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규 주연의 영화 <구타유발자들>을 보았다.
영화는 한마디로 섬뜩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구타에 대한 공포와 서늘함이 느껴진다.
마치 내가 폭력 앞에 노출된 느낌의 공포가 느껴진다.
교양 있는 척하는 느끼한 한 남자 음악 교수가 새 벤츠를 뽑아서 여자 제자를 태우고 드라이브에 나선다.
한적한 시골의 한 시냇가에서 음악을 가르쳐준다는 핑계로 겁탈하려다가 실패한다.
(이미지출처; 모든 이미지는 네이버 영화의 '구타유발자들'에서 가져왔다. 시종 일관 느끼한 성악교수역을 맡은 이병준씨의 연기도 눈에 띄인다. 일명 느끼한 '버터 교수')
여학생은 벤츠를 벗어나 도망간다. (여대생 연기는 차예련이 맡았다. 조금은 어두운 듯한 표정이 어울리지 않을 듯 하면서도 극 중에서 묘하게 어울려 맞물려 간다.)
차도 없는 길이라 음악교수는 벤츠 안에서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기괴하게 생긴 한 남자가 다가오는 것을 본다. 썩어빠진 이빨에 기괴한 남자, 한 눈에 봐도 정상은 아니다. 모른 채하고 차 문을 잠근다. 이 기괴한 인간은 가만히 있다가 멈추드니 날아가는 새를 방망이로 때려 잡는다. 폭력의 위기감, 차량의 진한 유리창 속에 숨어 어쩔줄 모르며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이 남자에게 무서운 공포심이 밀려온다.
이 기괴한 캐릭터를 맡은 영화배우 '오달수'의 연기는 놀라울 정도로 너무나 어울린다.
그 사이 도망간 여학생은 2대의 오토바이에서 내린 청년들이 한 남자 고등학생을 땅 속에 파묻는 것을 우연히 목격하게 된다. 다행히 운 좋게 그들에게 들키지 않고 도망을 가던 중 오토바이를 몰고 가는 순박한 청년을 만난다. 순박한 시골 청년은 맡은 배우는 감초배우 '오문식'이다. 순박함과 기괴함이 너무나 잘 어울러진다.
여대생은 이 시골 총각에게 서울까지의 길안내를 부탁한다. 그런데 그는 들릴 곳이 한 군데 있다면서 잠시 들렀다 가자고 그녀에게 말한다. 그런데 그곳이 다름 아닌 바로 교수와 함께 있던 바로 그 장소였다. 영화 속의 모든 사건은 이 조그만 냇가에서 모두 벌어진다.
(순박해보이는 듯한 시골청년역의 이문식, 이중적 캐릭터를 잘 소화해내고 있다. 다 익지도 않은 삼결삼을 쌈싸서 순진하게 건네주는 장면, 실제는 역겹고 공포스럽게 느껴진다.)
교수를 만나고 흠칫 놀란다. 그러나 이들보다는 차라리 교수가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서로가 모른 채 한다. 그사이 이 기괴한 시골 청년들의 공포스러운 모습들이 하나둘씩 드러난다. 포대 안에 들어 있던 고등학생을 끄집어내서 여자 앞에서 하체를 벗기고 수치심을 안겨준다. 그리고 나이든 교수와 싸우도록 요구한다. 어린 남학생은 처음에 주춤주춤하다가 교수를 때려눕힌다.
그 사이 벤츠 안에서는 불량배 중의 한 명이 여자를 겁탈하려고 한다. 남학생은 겁탈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한 명을 돌로 찍어서 기절시킨다. 그런 다음 차안에서 나온 한 명을 합기도로 제압한다. 그리고 이어서 다가온 한 명마저 묵사발을 만든다. 마지막으로 물속에 들어갔다가 나온 제일 두목인 듯한 사람에게도 싸움을 걸어서 겨우 제압한다.
(고등학생 '현재'역을 맡은 김시후, 향후 뜰 수 있는 차세대 배우)
그래서 땅을 파서 이 들 네 명을 모래에 묻어 버린다. 목만 남겨놓은 채로. 그런 다음 휘발유를 이들에게 뿌려 모두 불태워 버리려 한다. 그 순간 여대생이 제지한다. 여대생과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두목이 깨어나서 삽으로 고등학생의 발목을 내리친다. 기절했던 불량배들이 모두 깨워서 모래 속을 나온다.
모두 함께 고등학생 아이를 죽도록 팬다. 그래서 죽었다고 생각하고 벤츠 차량까지 모두 저수지에 빠트릴 생각으로 이동한다. 그런데 갑자기 트렁크에서 발사된 총성으로 인해 자동차가 전복된다. 트렁크에서 여대생와 남자 아이가 나오고 총은 여자아이가 붙들게 된다. 그녀는 악당 두목에게 총을 겨눈다.
한바탕 벌어진 사이 도망갔던 교수가 사건을 신고하고 장소로 돌아온다. 그런데 신고 받은 교통경찰(한석규분)이 자신이 욕하며 도망갔던 경찰이라 다소 당혹스러워 한다. 왠지 그 경찰의 불량스러움이 거북스럽게 느껴진다. 그래도 악랄한 깡패들보다야 낮지 않겠는가로 위안을 삼고 경찰과 함께 사건의 장소로 온 것이다.
너무나 잔혹한 불량배들을 향해 여자가 총을 쏘려고 하는 순간 경찰이 달려들어 겨우 살인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두목이라는 사람을 어린 시절부터 괴롭혀온 사람이 다름 아닌 이 경찰관이었던 것이다. 일명 ‘야만인’이라는 별명을 가졌던 악한이었던 것이다. 순진해보였던 악당이 복수하기 위해서 그 경찰의 어린 동생을 일방적으로 괴롭혀왔던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동안 너무나 구타를 당해왔던 경찰의 동생은 이 악당들을 죽일 생각까지 하고 경찰인 형의 총을 훔쳐가지고 나온 것이었다.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 경찰은 그 악당을 죽일 듯이 팬다. 앞에서 있었던 어떤 구타 보다 더 지독하게 구타를 가한다. 불량배 이상의 솜씨다. 그리고 피투성이 동생을 이끌고 그곳을 벗어난다. 악당들도 모두 피투성이가 되기는 했지만 겨우 겨우 제 갈 곳으로 벗어난다.
뒤집어진 벤츠도 고물차가 되어 레커차에 실려 제 갈 길로 간다. 그런데 조금 전의 그 경찰은 시냇가에 엎어져 있다.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아마도 죽은 것 같다. 여자가 악당을 향해 총을 쏠 때 자신이 총을 맞은 것이었다. (댓글을 통해 용각산에 의해서 죽었다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그 소량의 쥐약만으로 사람이 죽지는 않습니다. 물론 어설픈 제 주장일 수도 있습니다.)
남을 탓하기 전에 나부터 탓하자!!!
(이미지; 영화를 만든 배우와 스태프들, 원신연 감독은 현재 2009년에 개봉할 '로보트 태권V' 제작에 여념이 없다고 한다. 30여년 만에 재탄생하는 '로보트 태권V'도 기대된다.)
한정된 공간에서 한정된 배우로 이렇게 극 전체를 긴박하고 스릴 있게 몰고 갈 수 있다는 것은 배우나 감독의 연기와 연출, 대본의 3박자가 훌륭하게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아직 못 보신 분들이라면 주말에 비디오 한편 때리면서 초가을의 늦더위를 잊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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