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도와주느라 다니기 싫은 직장도 억지로 다니는 직장인
부제: 나이 40대 중반이 되어도 부모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직장인에게 드린 진로조언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셨군요. 희망퇴직으로 퇴직금을 챙길 것인가 아니면 하기는 싫지만 그래도 안정적인 보수가 나오는 직장을 계속 다닐 것인가. 마음으로는 그만두고 싶지만 생활비가 필요한 부모님과 함께 있자니 계속 다녀야 할 것 같아서 하고 싶은 일도 못하고 직장생활에 얽매여 있으니 얼마나 힘드시겠습니까. 분명 선택에 정답에 없습니다. 하지만 어떤 선택을 하던 본인 스스로의 자유의지에 따라 적극적으로 선택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올바른 선택기준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그렇다고 지나치게 엄격하게 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오히려 잘못된 판단을 내릴 우려도 있습니다. 올바르게 판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내 마음의 울림을 따라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헛되고 거짓된 울림이 아니라 솔직하고 진솔한 마음의 울림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진솔한 마음의 울림인지 아닌지 판별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내 몸과 마음의 소리를 잘 들어야 알 수 있는데요. 그동안 마음의 소리를 참 많이 무시하며 살아오지 않았나하는 걱정스러운 마음이 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급작스럽게 중요한 판단을 빠르게 내려야 할 때는 무엇보다도 두려움을 떨쳐내야만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 두려움, 미래에 대한 두려움, 자신에 대한 두려움, 주변 사람들 시선에 대한 두려움 등을 떨쳐내야만 합니다.
자 이렇게 주변의 안개를 걷어내면 무엇이 보이나요? 네, 길이 보일 겁니다. 어떤 길인지, 어디로 나아갈지는 몰라도 평평한지 울퉁불퉁한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여러 갈레 길들이 보일 겁니다. 지금까지 힘들고 어려운 길을 충분히 잘 걸어오셨습니다.
이젠 나이도 40대 중반에 들어선 만큼 그동안 지고 오셨던 부담감, 책임감, 의무감 모두 내려놓으시고 자신을 위해 살아보시길 바랍니다. 부모도 소중하고, 직장도 소중하지만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을 하대하며 지내오지 않으셨나 싶습니다. ‘학대’가 아니라 ‘하대’라고 제가 말한 뜻은 분명 자신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한 책임감으로 성실히 삶에 임해온 면도 있기에 드린 말입니다. 그런 면에서 칭찬을 드리고 싶은 마음도 크지만 그 속에서 자기 자신의 욕구와 욕망을 묻어버린 채 지내오지 않으셨나 하는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서 토닥거려 드리고 싶습니다.
여자 나이 40대 중반에 무엇인가를 새롭게 출발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것이 냉혹한 현실입니다. 그러나 그런 진흙 길 같은 길도 막상 걸어보면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내 몸과 마음을 바로 세울 수 있는 더 나은 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더 나은 길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신의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그러기위해 일단 나 자신부터 챙기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 자신에게 잘해야 다른 사람에게도 잘 할 수 있습니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부모님을 위해 직장생활을 해오지 않으셨나 싶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내 마음의 에고가 자신의 자존감을 갉아먹으면서 ‘너는 어디 가도 안 돼. 이 정도면 편한 거야. 욕심 부리지 말고 그대로 일해.’라고 자신을 하대해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라면 두말할 필요 없이 당장 그만두겠습니다. 2달 회사 안 나가는 동안 여행상품으로 혼자 여행가겠습니다. 부모님하고 가지 마십시오. 그러면 또 부모님 봉양하는 일만 합니다. 부모님과는 나중에 기회를 마련해도 늦지 않습니다. 따로 며칠 가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오직 자신을 위해 여행하세요. 한 달이든 두 달이든 지겨울 정도로 여행해보세요. 괜찮습니다. 자신을 위한 보상입니다. 조금 넉넉하게 돈 쓰셔도 괜찮습니다. 말씀하신 300만 원 이상의 여행가격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 정도 누릴 자격은 충분히 되십니다. 정말입니다. 좋은 곳에서 먹고 자고 즐겨보세요. 걱정 말고 마음껏 즐겨보세요. 가고 싶었던 곳 마음껏 가보세요.
나중에 돌아보면 ‘정말 잘했다’ 싶을 정도로 후회 없이 놀아보세요. 돌아오셔서 꽃집 보조나 그동안 취득해놓은 노인스포츠지도자 같은 자격증이나 하고 싶었던 필라테스 강사 같은 일이라든지 본인이 일할 만한 곳이 있는지 알아보세요. 정규직이라면 좋겠지만 배우는 초보입장에서는 쉽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큰 돈 아니어도 좋습니다. 퇴직 후 실업급여 받으며 일할 수 있는 곳이라면 더 좋겠지요.
그러면 말씀하신 월급 백만 원짜리 일자리라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게 6개월 정도만 보조라도 일을 시작하면 실업급여가 끊기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을 키우실 수 있을 겁니다. 그동안 틈틈이 배우고 싶은 일들도 배워나가세요.
상담이나 강의 쪽에 관심이 있다면 제 교육도 한 번 들어보시는 것도 고려해보세요. 취업진로 전문가들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과정이지만 자신의 진로와 인생을 탐색하고 설계해보는데도 분명 도움 되는 과정입니다.
