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미디어법 통과, 정치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우리들이 살아가는데도 관계있는 삶의 중요한 사건이다!!!
지난 22일 미디어법이 국회에서 날치기로 통과되는 장면을 생중계로 보았습니다.
옆에 있던 아들 준영이가 ‘아빠, 저 사람들 왜 싸워’라고 하는데 딱히 뭐라고 할 말이 없더군요-_-;;;
잘못된 것 같지만, 아이에게 딱히 뭐라고 짧은 말로 표현하기도 힘들고, 또 한편으로 제가 따진다고 올바르게 시정될 일도 아니고,,,
그냥 안타까워만 하며 넘어갔습니다. 블로그에서도 모른 척하고 지나갈까 했습니다.
그런데 동시대를 살아가는 지식인으로서 모른 채하기가 참 민망하더군요. 솔직히 뭐, 딱히 아는 것도 없으니 뭐라고 말하기도 힘들었습니다. 제 개인 신상에 그렇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냥 모른 척 하고 지나가려려고 했죠. 그런데 그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늘상 현대인 거의 모두가 지식인이라고 말해오긴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저를 지식인이라고 스스로 표현하자니 조금은 웃기는군요. 물론 가소롭게 생각하실 지식인들도 많으실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냥 평범한 한 국민의 자격으로서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왜 미디어법 통과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지. 그것이 왜 쌍용차와도 연관이 있는지. 왜 우리 아이들의 미래와도 연관이 있는지...
제 이야기가 얼마나 길어질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그냥 펜을 들었거든요. 저의 '미디어법'이야기가 왜 정치이야기가 아니라 사는 이야기인지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조금 에둘러 가더라도 따라오실 분들은 천천히 저를 따라오시길 바랍니다.
(이미지출처: 오마이뉴스 남소연 기자의 사진&멘트, 22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재적 294인에 재석 145인으로 과반수인 147명을 넘기지 못한 것으로 전광판에 표시됐음에도 이윤성 부의장이 재표결에 부치자 강성종 민주당 의원이 의장석쪽으로 뛰어올라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이날 재투표 뿐 아니라 대리투표의혹까지 일고 있습니다.
혹시나 이 사진만 가지고 따지실 분이 있을 것 같아서 미리 말씀드립니다. 물론 강성종 의원의 방법도 그렇게 올바르지는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의 행태도 모두 잘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논리가 잘못되었다고 바라보는 것은 정말 옳지 못한 논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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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날치기로 통과된 다음날 오후 부산의 해운대 백사장을 거닐고 있었습니다. 마이크를 통해서 ‘잡상인들의 물품을 사지 말아 달라. 잡상인들은 즉각 나가달라’고 방송이 울려나오고 있더군요. 백사장 쪽을 보니 몇몇 잡상인들 몇몇이 눈에 보입니다.
피서지에서 나오는 시끄러운 안내 방송에 인상이 찌푸려졌습니다. 하지만 그럴 필요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걷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해운대 경찰서 인근에서 나이 드신 한 분이 청소년을 붙들고 물건을 빼앗고 있었습니다.
아: 너 물건 팔고 있지.
청: 저 안 팔았어요.
아: 빨리 내놔. 새끼야. 빨리 안 내려나.
청: 백사장에 내려가지도 않았어요.
통닭으로 보이는 물건이었습니다.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이 학생이 물건을 내려놓지 않으니 강제로 빼앗더군요. 지나가며 걷고 있던 길이라 그냥 지나가려고 했죠. 그런데 모른 척하기가 뭐 하더군요. 고개를 돌렸더니 강제로 물건을 빼앗긴 학생은 멍하게 서 있고, 물건을 빼앗은 아저씨는 기세등등하게 물건을 들고 제 쪽으로 걸어오고 있더군요.
순간 제가 그 아저씨를 가로 막았습니다. 어제의 날치기 통과는 제가 손을 댈 수 없는 거리의 문제였죠. 하지만 지금은 바로 코앞에서 벌어진 잘못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그냥 모른 척 할 수가 없었습니다.
따: 아저씨 경찰입니까?
아: ...
따: 아저씨, 학생한테 물건은 돌려주고 가시죠. 다시는 하지 말라고 경고하시면 되잖아요. 이 어린 학생이 무슨 잘못이 있습니까.
아: 당신이 뭔데?
따: 저, 저요. 저야 그냥 지나가던 시민이죠.
아: 그럼 빠지세요.
이 아저씨 우악스럽게 밀어붙입니다. 옆에서 한 사람이 구청직원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제가 구청직원이면 신분증부터 보여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보여주질 않더군요. 그러더니 자신이 조금 전에 걸어오던 길과 반대길로 가면서 저를 따라오라고 하더군요.
제가 두려울 게 무엇 있습니까. 따라갔습니다. 물건을 빼앗긴 학생도 저를 졸졸 따라 왔습니다. 경찰서쪽으로 가더군요. 잘 되었다 싶었죠. 그런데 바로 옆 구청 직원들이 있는 듯한 공간으로 들어가더군요. 그러면서 구청직원인 듯한 사람에게 제가 단속을 방해했다면서 뭐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저는 먼저 구청직원에게 이 아저씨가 구청직원이 맞느냐고 물었습니다. 맞는다고 대답은 하더군요. 하지만 정직원이 아니라 아마도 단속을 위해서 임시로 채용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굳이 그 문제를 따지지는 않았습니다. 그 문제가 중요한 것은 아니니깐요.
