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관과 적성이 충돌할 때는 어찌해야 하나요?
부제: 다니던 직장에 사표던지고 로스쿨시험 보고 싶습니다
와, 제 유튜브까지 봐주시고, 이렇게 상담메일까지 보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엄청나게 긴 장문의 글이군요. 읽고 또 읽으며 가장 핵심적으로 원하는 부분은 뭘까 고민하고 또 고민해봤습니다.
변호사라는 직업을 꿈꾸게 되어서 변호사로서의 도전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원하고 계시지 않으실까 이런 생각이 글을 읽으며 계속 들었습니다. 때로 무지개 같은 환상이 삶에서 힘과 용기를 불어넣는 꿈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허무맹랑한 몽상으로 끝나기도 합니다. 꿈과 몽상의 차이는 뭘까요. 어떤 결과물을 내느냐에 따라서 결정이 되겠죠.
첫 번째는 망설이지 말고 시험에 도전해보는 겁니다.
아마 제가 말려도 시험은 보지 않으실까 싶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변호사에 열망이 있는 만큼 로스쿨에 들어가기 위한 시험에 도전해보시는 것이 첫 번째 안이 되겠습니다. 최소한 1년 정도는 삶의 활력소가 될 수는 있을 터이니까요.
다만 이 과정에서 현재 직장을 그만두고 조교로 이직하는 것에는 반대하고 싶습니다. 나중에 다른 커리어로 체인지 할 때 거의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다른 일에 비해 쉬운 일이긴 하지만 학교와 조교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시간을 소모해야만 하는 측면이 있기에 본인이 목표로 하고 있는 변호사나 다른 목표 쪽으로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듯해서입니다.
그래서 잘 생각해보시고 일단 내년 2월까지는 하고 계신 호텔 일을 지속하고 현재 직무든, 새롭게 맡게 될 기획이나 마케팅 직무이든 일을 계속해보는 겁니다. 회사에서 새로운 업무를 맡아서 일을 하다 정말 직무가 잘 맞다 싶어서 변호사라는 꿈이 꺾일까 염려하셨는데요. 그런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정말 새로운 길이 맞다 싶으면 새로운 길로 계속가면 됩니다. 그러면 오히려 더 좋은 결실을 맺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말씀하신 내용만으로는 그럴 가능성이 커 보이진 않는데요. 내년 2월에는 일을 그만두고 6개월 정도 집중해서 입학시험을 준비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겠습니다. 시간이 부족하지 않을까 염려하셨는데요. 분명 그런 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는 시험이라는 것이 단기적으로 집중하는 것이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면도 있습니다.
사실 시험을 통과해서 법학전문 대학원에 입학하더라도 그 이후로도 진로문제는 결코 만만치 않을 겁니다. 삶은 끊임없이 새로운 과제에 봉착하기 마련입니다. 법학전문대학원으로 입학해서 변호사의 길로 갈지, 아니면 새로운 길로 접어들지는 그때 결정해도 괜찮습니다. 그러니 시험에 합격했다가 후회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설령 다른 길을 하더라도 법학전문대학원에 합격한 증서만 간직하시면(설령 잃어버린다 해도) 나중에 좋은 경험으로 살아남을 겁니다.
만일 그렇게 원했던 학교를 다니더라도 다니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갈등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선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A냐 B냐가 아니라 사실은 자기 스스로의 중심을 세우고 행동하는 겁니다. 그 원칙만 잊지 마세요.
두 번째 안은 시험에 통과하지 못했을 때입니다.
더불어 시험은 통과했지만 변호사가 되는 길을 포기했을 때의 대안이 되기도 할 것입니다. 절망하거나 좌절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최소한 다른 사람들과 달리 하고 싶은 일에 과감하게 도전해봤으니까요.
