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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방송,연예

작품성이 만들어준 흥행작, ‘추격자’

by 따뜻한카리스마 2008. 10. 24.


영화 ‘추격자’에 대해서
내용도 모르고 뒤늦게 봤다.

원래 개봉관에서 보고 싶었다.

그러나 아이들이 어리니 성인영화 보러 가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이렇게 뒷북을 잘 친다.

모처럼 아이들이 일찍 잠들어서 밤늦게 아내와 같이 집에서 봤다.

영화를 본 후 한마디로 작품성이 만든 승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네이버, 영화 '추격자'의 영화 포스터)

할리우드 성공방식을 깨트린 영화
어느새 우리 영화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방식의 제작방식을 뒤따르고 있다. 그저 유명한 배우에 유명한 감독에 막대한 제작비에 막대한 홍보비만 투입하면 된다는 식이다. 그러나 이런 고정관념을 한 번에 깨트린 영화가 바로 영화 ‘추격자’가 아닐까 한다.

영화를 보고 나서야 ‘왜 사람들의 입소문을 거쳐서 널리 알려진 이유를 알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나를 몰라준다고 고민하지 말고, 나의 됨됨이를 고민하자!

나 역시 사람들이 나를 몰라준다고 서운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고민해야 될 것은 나의 됨됨이다.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질 만한 사람인가를 생각해봐야 될 것이라는 겸허한 마음이 들었다. 아직은 부지런히 갈고 닦아 나가야 할 시간으로 받아들이기로 하니 마음이 편하다. 아니 평생을 갈고 닦는다하여도 그것으로도 족하리라고 마음 먹어 본다.

잔혹한 장면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관객을 긴장으로 몰아가는 연출력 돋보여...

두 시간이 넘는 영화 상영시간 동안 거의 빈틈없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아내는 눈을 뜨지 못할 정도로 공포감을 느꼈다. 사실 아주 잔혹한 장면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잔혹하게 느껴지도록 연출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니 실감이 날 수 밖에. 이름도 낯선 배우들이었지만, 배우들의 연기도 아주 탁월했다.

마흔이 넘도록 무명으로 지내던 배우 김윤석, 독기어리게 준비해오지 않았을까.

순진해 보이는 살인자 역의 배우 하정우에게도 눈길이 가지만, 나이 마흔이 넘도록 무명생활에 머물렀던 배우 김윤석에게 더더욱 애정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는 남들이 자신을 알아주지 못한다고 좌절하지 않았다. 연극과 단역을 통해 끝없이 노력을 해온 덕분에 독기어린 연기로 단 번에 탑배우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나 싶다.

게다가 74년생의 완전 무명의 나홍진 감독이 처음으로 메가폰을 잡았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그가 각본까지 직접 썼다니 더 놀랍다. 나 감독은 영화 '추격자'로 단번에 가장 주목받는 충무로의 차세대 감독으로 떠올랐다. 당연하다. 작품어디에도 군더더기가 없다. 어떻게 이렇게 완벽할 수 있단 말인가.

영화 '추격자'는 한 번에 뜬 영화가 아니다. 영화에 참여한 이들 모두가 내일을 기약하며 끝없이 실력을 쌓아왔던 합작품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영화 속 배움
우리의 오늘이 비록 달라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는 이들과 같이 근본적인 실력을 키워나가는데 주력해야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앞서서 알려지려고 애쓸 필요가 없겠다. 부족한 나를 더 걱정해야겠다고 느꼈다.


그나저나 영화가 끝나고 와이프는 무서운 기억들을 지우고 싶다고 말한다. 조용한 프로그램을 보고 마음을 다독이고 싶다고 말하는 그녀를 달래기 위해서 개그 프로를 보고야 그녀의 기분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아마도 살아났다고 생각했던 여주인공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것을 보고 더 충격을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감독은 관중의 가슴에 거침없이 비수를 꽂은 것이다.

아직도 영화 '추격자'를 못보신 분들이 있다면 강추다. 다만 아이들에게는 너무 잔혹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