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안녕하세요^^
00에 사는 재수생입니다.
늘 상담하는 상상만 하다가....그렇게 참다가.. 참다가..메일을 쓰게 됩니다.
바쁘신 줄 알지만.. 선생님께 메일이라도 보내면 머릿속이 한결 가벼워질까..하는 생각에 이렇게 씁니다.
가족이 함께 밥을 먹은 지도.. 벌써 5년이 다 되어 갑니다.
제 선택에 의해서 어머니와 떨어진 것도 아니고
제 선택에 의해서 아버지와 함께 산 것도 아닙니다.
한 살 어린 동생과 저.. 그리고 아버지..
이렇게 셋이 지금껏 살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3년을 학교생활에 미쳐서 집을 잊고 지냈습니다.
(Daum 이미지 '가난한 부모' 검색결과 화면 캡쳐)
중학교 땐 정말 공부만 아는.. 너무나도 여린 저였는데..
어머니가 다른 곳으로 일하러 가시고.. (다른 이유도 있지만..)
어머니께.. 씩씩하고 밝게 잘 지내는 모습.. 혼자서도 잘 할 수 있다는 모습 보여드리기 위해 반장도 하고 부회장도 했었습니다.
친구들이 좋았고.. 선생님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고2가 되면서 어떤 선생님이 그러시더군요..
그렇게 친구들, 선배들, 선생님들이 좋아하는 일 해서 니가 남는 게 뭐가 있냐고..
꿈이나 목표는 없냐고..
공부해서 성공하려면..돈 많이 벌려면 지금 그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전.. 돈 많이 벌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엄마랑 아빠랑 동생이랑 좋은 집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었거든요.
가난 때문에 엄마와 떨어져 산 건 아니지만..
가난하지 않았더라면 같이 살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늘 했었거든요..
그래서. 고3 때부터 친구들과 놀지도 않고
책상에 앉아서 공부만 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지독하게 했는데도 성적은 오르지 않더라구요.
뭐.. 결과적으론.. 지금 재수하고 있지만..
단지 저희 집 가족사 때문에 글을 쓰는 건 아니예요.
(제가 고3때.. 아침6시면..삼각 김밥 입에 쑤셔 넣고..그렇게 학교를 갔거든요..그게 너무 서러웠어요..그래서 동생은 그런 감정 안 느꼈음 싶어서.. 아침밥도 챙겨주고..더 엄마처럼 굴어요..제가..)
자주보진 못하지만.. (일 년에 두세 번..)
볼 때마다 한 움큼씩 머리카락이 빠져있는 엄마를 보면...
미안하고.. 또 미안해요..
엄마를 미워했던 내 자신이 밉고..
빨리 성공해서 돈 벌어야 겠단 생각도 들고..
왜 우리 가족은.. 이렇지.. 하며 하늘을 원망하기도 해요..
이모들..사촌 언니들이 항상 말했어요..(요샌 안 만나지만)
엄마한테 잘 해라. 동생 잘 돌보고..
그들은..엄마만 이해하더군요..
아무도.. 우릴(동생과 저) 이해해주지 않더군요..
힘들지.. 조금만 힘내라... 너네 마음 다 이해한다..
듣고 싶었어요.. 엄마만 이해하는 사람이 아니라.. 아빠만 이해하는 사람이 아니라..
우릴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길 바랬어요...
사춘기인데..
한창 진로와 공부 걱정할 나이인데..
그렇게 혼자서.. 걱정하는 버릇 들여서.. 결국.. 재수를 하게 되었지만..
엄마.. 아빠가.. 불쌍합니다..하지만.. 너무 밉습니다.. 그래도.. 사랑합니다..그래서.. 더 슬픕니다..
우리가족 다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날이 오겠죠..?
제 꿈입니다. 지금 재수하는 것도 그럴 날이 빨리 오게끔 하기 위해서 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제 꿈이 뭔 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늘 친구들.. 인간관계.. 뭐 이런 것만 생각한다고 제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고 살았어요..
지금은.. 친구들이랑 연락 끊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있는 중입니다.
오늘.. 오랜만에 아빠와 깊은 대화를 나눴어요.,.
늘 친구만 알고 그래서 그런 점을 닮고 싶지 않았는데..
아빠랑 얘기를 나누다 보니.. 제가 아빠랑 많이.. 아주 많이.. 닮아 있더라구요.
성격하며.. 지금 사춘기 시절하며..
제 성격이요?
성격검사를 했더니 ENFJ형.. 언변능숙형이라더구요..
"사교적이며 사람들을 좋아하고 다른 사람들의 좋은 점을 때론 지나치게 이상화하고 맹목적 충성을 보이는 경향도 있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과 칭찬을 받으면 맡은 일에 열중하나 비판에 민감하다.
ENFJ형은 인간 자체에 최대의 중요성과 우선권을 준다.
그 결과로써 타인의 정서까지도 자기의 책임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정말.... 어쩜 이리도 딱 들어맞는지..
아빤.. 저보고
"고집이 아집이 될 수 있단 걸 조심해라. 자기 실속을 차려야 한다. 인내심을 가져라.."