다시 일을 시작하면 됩니다. 이때 호텔로서의 일과 그림을 그리거나 디자인을 하거나 전혀 다른 형태의 일을 시작할 수도 있을 터인데요. 본인의 커리어로 봤을 때 다른 쪽으로의 이직이 처음에는 싶지 않을 수 있을 겁니다. 다른 분야의 경력이 전무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지금 현재 다니고 있는 호텔이든 아니면 전혀 다른 호텔이든 다시 호텔로 이직을 해서 그곳에서 이직할 힘을 키워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일을 하면서 그림이나 디자인이나 새로운 분야를 준비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그런데도 그런 멀티태스킹을 지금도 잘하고 있기에 그때도 잘해나갈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저도 직접 뵙지는 못했으나 SNS상으로 서로 알게 된 ‘정진호’씨라는 분이 있습니다. 이 분은 재미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서 그 인연으로 작은 직장을 다니다 SK커뮤니케이션즈로 이직해서 싸이월드에서 작업을 하다가, 지금은 완전히 독립해서 그림 그리는 일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조그만 만화방을 운영하면서 틈틈이 그림을 그리고, 그림도 가르치고, 강연도 하고, 책도 쓰고, 개인전시회도 열고, 그림 판매도 하고 계신 분인데요. 좋은 롤모델이 되지 싶어 소개드리고 싶습니다. 세바시에서 특강도 해서 이름만 검색해도 나오는 분인데요. 아래 페이스북을 통해서 이 분의 활동을 한 번 눈여겨보시는 것도 좋으리라 싶습니다.
https://www.facebook.com/jinho.jung
만일 제가 그림을 잘 그린다면 저는 실용그림이나 웹툰이나 제가 직접 그린 그림이 들어간 책을 써보고 싶습니다. 카페나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가게나 상품을 데코레이션 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고요. 그림을 가르치기도 하고, 그림을 통해 치유하거나 하는 여러 가지 도구라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은 퍼실리테이션이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니 그런 쪽으로도 강의기법을 개발해서 전문 퍼실리테이터로 도전해보겠습니다. 무엇보다도 마음의 여유를 조금만 가지고 꾸준하게만 해나간다면 분명 잘해내실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세 번째 안은 현재 일을 하면서 지금 당장 그림이나 디자인을 시작해보는 겁니다.
말하자면 변호사의 길을 접는 거죠. 그림과 관련한 전시회를 하고 싶은데요. 법학전문대학원에 들어가서 5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거기서 일하면서 사람들과 인맥을 쌓아서 전시회를 하겠다는 생각자체가 어떤 면에서는 헛다리를 짚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마음에도 없던 사람과 굳이 5년 10년을 살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그림이나 디자인이나 예술이 특성상 돈과 인맥이 중요한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긴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실력이란 사실을 잊고 계시지 않나 싶습니다. 꼭 돈과 인맥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차츰 만들어나가면 됩니다. 뭐, 갑부처럼 벌 것도 아닌데 그렇게 큰 욕심만 안내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경우에 따라 결혼을 통해서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메워줄 사람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것만을 가지고 사람을 선택하면 오히려 불행하게 될 수도 있으므로 하나의 대안으로 볼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제가 알기로 그림은 그림 그 자체만으로도 치유가 된다고 봅니다. 그리고 회사에서도 투잡으로 보지 않을 겁니다. 취미생활로 볼 거니까 굳이 눈치 보지 않아도 되고 경우에 따라 아주 잘 만들었을 경우에는 호텔에 전시하거나 시중에 판매하는 것도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요즘은 워낙 SNS가 잘 발달되어 있어서 조금만 잘 활용하면 다용도로 그림실력을 살릴 수 있습니다. 내 그림이 팔릴 정도가 되면 본업을 그만둬도 됩니다. 물론 본업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마음대로 그려나가는 취미생활로 즐겨도 좋습니다.
