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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경영,창업

PC방 자영업자의 냉엄한 현실

by 따뜻한카리스마 2008. 9. 29.


급히 문서를 메일로 전송해야 될 일이 생겼다.

작은 동네 인근에서 PC방을 찾았다.

그런데 간판만 걸려 있고 문을 내린 곳이 3군데나 있었다.

덕분에 오르락내리락 거리다 결국 지하에 있는 한 PC 방을 들어갔다.

메케한 담배 냄새로 인한 악취가 너무 싫었다.

그래도 마땅한 PC방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이곳에서 작업을 해야만 했다.


금세 사용하고 돌아서려고 하다가 PC방 사장님에게 넌지시 사업이 잘 되느냐고 물어봤다. 인근에 PC방들 모두 그만 뒀으니 잘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오히려 잘 안된다고 말하신다. 맺힌 한이 많으셨는지 그치지 않고 20여분 이상을 계속해서 사업 넋두리를 펼치신다.


이 PC 방의 사용료는 시간당 600원이다. 그것으로 사업이 될까 싶었다. 그런데 내가 생각한 것보다는 사업이 잘 되는 편으로 들렸다.


40여대의 PC가 있는데 평균 PC 가동률이 30%라고 한다. 방학 때는 이보다 조금 더 많은 40%대라고 한다.


현재 보증금 1500만원에 월세 60만 원 정도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작은 동네라 그렇게 비싼 편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주 고객층은 10대 학생들이라고 한다.


소프트웨어 정품을 사용해야하기 때문에 PC방에 오피스 프로그램은 거의 없다고 한다. 그래도 자신은 정품을 구입해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덕분에 나도 무사히 오피스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새벽 시간은 알바를 채용해서 24시간 이용된다고 한다.


사용자들이 식음료도 이용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수익도 마진율이 20~30%가량 되어서 보탬이 된다고 한다.


무엇보다 PC 방에서는 AS 서비스가 즉각적으로 이뤄져야 되는데 그나마 자신은 그런 기초적인 지식이 있어서 유리하다고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주인들이 그런 상식이 거의 없다고 말한다. 단골 고객과의 관계 확보도 중요하다고 귀띔 했다.


이 사장님이 이야기해주신 내용을 바탕으로 이 분의 월평균 수익을 계산해보았다. PC방 사업을 꿈꾸시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평소; 24시간 X 30%가동 X 600원 X 30일 x 40대PC = 518만원

방학; 24시간 X 40%가동 X 600원 X 30일 x 40대PC = 691만원

월평균 PC방 수익 ; (518만원+691만원)/2 = 약605만원

식음료 ; 4,50만원

월평균 수입; 650만원


여기에다 식음료 판매 수익 월 40~50만원을 보태면 대략 월평균 650만 원 정도의 수익이 발생한다.


여기에다 월세 60만원, 전기세 100만원, 아르바이트생 인건비 80만원, 물세, 관리비, AS비용 등 기타 부대비용을 80만원을 공제하면 대략 330만 원 정도의 비용으로 계산된다.

총비용=약330만원
[월수익(650만원)-월지출(320만원)], 세액 공제전


그런데 PC 방을 오픈하려면 PC당 1백만 원에, 1평당 인테리어비용이 1백여만 원 가량이 든다고 한다. 4,50평 공간에 1억 가량의 투자비용이 나온 셈이다.

게다가 사장님은 많이 움직이지 않아서 인지 배도 많이 나왔다고 투덜거린다. 실제로도 아주 많이 나왔다. 그래서 사장은 그만둘까도 고심 중이라고 한다. 이렇게 골방에 쳐 박혀서 생활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라 말한다. 내가 편의점 사업주의 현실에 대해서 이야기했더니 그 보다는 자신이 낫다고 위안을 삼으신다.
(편의점 업주 사장님이나 이 분 모두 한 달에 한 두번 쉬기도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한다.)


관련기사; 대한민국 자영업자의 현주소 (16만명이 읽은 글)

그러나 투자된 비용 1억 원에 대한 이자비용(은행이자 6% 계산시 80만원)과 PC 감가상각비(1대당 10만원씩 감가 상각된다고 계산해도 월400만원이다, 생각해보시라 100만원에 구입한 컴퓨터를 그 다음에 90만원이라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래서 아주 적게 쳐서 10만원을 계산한 것이다.)를 공제하면 실제로는 인건비 뿐 아니라 투자비용도 채 안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게다가 대형, 신형 PC방이 근처에 들어서게 되면 손님들이 많이 그쪽으로 몰리게 되어서 기존의 가동률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는 보장이 없다. PC방 프랜차이즈 업주들은 이 가동률 계산해서 10~20% 정도를 높여서 수익을 계산한다.


(이미지출처: 네이버 클라이드(fuscvpower)님, 중국의 한 대형PC방, 이 정도로 버글거리지 않는 이상 PC방의 성공은 힘들다. 그것도 초창기에나 가능했지, 현재로서는 매력도가 떨어지는 사업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작은 동네에서는 PC방이 사라져가고 있는 추세다. 혹, 좋은 입지에 대형으로 사업을 하면 좋지 않은가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도 그렇지 않다. 높은 전세금에 월세에 권리금까지 지출해야 한다. 당연히 부대비용 또한 크며 망했을 때 그 리스크가 상상을 초월한다. 또한 영세 PC방을 살리기 위해서 50평대 등으로 PC방 규모를 제한한다는 소문도 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창업을 마음먹고 있는 입장에서는 그 정도 수익만으로도 여전히 매력적 사업이라는 느낌으로 사업에 뛰어들기 쉬울 것이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이 PC방의 인근 PC 방처럼 모조리 문 닫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대한민국 자영업자의 냉엄한 현주소를 들여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