교육안내http://www.careernote.co.kr/notice/1611
앞으로 취업을 하던 창업을 하던 이전만큼 많은 보수를 받기는 쉽지 않을 수 있겠지만 남은 퇴직금으로 혼자 생활하시기에 큰 무리가 없을 겁니다. 부모님에게도 말씀하세요. 이제부터 생활비 100만원을 보태드리는 것은 무리라고. 50만원으로 줄이겠다고 말씀하세요. 꼭 돈이 더 필요하다면 부모님 스스로 주택담보 대출로라도 해서 생활비 충당하도록 해야 합니다. 부모도 스스로 자기 삶을 살아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각자의 삶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자면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세요. 아니 이젠 독립하셔야 합니다. 안 그러면 퇴직금으로 받은 그 돈 다 어디다 쓰려고 하느냐 하실 거니까요. 계속해서 부모님 주택담보 대출 갚고 가족 생활비까지 모두 다 자신이 써야만 할 겁니다. 그러면 나주에 자신에게 아무 것도 남지 않습니다. 이젠 그런 부담 내려놓으세요.
앞으로 일하게 될 곳이나 자신이 살고 싶었던 곳으로 이사하시면 됩니다. 실업급여를 받게 될 당장에는 보조 정도로 밖에 일하지 못할 터이니 일단 그 근처에 전세로 가시고, 그 이후에 고정하게 될 직업이나 직장이 생기면 그쪽으로 옮기면 됩니다.
겁내지 마세요. 세상에 00씨 만큼 착한 딸로서 가족의 의무를 다해온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 정도면 충분히 잘해오셨으니 이제는 자신을 위해 살아가세요. 처음에는 부모님과의 마찰도 있을 수 있고, 갈등도 있을 수 있을 겁니다. 그래도 이젠 스스로를 위해 살아가세요. 부모님도 서운한 마음 들겠지만 그래도 결국은 인정하게 될 겁니다.
부모님을 사랑하는 마음을 내려놓으라는 것은 아닙니다. 지나친 책무로 떠안고 있는 경제적 책임을 내려놓으라는 뜻입니다. 거절해야 합니다. 돈과 가족애를 조금 착각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 면에서 부모님도 너무 하지만 동생들도 너무 합니다. 자신들은 거의 책임도지지 않고 언니(누나?)에게 모든 것을 다 떠넘기고 다 큰 성인들이 부모님에게 한 달 용돈 5만원 밖에 드리지 않는다니 그게 뭡니까. 동생들에게도 더 책임을 져야만 한다고 말해야 합니다. 최소한 10,20만원이라도 더 부모님 용돈을 드릴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합니다. 7,80만 원 정도만 되어도 나이 드신 부모님 두 분 생활비로 쓰기에 넉넉하진 않지만 생활하기에 가능한 돈입니다.
60대 어르신들은 국가에서 지원하는 금액들이 많이 있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 해당은 안 되시겠지만 주거비 지원이라든지, 의료비 지원 등의 복지혜택은 받으실 수도 있으니 인근 동사무소로 문의해보시길 권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 아니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만나실 때 그때 필요한 식대나 쇼핑 정도만 계산해드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안 그러면 나중에 부모님도 동생들도 00씨에게 감사해 하긴 커녕 집세도 안 받고 먹여주고 재워주고 입혀줬으니 오히려 부모님에게 감사해야 할 거라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자신을 위해 살아보세요. 남자가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좋은 남자가 있는지도 알아보세요. 00님 같은 성격이라면 남자 분들도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남자들이야 모르겠지만 여자로서는 좋은 남자가 아니라면 굳이 남자가 꼭 있어야 할 필요도 없으니 거기에 매달리지 않아도 될 겁니다. 다만 좋은 인연을 만날 마음의 여유만큼은 열어 두라는 뜻입니다.
제 나이가 00씨보다 5살 많은 50대입니다. 아직 저도 얼마 살지 않았지만 살아보니 자신을 위한 삶이 결국 다른 사람을 위한 삶이되더라고요. 물론 일정 시기에 있어서는 이기적으로 보일 수도 있고, 지탄받을 수도 있고, 이별이 고통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저는 가난했기에 무능했기에 저 자신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 가족들과 떨어져 5년 정도 주말부부를 했는데요. 그 덕분에 오히려 한 분야 전문가로서의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다니시는 회사라는 조직을 떠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을 테니까요. 안정적인 보금자리를 떠난다는 것이 못내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도 들겠지만 막상 둥지를 떠나보면 오히려 그 자리가 결코 안정적이지도 포근하지도 않은 보금자리였다는 사실도 깨달으실 수 있을 겁니다.
코치로서 어떤 선택을 이렇게 강조한다는 것이 정석에는 어긋날지 모르겠지만 저는 분명 이것이 올바른 조언이라고 믿고 이렇게 조언 드립니다.
혹시나 더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여쭤보세요. 그리고 나중에 1년 정도 후 생활의 변화에 대해서도 들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동안 착한 선행을 해온 00씨를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
따뜻한 카리스마, 정철상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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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정철상은...
인재개발연구소 대표로 대구대, 나사렛대 취업전담교수를 거쳐 대학, 기업, 기관 등 연간 200여 회 강연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진로백서], [서른번 직업을 바꿔야만 했던 남자], [아보카도 심리학] 등의 다수 도서를 집필했다. 대한민국의 진로방향을 제시하며 언론과 네티즌으로부터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라는 닉네임을 얻었으며 ‘정교수의 인생수업’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맹렬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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