‘질 트란’이라는 3D 그래픽 아티스트가 있는데요. 이 분은 프랑스 사람으로서 초현실주의를 묘사하는 그래픽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본업은 사료산업 엔지니어라고 합니다. 워낙 잘 그려서 본업인 사료산업 엔지니어를 그만두고 3D 그래픽 아티스트로 활동을 했는데요. 몇 년 하다가 그만뒀다고 합니다. 고객들이 ‘이렇게 해달라 저렇게 해달라’ 요구하는데 자신이 구현하고자 하는 그림과 달라서 그것이 너무 싫었다고 합니다. 자신은 자기가 구현하고 싶은 세계를 마음껏 구현하고 그 작품을 고객이 좋아하면 구매할 수 있는 방식을 고집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시 사료산업 엔지니어로 활동하면서 틈틈이 3D 그래픽 아티스트로 활동한다고 합니다.
물론 그림을 포기하는 경우에는 당장에는 뚜렷한 목표가 새롭게 들어서는 것이 아니라서 변호사가 되기로 한 결심과 달리 두근거리거나 설렘이 적을 수 있습니다. 참, 이상하죠.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것을 하고자 하는데 그런 두근거림이나 설렘이 부족하다니요. 왜냐하면 그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현실을 계속해서 유지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지루하고 보잘 것 없어 보이고 아무런 대책이 없는 듯 보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그림이 제일 끌리는데 돈은 안 될 것 같고 현실적으로 돈을 벌어야 하다보니 호텔일을 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그나마 돈이 되는 디자인으로 갈까, 아니면 전혀 새로운 변호사로 도전해볼까 고민하셨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래서 선택에 대한 고민이 많으시겠죠.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본인의 의지와 실행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해리포터의 조앤 롤링도 그랬고,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역시 그랬고, 세계적인 문학가 카프카 역시 그랬습니다. 카프카 같은 경우에는 다니기 싫은 상해보험국이라는 직장에 다니면서도 업무가 싫다는 내색은 전혀 하지 않고 퇴근 후에는 집에 돌아와 밤마다 글을 썼다고 합니다. 이들 뿐만 아니라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현재 일을 하는 동안 새로운 변신을 준비합니다.
저 역시도 그랬습니다. 어떤 거창한 시도로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 당장 결단하고 사소해 보이는 작은 일들을 충실하게 이행하면서 현실에서 꿈을 그려나가는 것도 중요하다는 겁니다.
직업관과 적성이 충돌할 때는 어떤 선택이 좋을지 문의주셨는데요. 상황에 따라서 다를 수 있기에 단편적으로 한쪽을 말씀 드릴 수는 없습니다. 어느 한 쪽의 선택을 추천하기보다 제가 여러 가지 선택지를 펼쳐 놓으니 실망스러우실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분명 선택 범위를 조금 넓혀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선택을 하던 큰 무리가 없다고 봅니다. 어떤 선택을 하던 나 자신이 의지를 가지고 부딪쳐 나아가면 어디에서든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물론 제가 생각했던 과실(결과)이 아니라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과실을 수확하기도 할 겁니다. 그게 인생이니까요.
그러니까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내 마음의 울림의 소리에 따라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보시길 권합니다.
요청하신 추천도서는 별도로 첨부했습니다. 제가 가르치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책인데요. 이 중에서 읽고 싶은 책들을 선정해서 읽으시면 분명 도움 되실 겁니다.
부디 좋은 결실 맺으시길 바랍니다.
궁금한 부분은 언제든 편하게 다시 문의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
따뜻한 카리스마, 정철상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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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정철상은...
인재개발연구소 대표로 대구대, 나사렛대 취업전담교수를 거쳐 대학, 기업, 기관 등 연간 200여 회 강연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진로백서], [서른번 직업을 바꿔야만 했던 남자], [아보카도 심리학] 등의 다수 도서를 집필했다. 대한민국의 진로방향을 제시하며 언론과 네티즌으로부터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라는 닉네임을 얻었으며 ‘정교수의 인생수업’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맹렬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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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아보카도 심리학>, <대한민국 진로백서>,<서른번 직업을 바꿔야만 했던 남자>, <가슴 뛰는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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