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내성적이라는 이유로 상사들이 저를 싫어하네요
먼저 뜬금없이 이메일로 상담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군요.^^;
저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 사는 수많은 국민들이 정철상 교수님께 이런저런 고충들을 얘기함으로서, 일일이 답변하시는데 큰 무리가 없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정말 고생이 많으시고, 정철상 교수님의 티스토리 블로그를 알게 되면서 항상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이미지출처: EBS방송 "나는 내성적인 사람입니다"중에서 인터뷰하는 내향적인 분, 하지만 본 사진의 인물은 이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분은 아닙니다.)
간략히 제 소개를 하자면, 작년 2월에 지방대 컴퓨터 공학과 4년제를 졸업하였지만, 학점이 그리 좋지 않았고, IT 기업에 곧바로 투입될 정도의 실무 기술 및 프로젝트 개발이 없어, 안타깝게도 정규직 취업은 뒤로 미룬 채 지난 1년 동안은 공기업 인턴으로 취직하였습니다.
거기서 하는 일은 주로 단순 업무라, 업무에 적응하는 데엔 큰 어려움이 없었고, 그곳 직원들 및 동료들과 잘 어울렸었습니다. 특별히 배운 건 없었지만 추억에 남는 1년간의 인턴생활이었다 생각합니다.
문제는 올해입니다. 새해부터 지금까지 인생 방황만 하는 백수 생활을 여전히 하고 있죠.;;한심하게도 대학교 졸업이 다가올 때와 지난 1년 동안 인턴생활을 하면서 전공 공부, 구직 활동 등을 열심히 하여 취직 준비를 했어야 하는데, 정말 두고두고 후회가 됩니다.
인턴 생활이 끝나자마자 정보처리기사와 컴퓨터 활용능력 1급 자격증을 준비하여 취득하는 데에 성공했어도, 이젠 자격증이 취직 성공 보증 수표가 아닐뿐더러 수 없이 많다고 해서 면접은커녕 서류 전형에도 탈락한 사례가 있으니 말이죠.
뒤늦게 워크넷을 통하여 구직활동을 했었지만, 주로 중소기업 쪽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문자들만 왔었고, 그 중 한 중소기업 개발 회사에서 회사 사장님께서 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면접 보러 오라고 하더군요. 더욱 이상한 것은 면접 후 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그리고 면접도 그리 잘 보지 못했습니다.
앞에서 제가 밝혔듯이 개발 경력과 실무 기술 및 프로젝트 경험이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이 초라할 수밖에 없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면접본지 1주일 후에 사장님이 다음날에 출근할 수 있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출근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고 다음날에 첫 출근 하였습니다.
첫 출근 날은 정말 괴로웠습니다.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라 사장님을 비롯한 선배님들에게 인사하거나 바닥 청소를 하는 게 전부였고, 도대체 절 무슨 이유로 뽑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거기다 그 곳에서 일하는 선배님들은 웃음도 일하는 보람조차 없어 보였고, 근로 계약서 작성을 계속 미루게 되었습니다. 1주일 후, 사장님께선 "근로 계약서 쓰고 싶지?" 라며 저에게 프로그래밍 테스트를 시켰습니다. 결과는 보기 좋게 실패하여 "굉장히 실망이야."라며 내일부터 회사 나오지 말라고 하더군요.
다시 백수생활을 하면서, IT쪽은 이제 안 되겠다 싶어 책 제본을 하는 회사에 지원서를 냈고, 그 곳 점장님과 면접을 본 뒤, 합격 통보를 받아 다음 주 월요일부터 출근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이곳에서도 퇴짜를 맞게 되었습니다. 손재주 없고, 일 눈치 없고, 성격이 내성적이라는 이유로 선배님들에게 싫은 소리를 들었고, 제게 발길질하며 "넌 잘하는 게 대체 뭐냐?" "성질 건들기만 해봐라!" 라는 무시를 당했습니다. 또한 점장님 역시 쟨 도저히 안 되겠다는 눈으로 절 쳐다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입사한지 한 달 후에 점장님께 사직서를 내고 관뒀습니다.
정말 두고두고 후회가 되는 제 과거였고, 그 동안 아무런 생각 없이 노력 없이 살았다는 결과를 뚜렷이 보여줬습니다. 그저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만 들뿐이고, 창피하여 어느 누구와도 만나기가 싫습니다.
