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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인생,사는 이야기

권위주의가 부른 대형참사, 괌 비행기 추락사건의 교훈

by 따뜻한카리스마 2009. 4. 7.

 

<아웃라이어>라는 책을 읽고 있었다.

‘대한항공’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갑자기 뭐야, 대한항공 이야기가 왜 나와?’

나는 인쇄가 잘못 되었나 생각했다.

앞 뒷장을 훑어보며 책을 살펴봤다.

인쇄문제는 아니었다.

‘번역가가 우리나라 사례를 집어넣은 것인가?’하는 생각으로 다시 글을 읽어 내려갔다.


실제 우리나라 대한항공 여객기의 괌 추락 사고에 얽힌 사건의 비밀을 다루고 있다는 사실에 곧 매료되었다. 어쩌면 이미 알고 있는 우리 사회의 이야기다. 하지만 저자가 전하는 방식의 이야기를 듣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이미지출처: 네이버 지식iN '1997년 8월에 괌에서 있었던 비행기 사고에 대해' 답변 중에서) 

당시에 우리나라에서 이 사건에 대해 연일 대대적으로 사건이 보도되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런데 뉴스로만 떠들고 피상적인 현상에만 매달려 끝냈던 것은 아닌가하는 반성도 든다. 실제로 우리 뉴스들은 사건 이면의 중요한 포인트를 놓치거나 외면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물론 우리 방송도 말콤 글래드웰이 지적한 이야기를 언급했을지도 모른다. 만일 그랬다고 하더라도 대다수의 우리 국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한 문제가 재발되지 않기 위해서 문제 이면에 숨겨진 사실을 전해야 할 의무를 위반했다고 생각 들기 때문이다.


아래 내용부터는 <아웃라이어> 도서에서 나온 내용을 거의 대부분 편집하여서 옮겼음을 양해 바란다. 그의 해석과 접근 방식이 우리가 아니라 서구인의 객관적으로 바라본 시각이기 때문에 더욱 배울 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항공기 조종사는 공군에서 제대한 후 대한항공에 입사한 베테랑 조종사였다. 비록 4년을 근무했지만 군에서도 비행을 했기에 비행시간만 9,800시간에 달했다. 말콤 글래드웰이 전문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1만 시간에 아주 근접한 시간이다. 그 중 3,200시간을 점보기를 조정한 것이다.


조종사는 사고 몇 달 전에는 낮은 고도에서 고장 난 점보기의 엔진을 훌륭하게 다뤄 대한항공으로부터 상을 받기도 했다. 마흔두 살이던 그는 열흘 전에 진단받은 기관지염을 제외하면 건강상태도 좋은 편이었다.


사고는 대개 여러 가지 실수가 결합한 결과 나타나는 것이지, 지식이나 기술로 인한 문제가 아니다. 한 조종사가 실수를 하나 저질렀다면 그것은 문제가 안 된다. 다른 사람이 그 위에 실수를 하나 더 얹어놓을지라도 그 정도로 파국으로 내리닫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들이 또 다른 실수를 저지르고 또 하나, 또 하나, 또 하나, 그리고 또 하나의 실수를 저지르면 이 모든 실수의 조합이 재앙을 불러오게 된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비상사태에 놓인 클로츠가 사용한 화법을 일컬어 언어학자들은 ‘완곡어법(mitigated speech)’이라고 표현한다. 전달 내용을 부드럽게 하거나 상대편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하려는 화법이다. 예의바르게 행동할 때, 부끄럽거나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을 때, 권위 있는 사람 앞에 섰을 때 우리는 완곡어법을 사용한다.


직장상사에게 뭔가를 부탁하면서 “월요일까지 꼭 필요합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럴 때는 완곡어법을 사용하게 된다. “불편을 끼쳐 죄송하지만, 이것을 주말 동안 검토해주시면 대단히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는 완곡어법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 그러나 다른 상황, 가령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 조종석 안에서라면 완곡어법을 사용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우리는 완곡어법의 관점에서 비행기 추락 사고에서 발견되는 특이점 하나를 이해할 수 있다. 민간 항공사에서 기장과 부기장은 동등하게 비행에 관한 책임을 진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기장이 조종석에 앉아 있을 때 훨씬 더 많은 추락 사고가 발생했다.


미국의 플로리다 항공사의 비행기 추락 사건을 생각해보자. 부기장이 기장 노릇을 하고 있었다면 과연 네 번씩이나 힌트만 주고 있었을까? 그렇지 않다. 그는 분명 명령을 내렸을 것이고 그랬다면 비행기는 추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완곡어법과의 싸움은 최근 15년간 민간 항공사의 최우선 과제가 되었다. 대부분의 대형 항공사는 ‘승무원 자원관리(Crew Resource Management)’라는 훈련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이는 연차가 낮은 승무원이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고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해주는 훈련이다.


권력 간격 지수(Power Distance Index, PDI)란 특정 문화가 위계질서와 권위를 얼마나 존중하는지를 나타낸다. 이를 측정하기 위해 홉스테드는 “직원들이 관리자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음에도 두려움 때문에 그것을 드러내지 않는 일이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가?”라는 질문을 했다.


미국은 PDI가 낮은 문화를 갖고 있다. 아무리 강한 압박을 받을지라도 미국인은 미국인다운 방식으로 생각한다. 미국인다운 방식이란 관제탑의 관제사 역시 자신과 마찬가지로 사람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애슐레이 메리트가 조사한 PDI 측정결과 상위 5개국의 순서이다.

1. 브라질

2. 한국

3. 모로코

4. 멕시코

5. 필리핀


놀랍지 않은가. PDI 상위 국가일수록 대형 비행기 추락 사건이 더 많다는 사실이. 우리 나라의 권력간격지수, 즉 권위주의적 특성이 전세계에서 2위라는 사실이. 그래서 이런 국가들이 대형사고가 더 많다는... 


괌 사고도 다른 비행기 추락 사건과 마찬가지로 사고를 유발하는 세 가지 원인, 즉 사소한 기술적 잔 고장, 나쁜 날씨, 피곤한 조종사가 모두 결합되었다. 이들 각각은 사고를 불러오지 못한다. 조종석에 있는 모든 사람의 실수가 뭉쳐야 이 요소들이 결합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대한항공 801편은 문제의 한가운데로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우리나라에 뿌리 깊게 박힌 권위주의적 의식이 사고를 불러 일으킨데 한 몫을 한 것이다.



도서 <아웃라이어>를 통해서 배워야 할 교훈
1. 맹독이 가득한 책, <아웃라이어>, 해독 잘하면 보약!
2. 우리가 잊고 있는 괌 비행기 추락사건의 교훈
3. 괌 사고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는 추락할 것이다! (예정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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