라면서 아빠가 살아오면서 느낀 교훈을 얘기해 주셨어요...
다 맞는 말인데.. 지금.. 중요한 건 공부에 집중이 안 된다는 거예요..
내 능력 키우려고 공부해서.. 돈도 많이 벌고 이 사회에 공헌해야지.. 했는데..
꿈이 뭔지도 모르겠고. 자꾸 잡생각만 나고..
지나가는 대학생들 보면.. 부러워 죽겠고.. 그래요..
하루 종일 내 꿈이 뭔지 생각해 본 적도 있구요.
생각이 꼬리를 문다라는 말도 아는데.. 자꾸 생각을 단순화 해야지.. 하면서도 그게 잘 안 되네요.
내가 일하는 분야의 최고가 되어야지..하면서도 근데.. 내가 일하는 분야.. 뭘 하면 좋지... 뭘 해야 하지..싶고..
솔직히 음악.. 연기가 하고 싶은데..
그것도 남 의식해야 하는 직업이잖아요.
제 성격상 남들 생각.. 중요하게 여기는데.. 과연 내가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그 일을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특히나 부모님들에게 좀.. 죄송하기도 하구요.
안정적인 직업이 아니다 보니.. 경제적으로 어려울 수도 있잖아요..
선생님.. 너무 걱정 많은 제가.. 생각 많은 제가.. 싫습니다..
이게 방황이라면.. 빨리.. 끝내고 싶어요..
음악학원 연기학원 다니는 게 맞을까요...
아님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는 게 맞을 까요..
좋은 대학 가서 내가 번 돈으로 음악학원 다니는 게 맞을까요..
마지막 게 제일 맞다 싶은데도 공부가 안 됩니다..
이런 제가 너무 싫습니다...
선생님.. 그냥. 속에 있는 말... 두서없이 썼습니다..
무슨 말인지.. 저도 모르곘어요..
정리도 안 되고.. 눈물 콧물 때문에 앞도 안 보이고..
갑갑해서.. 선생님이라면.. 조금은 이해해 주실거란 생각에 ..이렇게 썼습니다..
읽어주시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합니다..
제 생각을.. 제 마음을 읽어주는 분이 계시다는 게 다행입니다
답변:
문의하신 글을 제가 읽어주는 것만으로 감사한 일이라고 말씀해주시니 제가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부족한 저에게 문의해주신 것만으로 깊이 감사드립니다.
한참 민감하고 예민한 청소년. 그 시기에 너무 많은 짐을 지고 살아오신 것 같습니다. 가정 문제에다 진로 문제까지 크군요. 들어가려고 했던 대학에서 미끄러져 재수를 하고 있고, 그것도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고, 게다가 집안 형편이나 사정도 여건이 좋지 못하고, 게다가 꿈은 있으나 의지는 박약하고-_-;;;
참, 운명이란,,,엎친 데 덮치는 격이라더니 갈수록 태산이죠-_-;;;
하지만 저는 운명을 믿지 않습니다. 운명은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라고 절대적으로 믿는 사람입니다.
지금 당장은 너무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상태일 수 있습니다. 사실 연기학원을 가든, 대학을 가든 마찬가지로 안개 속에서 헤매는 느낌은 계속해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올바른 방향을 잡는 것이 중요하겠죠.
연기나 음악이라는 분야는 미쳐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수준이나 재능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만 서면상의 이야기만으로는 그 재능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생각 듭니다.
하지만 적어도 본인이 미칠 정도의 상태가 아니라면 연기학원으로 직행하는 것은 별 도움이 되지 않을 듯합니다. 만일 본인이 연기적 재능이 있다면 어떤 대학, 어느 학과를 선택하더라도 반드시 그 끼를 발휘할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연기 학원 쪽으로 가려는 일은 깨끗하게 포기를 했으면 합니다. 지금 괴로운 이유 중에 하나가 선택의 가지 수가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선택의 범위를 좁히는 작업부터 해야겠습니다. 어느 학과를 선택할지부터 정해야 합니다. 많이도 말고 2,3개 학과로 범위를 좁히세요. 그런 다음 들어가고 싶은 대학도 2,3군데를 선정하세요. 물론 예비로 10군데 대학을 별도로 선정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좋은 대학, 좋은 학과를 들어가기 위해 내가 받아야 할 수능 점수 목표를 선정해봅니다. 그런 다음에는 일단 다른 모든 상황은 깨끗하게 잊어버리세요. 완벽하게 수능시험에 몰입하세요.
사실 재수도 해서는 안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정 형편도 좋지 않는데 한해 두해 더 공부에 매달릴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공부나 학업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것보다는 사회적 경험과 도전을 통해서 삶을 부닥치면서 배워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저 역시도 누구보다 가난하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자란 사람이기에 그 마음 이해합니다. 하지만 누구도 탓할 필요 없습니다. 이제는 성인인 만큼 철저하게 나 혼자의 힘으로 모든 것을 해내겠다는 각오를 다지셔야 합니다.
남들보다 최소한 2배 이상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하십시오. 의지를 다지십시오. 온 가족이 힘을 모아 노력한다면 반드시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힘내세요^^
감사합니다
따뜻한 카리스마, 정철상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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