었을 것이다.
어머니에게 미국으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집안 형편이야 내가 잘 알고 있으니 부모님의 힘으로 갈 수는 없었다. 돈 한 푼 안 줘도 좋으니 부디 허락만 해 달라고 졸랐다. 이미 내 나이는 서른이 넘어 있었다.
미국으로 가기 전에 전국 일주를 해보고 싶었다. 바닷가가 보이는 동해안으로 해서 강원도를 거친 뒤 수도권을 가로질러 서해안과 남해안을 지나 다시 고향 부산으로 돌아올 계획을 잡았다. 내 차로 여행할 계획이었다. 보름 정도라면 넉넉하겠다는 생각으로 출발했다.
먹을 것과 더불어 취침용 이불까지 차에 가득 실었다. 돈이 없기에 차에서 먹고 자고 지낼 요량이었다. 첫날은 너무 행복했다. 동해안의 한 바닷가에 머물렀다. 바다를 바라보면서 내 느낌을 일기장에 담았다. 중간중간 책도 읽었다. 제법 낭만적이었다. 그렇게 바다를 바라보며 동해안을 달렸다. 1시간 단위로 운전하면서 바다 앞에서 멈춰 쉬곤 했다.
주로 바닷가 앞에 차를 세워두고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잠들었다. 세면은 국도 휴게소에서 해결했다. 그렇게 꿈만 같던 사흘이 흘러갔다. 나의 내면을 정말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오로지 나만을 위한 시간이었다. 그런데 문득 외로워지기 시작했다. 아니, 외로웠다. 돌아 가고 싶었다. 어머니의 품으로, 내 가족과 친구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이런 마음으로 어떻게 외국에서 홀로 견디며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래도 일단은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급작스럽게 찾아든 고독을 견딜 수 없었다. 어느새 한국을 떠나고 싶던 마음은 누그러들고, 오로지 집으로 되돌아가고 싶다는 일념만이 나를 사로잡았다.
불현듯 ‘내가 처한 환경에 정면으로 돌파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송국 일을 그만둔 뒤 다른 회사에 입사 지원도 안 해봤다. 그냥 ‘미국에 가면 잘될 거야’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행에서 내가 얻은 첫 번째 깨달음은 ‘내게 주어진 문제를 냉엄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피한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일단 도전해보자. 내 문제를 내가 처한 현실에서 풀어보자. 정면으로 돌파해보자!’라고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여행을 마치기 전에 단풍이 물든 설악을 밟아보고 싶었다. 새로운 목표를 잡자 작은 희망이 솟아나는 듯 기뻤다. 새로운 설렘으로 설악산에 도착하자마자 단풍나무 쪽으로 아이처럼 신나게 뛰어갔다. 붉게 물든 단풍잎을 풍성하게 가져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가까이서 바라본 단풍잎에는 흉이 많았다. 이리 보고 저리 보아도 깨끗한 단풍잎을 찾기는 어려웠다.
모든 단풍잎에는 상처와 허물이 있었다. 문득 사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행복해 보이고 문제없이 잘살아가고 있는데 ‘왜 나만 이런 것일까? 왜 나만 지금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무엇 때문에 이렇게 나는 부족한 것일까? 왜 나에게만 시련이 있는 것일까?’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는지 반성의 마음도 일었다.
사람들과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그들의 문제점이 하나둘씩 보이기 마련이다. 그렇다. 막상 멀리서 보면 다들 아름다워 보인다. 하지만 사람들을 가까이서 바라보면 상처도 많고 허물도 보인다. ‘다른 사람은 모두 괜찮은데 나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이 나의 가슴에 뭉클 와 닿았다. 그리고 ‘나 자신의 문제를 개선하려고 노력했는가. 내 허물 뒤에 숨어 있는 것들을 제대로 끄집어내 보았는가’ 하는 반성의 마음이 일었다.
‘그래, 나를 가로막지 말자. 힘을 키워보자.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는 힘을 키우자’라는 다짐을 하면서 왔던 걸음을 되돌렸다. 그리하여평소에 생각지도 않았던 영업직으로까지 입사 지원 범위를 넓혔다.
마침내 외국계 회사에 기술영업직으로 채용되었고, 새로운 커리어의 세계로 접어들었다.
해고 여행에서 얻은 3가지 깨달음
● 인간은 누구나 외로운 존재다.
● 내가 마주한 문제를 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맞서자.
● 인간은 누구에게나 허물이 있다. 그러나 허물을 뛰어넘으면 인간 내면의 아름다움을 바라볼 수 있다.
참조문헌: <서른 번 직업을 바꿔야만 했던 남자>
* 페이스북 코멘트:
젊은 날 IMF가 닥치며 다니고 있던 방송국의 구조조정에 휘말려 해고를 당했습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이었는데요.
한국을 떠나고 싶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산천을 보고 싶다는 마음에 떠난 해고여행에서 3가지 깨달음을 얻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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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청춘의 진로나침반>,<서른 번 직업을 바꿔야만 했던 남자>, <심리학이 청춘에게 묻다>, <가슴 뛰는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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