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대선이 남긴 치명적 도덕적 상처

말 많던 대선이 끝났다.

6시가 되어서 출구조사가 발표되었다.

이명박후보의 과반수 득표율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그러나 상당히 실망스럽다.

이 후보가 될 것이라고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그러나 막판까지 동영상 파문으로 이명박 후보에 대한 비판여론이 전국적으로 들끊었기 때문에 적어도 지지율면에서 변동이 있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제 문제는 이명박 후보가 당선이 되었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많은 국민들이 BBK사건의 실체가 거짓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보에게 투표를 했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물론 이명박 후보에 대한 상세한 검찰조사와 동영상에 반박하는 적절한 자료들도 있다. 나도 믿는다. 하지만 적어도 이후보에게는 도덕적 윤리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설령 그가 어느 정도의 실수를 했더라도 그 정도는 누구라도 실수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후보가 잘못된 사람과의 비즈니스에 가담한 판단 실수", "BBK 운영에 대한 간접적 공헌" 등의 도덕적 문제는 분명히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에 대한 사과는 거의 없었다. 단지 "관계가 없다.", "상대진형의 네거티브 공략이다."라고만 일관되게 이야기했다. 그러나 법의 판결과 상관없이 그는 국민들에게 자신의 도덕적 과오를 정확하게 인정하고 사과했어야만 했다.

  국민으로 돌아와서 보자. 나는 전국적으로 강연을 하는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곳저곳의 민심에 대해서 듣게 된다. 솔직히 나는 현정권인 노무현 정부에 대해서 비교적 옹호론자다. 그렇지만 전국적인 민심은 완전히 공황 상태여서 감히 노대통령에 대한 긍정적인 말을 꺼내기도 어려웠다. 사실상 이번 노정권에 대한 반발심이 상당부분 영향을 미친 점도 많았으리라.

  그런데 이번 대선의 문제는 어느 지역의 민초들도 검찰의 발표나 이명박 후보에 말을 믿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에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이것은 국가 도덕적인 문제다. 거짓이라는 것은 알겠지만 그래도 이후보에게 한 표를 던졌다는 것에 우리나라 윤리성에 치명적 타격을 남길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명박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를 믿지 않는다. 나는 이 후보를 지지한다. 그의 말을 믿는다. 그의 정책을 믿는다.’라고 생각하고 투표를 했다면 말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민초들은 그렇지 못했다는 것에 문제의 소지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미국의 OJ 심슨 판결문을 보는 듯하다. 미국내 한 조사에 따르면 "OJ심슨의 무죄판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설문에 미국인의 90%이상이 OJ심슨이 그의 아내를 살해한 것으로 믿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강한 변호인단과 미국내 흑인에 대한 불평등과 처우에 대한 반발로 살인마저 무혐의로 인정해준 미국의 어두운 단면을 대표한 사건이었다.

  그렇다고 지금 내가 특정후보를 비난하자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정권을 뒤흔들고자 하는 의도도 아니다. 오히려 나는 이후보의 팬이기도 했다. 그의 세미나도 들으면서 그의 삶에 존경을 표했다. 무엇보다 어려운 시절을 견디고, 당시 현대라는 작은 기업의 신입사원으로 입사해서 국내굴지의 현대그룹으로 키우고 최고경영자까지 맡게된 그의 드라마틱한 삶과 열정적 도전을 우러러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순간에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도덕성이다. 정직과 도덕성에 대해서 말하자면 나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어느 누가 완전히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그렇지만 적어도 한 나라의 지도자라면 누구보다 깨끗하고 신뢰할 수 있는 믿음과 도덕성을 갖춰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필리핀은 5,60년대에 우리나라보다 선진국가였다. 그러나 리더가 부패하기 시작하면서 몰락했다. 우리는 그러한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이후보는 국민에게 사과하고 겸허한 자세로 국민에게 도움과 화합을 호소해야 할 것이다.

  우리 국민 모두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앞으로의 정책을 평가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가 더욱 더 정신을 가다듬고 사회적 도덕성을 회복하려 노력해야 이 나라가 바로 설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궁극적으로 나는 이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과정에서도 좋은 길로 나아가고 있다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어쩔 수 없는 반골기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맹목적 긍정성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이명박 후보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좋은 정치를 기대할 수 밖에 없음을...

17대 대선 선거개표결과를 보면서...

* 당시에 글을 쓸 때만 해도 이런 비통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차마 상상도 못했습니다.
똥 묻은 개들이, 겨 묻은 개를 비난하는 꼴이 되어버렸습니다.
옛 글을 보면서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기원하며, 그를 그리는 글들을 남깁니다.

'바보 노무현'과 관련해 써둔 글 모음

2009/05/29 봉하마을, 마지막 조문 위해 3시간씩 기다려도, 밤새워 늘어선 추모객들...

2009/05/28 모래 예술로 만든 노무현 전 대통령 얼굴 보니...

2009/05/27 국민들이 노무현에 오열을 터트리는 이유

2009/05/25 내가 노무현에 눈물을 흘린 이유 

2009/05/23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소식에 눈물만 흘러내리고... 

2008/05/14 정직하면 손해본다는 말은 착각, 도덕성이 경쟁력이다!

2008/05/06 택시기사, 노무현 시절이 오히려 더 좋았다 

2008/04/06 경상도와 전라도의 지역감정 

2008/02/27 봉하마을 벗어나면 가만 안둘 것이다

2008/02/23 노무현 대통령의 성격유형 

2007/12/28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불편한 진실

2007/12/19 17대 대선이 남긴 치명적 도덕적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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