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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인생,사는 이야기

장애인은 사랑하면 안 되나요???

by 따뜻한카리스마 2009. 4. 10.

부제: 사랑하는 연인 만나러 가는 병주씨와의 아름다운 동행취재

병주씨에게 “꿈이 뭐냐?”고 물었다. 

갑작스러운 내 질문에 그가 잠시 당황스러워했다.

내가 실례를 했나 싶어서 조심스러웠다.

비전에 대한 책을 쓰다 보니 나도 모르게 사람들에게 꿈을 물어보는 일이 습관이 되어버렸다.

한참 망설이다 그가 다시 말을 꺼냈다. 어린 시절 꿈이 많았으나 장애 때문에 거의 모두 포기했다고 한다.


지금은 ‘건강하게 사는 것’이라고 짧게 말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더불어 ‘장애인이 조금 더 편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되는 것’이라고 덧붙여 말했다.


그런데 자신의 어린 시절에는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부족한 시대라 여건이 되지 못해 꿈을 펼칠 기회가 없었다고 한다. 사실 원래 꿈은 작가, 소설가, 만화가 등이 되는 것이었다고 한다.

 

나중에 부산장애인 이동권 연대 사무국장에게 들은 이야기지만 그에게서 글 쓰는 재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미 수많은 방송에 사연을 보내서 많은 상품을 얻었다고 한다. 그가 보낸 방송 사연에는 어떤 내용들이 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블로그를 운영해보라고 권유했다. 그도 강한 관심을 보였다. 아는 것은 별로 없지만, 아는 데까지 도와줄 생각이다. 나중에 블로그스피어에서 그를 만날 수 있길 기대한다.
(병주씨, 혹시나해서 링크 걸어두는데, <블로그 입문자들을 위한 초보블로그 가이드> 먼저 읽어보세용^^)

(가장 늦게 내리고, 가장 늦게 움직이는 병주씨, 모든 승객들이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다. 사람들 많은 곳에 있다가 보면 낭패보기 십상이라. 항상 여유있게 기다린다.)


박병주씨가 이렇게 불편함을 겪으면서도 하루 시간을 내준 이유도 자신과 같이 불편함을 겪으면서도 말할 수 없이 고통을 받고 있는 장애인들을 대변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나중에 그의 또 다른 소박한 꿈을 알게 되었다.

 

사실 그에게는 생각만 해도 설레는 꿈이 있다. 사랑하는 여인과 단란한 가정을 꾸리는 일이다. 보통 사람에게는 아무 일도 아니게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그에게는 아주 특별하고도 각별하고 생각 만해도 설레는 꿈이다. 사랑하는 여인을 이야기할 때마다 수줍어서 얼굴을 붉힌다.


우리 일행은 서면역에서 환승을 하고 2호선으로 갈아탔다. 대연역에 도착했다. 그 순간 우리는 한 정거장을 빨리 내리게 된 것을 알았다. 다시 계단을 타고 내려 가기에도 힘든 느낌이 들었다. 대연역에 있는 유명한 국밥집으로 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금강산도 식후경. 일단 먹고 보자는 마음이 통했다.

(병주씨에게 있어 엘리베이터와 계단은 그야 말로 천국과 지옥이다. 보통 사람들에게 있어 엘리베이트가 있으나 없으나 큰 차이가 없다. 그러니 불필요한 예산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적 비용이 들더라도 우리사회 약자들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기계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대연역을 빠져나오려니 더 참담했다. 너무 가파른 계단에, 너무 많은 계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겨우 겨우 올라왔다. 병주씨가 처음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말 뿐이지 힘들어보이는 기색도 아니다. 그래도 그동안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부지런히 걸었으니 보통이 아니다. 같이 동행했던 대부분의 사람들도 다리가 아파서 힘들어했다. 물론 나도.


가려고 했던 돼지국밥집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식당을 찾아봤으나 의자가 있는 식당이 없었다. 병수씨가 의자가 있어야만 식사가 편하기 때문이다. 결국 의자 있는 식당을 찾지 못했다. 택시를 타고 경성대역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곳 역시 마찬가지였다. 겨우 겨우 의자 있는 식당을 찾아 점심을 해결했다.


