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절주절

개그맨 최양락 통해 느낀 우리사회 권위주의

by 따뜻한카리스마 2009. 1. 16.


웃음 없이 메말라가는 우리의 일상
유머를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사회 권위주의
화려하게 부활한 중년 개그맨을 통해 중년의 부활을 꿈꾸다


해피투게더3에서 최양락을 봤다.

단연코 다른 출연진을 압도한다.

아내와 배꼽잡고 넘어가는 줄 알았다.

아내가 최양락에게 저런 면이 있었느냐고 말한다. 원래 재밌지 않았느냐고 내가 응수했다.

하지만 솔직히 나 역시도 너무 연기를 하는 듯한 최양락의 개그에 조금은 고정화된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그의 토크를 보고 ‘역시 타고난 개그본능’이 있구나 하는 감탄스러움이 절로 느껴졌다.

(이미지출처: 네이버, '최양락' 검색결과 페이지, 이미지 캡쳐, 요즘 젊은 세대에게 있어서는 이 중년의 개그맨 낯설기만 할 것이다. '이 사람 왜 갑자기 뜨는거야?'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러나 최양락씨는 지금까지 계속해서 웃겨왔다고 말한다. 개그맨 중에서 가장 웃기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말한다. 그의 개그본능이 폭발한 것이다. 그를 보면 중년의 사람들이 나도 한 번 폭발해봤으면 하는 바람까지 가지게 된다.)

원래부터 친구들의 시선을 이끌기 좋아했던 그는 선생님에게 얻어맞으면서도 원숭이 흉내를 내거나 기이한 소리를 지르다가 죽도록 맞곤 했다. ‘자신도 모르게 웃겨야 한다’라는 사명감으로 어떠한 상황에서도 웃길 궁리만 해왔던 최양락은 그렇게 비참한 결말을 맺곤 했다.

그러다보니 코미디 선배들에게도 얻어터지는 경우가 많았다. 프로그램중에야 선후배 없이 각자의 캐릭터에 따라서 행동하지만 극을 떠나서는 선후배간의 사이가 엄격한 것으로 유명한 것이 바로 코미디언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최양락의 개그본능은 방송에서 끝나지 않았다. 한 번은 방송후 회식하다가 야자타임을 했다. 시간이 많이 흘러 ‘이제 그만하자’라는 주병진 선배의 경고가 재차 반복되었다. 그는 선배의 발언을 무시하고 ‘뭐, 임마, 그만하길 뭘 그만해...’라고 깐죽거리며 까불다가 날라오는 장충동 족발에 맞았다고 한다. 그리고는 울었단다. 억울해서 운 것이 아니라 정말 아파서 울었단다. 그런데 그것도 웃기려고 하는 말 같다. 그의 말은 상대가 기대하지 못하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반전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이젠 영화배우로 대성한 희극배우 출신의 임하룡 선배에게도 선배가 싫어하는 별명인 ‘할바이’, ‘할바이’하고 부르다가 얻어맞았다고 한다. 그냥 한 번 웃겨보려고 하다가 얻어맞은 것이다.


(최근 여러 방송을 통해 개그맨 최양락의 입담이 화제가 되고 있다. 네이버의 개그맨 검색1위고, 인물 종합검색에서도 34위를 하고 있다. 최양락식 개그가 한동안 장안을 떠들석하게 만들 것 같은 느낌이다. 일단 젊은 세대들에게 훌륭하게 어필했으니, 기존 세대들은 식은 죽 먹기로 넘어온다. 여러 팬층을 확보해놓았으나 당분간의 히트는 대세일 듯 하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이런 개그적 행동은 가볍고, 유치하고, 무게 없는 처신으로 비난을 받곤 한다. 게다가 권위를 중시하고, 서열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로서는 용납될 수 없는 행동들이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나도 개그본능이 있었던 것 같다.

초등학교 때였다. 여자 아이가 쪼그리고 앉아 있는 그림을 감상하고 있었다. 선생님이 ‘이 아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라고 우리에게 질문을 던졌다. 여기저기서 아이들다운 상상의 답변이 나왔다.

나도 손을 들었다. ‘가가, 똥 누고 있는 것 아입니꺼^^’라고 했다가 뒤지게 얻어맞았다.%$#@>*@

학창시절에 하도 내가 까불고 놀기를 좋아하니 선생님이 나보고 ‘에라이, 이 녀석아 철 좀 들어라. 철 좀’ 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 순간에 아이들을 웃길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들었다.

따: ‘에이, 선생님, 지는 처음부터 철들었다 아입니꺼.’
선: ‘그게 무슨 말이꼬.’

따: ‘지가에. 이름이 뭡니꺼. 정철상아입니까. 정철상. 그러니 태어날 때부터 '철'들고 태어난 인간 아입니까?’
선:'뭐, 이 x끼야,  #@%$*!~##'

따: 퍽~@.@


내 말에 우리 반 학생들은 자지러지게 넘어갔다. 그러나 곧 칠판지우개가 내 면상으로 날아왔다. 이어서 선생님의 손과 발이 날아왔다. 그날 수업 내도록 책상에 걸상까지 들고 벌서야 했다.

몇 대 얻어맞으면서 나의 개그본능은 완전히 사라졌다-_-;;;;

그래서 끝까지 웃기려고 애썼던 최양락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사람들의 유머에 관대하지 않다. 그나마 예전에 비해서는 정말 좋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권위주의적 의식이 학교에서나 직장에서나 사회에서 상당히 남아 있다.

어릴 때부터 너도 나도 모르게 핍박을 받다보니 사람들의 웃음은 사라지고 메말라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양락씨는 삶의 연륜이 늘어날수록 이야기꺼리도, 웃음의 농도도 짓게 우려나올 수 있다고 말한다. 나도 그의 말처럼 인생의 연륜이 푹 배어나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그의 화려한 복귀를 진심으로 환영한다.

"양락이, 화이팅!" - 최양락표 촐싹버전 발음^^*
양락이 형, 반말까지 미안해요*^^*



덧글.

글을 읽고 도움이 되셨다면 아래 '추천' 버튼을 누르시면 됩니다^^로그인 없이도  된답니다!

읽기만 해도 배움이 되는 따뜻한 이야기는 쭈~~~욱 계속됩니다!!!

RSS를 통해서도 구독해 읽으실 수 있습니다. 간편하게 '즐겨찾기'로 등록해놓으셔도 좋~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