그런데 이런 분들이 소위 정치인, 지도자, 기업인들이 시키기만 하면 따라하는 사무라이 죠와 같은 일부 경찰이나 막가파식 구사대나 정치깡패, 극단적이고 극단적인 극우파와 같은 존재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적만 옳다면 괜찮다고 생각하고 힘으로 실행을 밀어붙이는 사람들이죠.
구청직원들이 나서서 해운대 백사장에서는 먹을거리를 판매하거나 일체의 상행위를 할 수 없다고 설명해주시더군요. 특히 음식의 경우에는 식중독에 걸리거나 하는 위험이 있어서 더욱 위험하다고 설명해주었습니다. 게다가 압수한 물건은 분명히 판매용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백사장에서 물건을 못 팔게 하는 그런 취지는 좋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말했습니다. 방식이 잘못되면 목적마저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웬, 아저씨가 갑자기 어린 학생을 붙들고 아무런 이유나 설명도 없이 물건을 빼앗았다는 사실입니다. 내가 아니라 하더라도 어떤 시민이라도 불쾌하게 그 장면을 보았을 것입니다. '잘했다. 잘했어'라고 생각할 사람들은 그 주위의 장사꾼들이나 그렇지 않았을까요.
게다가 그 아저씨는 분명히 구청단속 장소로 향하지도 않았고, 빼앗을 물건을 들고 반대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제가 어디로 걸어가고 있었느냐고 몇 번을 질문을 해도 대답을 하지 않더군요. 물건을 버리려고 쓰레기통으로 향하셨는지, 아니면 드시려고 하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대답을 않으시니.
물론 드러난 문제로만 보면 명백히 이 학생의 잘못입니다. 금지된 상행위를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해운대의 건전한 문화를 조성하고, 시민의 안전을 보호하기위해 상행위를 금지한다는 목적은 아주 좋습니다. 그런데 그 방식이 잘못된 것입니다.
아무리 목적이 올바르다고 해도 과정이 잘못되면 목적의 의미조차 퇴색될 수 있는 것입니다. 제가 TV를 통해서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되었다는 뉴스를 보았느냐고 책임자인 듯한 분에게 물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시더군요.
“미디어법이 올바른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자세히도 모르겠거니와 정치인들의 법에 관심도 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비록 그 법(목적)이 올바르다고 해도 그 수단이 목적을 앞지를 수는 없습니다.”라고 한 마디 했습니다.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이 청소년에게 왜 그랬느냐고 하니 ‘돈을 벌기 위해서’라고 나왔다고 합니다. 처음이라고 말하는데, 어쩌면 몇 번 그랬을 수도 있겠죠.
구청에서도 계도 차원에서 처음인 경우에는 각서를 받고 돌려보낸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확인해보고 처음이라 각서를 받고 돌려보냈습니다.
근원적으로는 이 학생의 문제를 뛰어넘어 이 물건을 학생에게 넘겨서 팔고 있는 상인에게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즉, 그 상인을 먼저 찾아 이러한 불법 행위를 더 이상하지 말라고 요구를 해야 할 것입니다.
보다 더 근본적으로 말하자면 구조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아직까지 ‘바닷가에서 상행위가 잘못되었다, 나쁘다, 팔거나 팔아서는 안 된다’는 문화가 완전하게 정착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관련기관에서는 꾸준하게 계도 작업을 하며 잘못된 문화를 근본적으로 고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또한 이런 물건을 팔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려주어서 다시 재발되지 않도록 훈방조치를 하는 것. 그러한 작은 일이 큰 문화를 바꾸는 작은 실행이 될 것입니다.
만일 그렇지 못하고 단속하는 그 아저씨처럼 아무런 설명도 없이 물건만 빼앗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도 이 아이가 성장해서도 그런 불법 상행위를 할 수도 있고, 또 한편으로는 그 아저씨처럼 강제로 단속을 벌이는 사람으로 성장해 있을지도 모릅니다.
미디어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이 정말 정당한 법이라면 국회에서나 국민들에게나 합리적인 설명을 거치려는 노력을 해야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한 충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무조건적으로 반대하고, 국민들이 반대한다면 국회법을 강행해서라도 처리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지금의 작태로 보아서는 힘없는 놈들은 언제든지 눌러버리면 되고, 결과만 옳고, 성과만 창출하면 된다는 식의 사고방식이 우리사회에 만연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러울 뿐입니다.
이것은 최근의 쌍용사태, 용산사태 등도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목적만 중요하고 올바르면 수단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발생하는 사태들이죠. 물론 그 목적 자체도 합당한지 조금은 의문스럽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아직도 구태의연한 힘의 논리를 내세운 사람들. 과연 올바른 행위일까요?
그런데 저는 간혹 수단보다 결과가 중요할 때도 있다고 분명히 생각합니다. 그것은 결과가 이 시대를 거슬러 수백 년의 역사 속에서도 중차대한 일일 경우라든지, 한 개인이라면 자신의 목숨을 걸고라도 지켜야 할 중대한 가치가 있다든지, 공공의 선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경우에만 그렇습니다.
한나라당 의원님께 여쭙고 싶습니다. 이번 미디어법이 이러한 잘못된 절차를 거치면서까지 강행해야 될 역사적으로 중대한 법안이었는지 진심으로 묻고 싶습니다.
이것이 저 같이 힘없는 국민이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바입니다.
힘있고 뛰어난 정치지도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답변을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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