병주씨의 말로는 그나마 자신은 목발이라도 짚어 어느 식당이라도 갈 수 있는데,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장애인들은 대부분의 식당에 들어가질 못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식당에 있는 조그만 턱 때문이란다.



일반인들이 봤을 때는 아무 것도 아니지만 장애인에게는 이런 작은 턱도 하나의 넘을 수 없는 벽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무심했다는 말인가.


그런데 지칠만한 여정에도 불구하고 병주씨의 눈빛은 갈수록 빛이 났다. 오늘 장애인 권익 보호를 위한 모임 때문도 있지만 사랑하는 여인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지 싶다.


처음에 그와 대화를 나누면서 결혼 했느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결혼하지 않았다고 한다. 원래 결혼할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그럴 처지가 못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장애인 학교를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20대 후반까지 장애인들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장애인은 사랑하면 안 되나요?
동행자 한 사람이 담배를 물자 병주씨도 같이 담배를 물며 잠시 피로를 풀었다. 담배를 피면 사람들이 안 좋게 본다고 한다. 술을 마셔도 마찬가지다. '몸도 안 좋은 사람이 왜 술, 담배를 하느냐?'하는 것이다. 장애인을 걱정해주는 것 같은 말이지만 사실 경시하는 말이다. 장애인도 똑같은 사람이다. 그들도 술마시고, 담배피고, 사랑도 할 수 있는 것이다.


30대가 되어서야 여러 장애인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고초를 알게 되었고 그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 들면서 사람들에게 정을 붙이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 가운데 '나도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장애인 단체를 다니며 활동하던 중 알게 된 아주 특별한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바로 사랑하는 여인이었다. 그가 결혼을 꿈꾸는... 그녀가 여행의 목적지인 함세상자립센터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병수씨의 눈빛이 빛났던 것이다. 그녀는 누굴까 문득 궁금해졌다. 아름다웠다. 영화 오아시스에 나왔던 문소리 역할의 뇌성마비 장애인과 같이 아름다웠다.


너무 밝고 유쾌한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마치 연기를 하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그것이 연기였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녀는 혼자서는 걷기가 거의 힘들다. 누군가가 도와줘야만 걸을 수 있는 장애인이다.



그렇지만 그녀 역시 한 눈에 봐도 병주씨를 많이 기다렸던 사랑어린 눈빛이다. 여러 사람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도 두 사람의 뜨거운 눈빛은 식지 않는다. 아, 너무도 아름다운 커플이다. 두 사람의 사랑이 결실을 맺어 행복한 가정을 이루길 꿈꾼다. 결혼 이야기만 나와도 두 사람은 쑥쓰러워한다. 다음 번 취재에서는 두 사람의 결혼식을 취재해 보도할 수 있다면 정말 더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세상은 우리 모두가 더불어 가는 곳이다.
장애가 있으나, 없으나.
힘이 있으나, 없으나.
돈이 있으나 없으나...

우리를 가로막고 있는 모든 사회적 장막을 떠나 서로가 서로에 대해 조금만 더 배려하고 살아간다면 지금 현재만으로도 더욱 더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행취재에 응해준 병주씨와 뜻깊은 행사에 초대해준 커서님과 부산지하철노조에 감사 드리며 연재를 마무리 한다. 앞으로도 의미있는 행사들이 더 많이 확산되어 따뜻한 훈풍이 더욱 더 불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가져본다.

* 사회 약자인, 장애인의 이동권 보호를 위한 동행 취재 연재기사
1. 휠체어 리프트 추락사고의 피해자는, 결국 또 다른 장애인?
2. 반송선, 수익성 논리로 대형 참사 초래할 우려
3. ‘이동권 보호’를 위해 병주씨와 함께한 특별한 동행취재
4. 사랑하는 연인 만나러 가는 병주씨와의 아름다운 동행


(DAUM 메인 화면 인증샷: 유치하지만 나중에 관련글을 쓰기 위해서 한 번 잡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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