지금은 신문, 독서, 교수님의 좋은 글을 읽으며 제 자신을 찾으려 하지만, 더 심각한 것은 제가 친구들이 많지 않다보니 인맥 능력 역시 없습니다. 도무지 답이 안 나오네요. 물론 제 자신은 제가 더 잘 알아야 하는데..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은 대학교 때 배웠던 IT 전공을 잘 살려, IT쪽으로 취직하거나, 다른 기술을 배워서 그 쪽으로 나아가던지 아니면 경영학 공부를 하여 창업을 하려는 겁니다.
쓰다 보니 교수님께 상담하려는 글이 아닌 저의 하찮은 호소 글인 것 같네요.;; 이젠 더 이상 허송세월 하고 싶지 않고 뭔가 하나라도 제대로 배워서 잘하고 싶습니다. 저는 세계의 갑부들처럼 많은 돈을 바라지도 않습니다. 오로지 건강하고 진지한 제 인생을 살고 싶습니다.
따끔한 쓴 소리를 하셔도 좋습니다. 다만 교수님의 쓴 소리일 뿐. 신성한 교수님의 블로그에 와서 이상한 덧글을 다는 자들은 모두 다 정중히 머리 숙여 사양하겠습니다.
좋은 조언 부탁드리며, 언젠가 교수님의 강의를 듣게 된다면 직접 찾아가 듣고 싶습니다.
항상 수고 하시고, 얼마 남지 않은 2010년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답변:
저를 존귀하게 생각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그렇게 너무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다가 오히려 정작 자신은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의주신 분의 성격을 가지신 분들은 조금 이기적이라는 말을 듣더라도 자기 것도 잘 챙겼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여기저기 직종을 옮겨 다니는 것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저 역시 워낙 많은 직종을 옮긴 사람이라 그런 말할 자격이 없다고 볼 수 있지만 직업적인 견해에서 말씀드립니다. 여러 가지 여건 그러니까 성격, 집안 환경, 좋아하는 일, 프로그래밍 숙련도, 프로젝트 참여도, 가치관, 화술, 외모, 사는 지역, 비즈니스 실무역량 등에 대해서는 자세히 모르겠습니다.
말씀하신 내용만을 바탕으로 하자면 내향형으로 보입니다. 자연스러운 경향인데요. 여러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어울리는데 다소 시간이 걸리거나 어려움을 겪는 경향이 있는 유형입니다. 하지만 혼자 하는 일, 집중력이 요구되는 일에는 빨리 적응하기 쉽습니다. 따라서 프로그래밍 관련한 일이 비교적 적합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27살 정도라면 정부교육기관이나 민간교육기관에서 좀 더 실용적인 IT 프로그래밍 교육을 받아보시길 바랍니다. 청년실업지원 프로그램이 있어서 그렇게 큰 비용 없이, 경우에 따라 비용을 지불받으면서까지, 교육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있을 겁니다.
삼성멀티캠퍼스, 비트컴퓨터, 쌍용정보통신 교육센터 홈페이지 등을 확인해보시고요. 전파통신인재개발교육원(http://www.aiit.or.kr)의 통신전문기술교육 같은 것을 받아보시길 바랍니다. 적어도 6개월에서 1년 정도 집중적으로 프로그래밍 교육을 더 받으시고, 작은 기업이라도 취업을 해서 코딩부터라도 시작하면 곧 자리 잡을 수 있게 될 겁니다.
그런 다음에는 좀 더 사교적인 활동도해보시고,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방법, 비즈니스 생존전략 등도 배워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좌절해서 이것저것에 매달리지 말고 프로그래밍쪽에 깊이 파고드시길 권해드립니다. 더불어 <어머니 저 해냈어요>, <빵 굽는 CEO>, <내성적인 사람이 성공한다>라는 책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힘과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모임이나 세미나를 찾아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도 듣고 그들과 교제도 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참, 이 글을 읽을 즈음에 하고 있을 공병호박사의 자기경영전략 세미나에도 한 번 참석해보시길 권하고 싶네요. 관련정보: http://www.careernote.co.kr/1133
감사합니다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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