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방송을 통해 미래 산업과 기업가 정문술에 대해 종종 들어왔다.
국정원 출신의 기업가라고 해서 국가 쪽에 든든한 인맥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언뜻 들었다.
아니라 다를까 저자는 그런 오해를 많이 받아왔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일군 미래 산업의 이야기를 다룬 <왜 벌써 절망합니까>라는 책을 읽어보니 전혀 근거 없는 추측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이런 CEO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는 훌륭했다. 18년간의 국가공무원 생활로 인한 갑으로서의 생활을 접고 을로 살아간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실제로도 그와 같이 강제로 퇴직 당했던 공무원들 중에 한 명은 퇴직금 모두를 날리고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고 있고, 그 중에 2명은 사업실패로 자살까지 했다고 한다.
그 역시 퇴직하자마자 사기를 당해 인수한 풍전기공에서 퇴직금의 절반을 그대로 날려버렸다. 그래도 기술과 경영을 배우고 좋은 인재를 얻은 것을 큰 재산으로 삼았다.
금새 사업으로 다시 뛰어들지 않고 18년간의 공무원 근성을 버리기 위해 자질구레한 모든 일까지 스스로 하려고 노력하며 새 사업을 구상했다고 한다.
그렇게 사업에 실패하고, 이름 없는 작은 중소기업이었을 때조차 좋은 인재들이 뒤따르는 것이 몹시 부러웠다.
그런데 정문술을 만난 사람이라면 그에게 빠질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늘 자신을 낮추고, 번거로운 형식과 권위와 모든 절차를 탈피하고 기술개발을 위한 과감한 투자를 하고, 미래를 향해 도전하는 그에게 매료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를 다니다보면 결재받기가 여간 번거롭고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상당수의 결재권한을 담당자에게 전임했을 뿐 아니라 선결재 후보고라는 방식으로 결재방식을 편리하게 처리했다는 발상도 놀라웠다. 게다가 연구개발비의 경우에는 금액이 얼마든 갔다 쓰고 보고도 하지 말라고 했다니 그의 태도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라웠다.
그의 이야기를 읽고는 ‘내가 왜 사업에 실패했는지 알겠다’는 부끄러움이 일었다.“아, 다시는 사업하지는 않으리라!”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나도 다시 한 번 사업에 도전해보고 싶다”라는 생각도 든다.
우리나라에도 정문술 대표와 같은 경영자가 있다는 것이 무척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일본의 중소기업 대표들의 책을 읽으며 우리나라에는 왜 이런 기업가가 없을까하고 안타까웠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에 비해서 전혀 쳐지지 않는 경영철학을 가진 정문술 대표에게 깊은 존경심을 느꼈다.
그를 찾아온 기자에게 정문술 대표는 대기업이 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고 말한다. 끊임없이 세포분열을 통한 변화와 발전하는 젊은 기업이 되고 싶다는 정문술 대표의 기업 비전에 대해 기자는 어리둥절 한다. 그러면 미래 산업에 도대체 무엇이 남느냐고. 그러자 정대표는 ‘자부심’이라고 말한다. 정문술 대표다운 대답이다. 보통 사람들이 따라가기 힘든 놀라운 경영철학과 신념이다.
정문술 대표가 앞으로도 미래 산업에 몰두해야겠지만 좋은 기업가들을 양성할 수 있도록 기업가 양성에도 애써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발행된 지 벌써 15년이 넘은 책이다. 하지만 시간이 더 지나간다고 하더라도 경영자 정문술의 경영철학이 기업가정신은 오래토록 살아남을 것이다. 앞으로도 더 좋은 경영자들이 우리 사회에 배출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품어본다.
참, 한국 기업가로서 존경받을 만한 분들의 책이 있다면 추천해주시길 바랍니다^^ㅎ
인상 깊은 문구: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상력과 일부러라도 삐딱해지려는 개성 같은 것이 신세대들의 힘이다. 그러한 태도가 일과 합치되는 공간이야말로 바로 그들의 놀이터이자 일터가 될 수 있다.
...
젊은 시절의 대부분을 공무원으로 보낸 덕분에 나는 관료제도의 경직성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것은 ‘전통’과 ‘합리’라는 이름으로 용인되는 비능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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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 같은 직장, 그 안에서 마음껏 망가뜨리고 부서뜨리는 에디슨들, 그것이 진정으로 바라는 미래산업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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