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 다니는 모든 공간이 박물관인 도시, 로마
이탈리아여행기4) 세계인들이 분수처럼 쏟아지는 거리-스페인광장&트레비분수
어제 장거리 비행에 이탈리아에 도착하자마자 아침부터 오랫동안 걸어 다녀서 그런지 저는 뻗어서 잠 들었습니다. 그런데 유진이가 새벽에 열이 나는 게 아닙니까. 안 그래도 한국에서 떠나기 전에 감기 기운이 살짝 있는 것 같아서 병원 가기 싫다는 것을 제가 우겨서 데리고 갔는데요. 그렇게라도 병원에 다녀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에서 지어온 약과 해열제를 먹이고 차가운 수건으로 몸의 열을 반복적으로 내려주었습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여행 시작되었는데 ‘여행 동안 아프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반복해서 물수건을 올려주며 열기를 낮춰주니 금방 생생해지는 겁니다. 약기운에 괜찮아 보이는 점도 있을 것 같아서 오늘 하루는 천천히 움직여야겠다고 마음먹고 다시 잠들었습니다.
아침에 조식을 먹고 약까지 챙겨먹었더니 유진이는 훨씬 좋아 보여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작은 호텔의 조식이었지만 음식도 깔끔하고 맛있었습니다. 아내는 소시지가 특히 맛있다고 하네요. 저는 빵과 샐러드가 좋았습니다. 오전에는 쇼핑을 하기로 했는데요. 아내가 계획을 그렇게 짜놓았지요. 그런데 이 쇼핑만 빼고 아말피 해변으로 갔더라면 완전 퍼펙트한 여행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여행을 다 다녀와서야 들었습니다. 이탈리아의 다른 지역에서는 하루씩 밖에 머무르지 않기에 로마에서 3일 동안 있는 만큼 이곳에서 쇼핑을 하는 것이 가장 좋겠다고 아내가 계획을 짰던 겁니다. 쇼핑은 여자들에게는 에너지 충전을, 남자들에게는 에너지 방전을 일으키는 묘한 공간이죠.
로마에서 아말피까지는 대략2~3시간 거리에 있는데요. 아래 블로그에 자세한 정보가 담겨 있어서 그 주소로 대체하오니 혹 아말피를 여행일정표에 넣고 싶으신 분들은 참조해 보세요.
사실 저는 이번 여행을 위해 네댓 권 정도의 이탈리아 관련 책을 읽었는데요. 하지만 책은 말 그대로 이탈리아에 대해서 조금 더 이해하는데 도움을 줬을 뿐 실질적인 여행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여행 계획은 아내가 모두 스케쥴링을 했는데요. 그래서 여인들이라면 빠질 수 없는 쇼핑센터가 들어갔던 거죠. 우리가 들린 ‘카스텔 로마노(쇼핑센터)’는 우리나라의 시 외곽지역에 있는 대형 아울렛과도 그 모양이 아주 유사해서 특별해 보이질 않았습니다. 그만큼 우리가 이들을 모방해서 잘 만들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그래도 아내가 이렇게 계획을 잘 세운 덕분에 우리 가족 모두 즐겁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이것저것 구매도 하고 점심식사도 피자 3조각으로 간단하게 해결하고 로마로 돌아왔답니다. 제가 3년째 쓰고 있는 백팩이 있는데요. 아내는 이곳 로마에서 구매한 메이드 인 이태리 제품이라고 하네요. 제품이 좋긴 하지만 그래도 여행지에서는 여행이 최고인 듯합니다. 쇼핑을 끝내고 호텔로 돌아와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스페인광장까지 걸어서 갔는데요. 정말 이국적이고 환상적이었습니다. 요 내용은 잠들고 다음날 기록해뒀으니 그대로 따라가 보시죠.
중간 팁 하나 말씀드리면 아이들 버스 요금은 9살 이하가 무료라고 합니다. 매표소에서는 10살 이하 무료라 해서 3명 표만 구해서 버스에 올랐는데요. 버스 기사가 9살 이하라고 해서 유진이 표까지 결국 구매를 했답니다. 아이들 있는 부모님들이라면 나이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아울렛에서 돌아 온 후 호텔에서 한 시간 정도 여유롭게 쉰 다음에 오후 늦게 로마 투어에 다시 나섰답니다. 구글맵을 이용해서 나섰는데요. 길 안내가 영 시원치 않은 겁니다. 사실은 제가 구글맵에 익숙지 못해서 그런 면이 더 있었습니다. 그래도 목적지와의 거리 계산에는 도움이 되었습니다. 평소에 여행지역을 돌아볼 수 있는 이동수단 맵을 충분히 익혀둘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아내는 버스를 타고 스페인 광장 쪽으로 가자고 했지만 거리 계산을 해보니 3km정도 밖에 나오지 않기에 오히려 여행 삼아 걸어가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습니다. 대중교통 요금이 비싸서 가능하면 로마패스를 이용하거나 시티투어 버스를 24시간이나 48시간 혹은 72시간으로 구매해두는 것이 훨씬 좋을 것 같습니다. 가까운 거리라도 버스를 타면 4인 가족 기준으로 1만 원 정도 나오거든요.
결론적으로 말해 걸어가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로마의 구석구석을 모두 다 들여다 볼 수 있었고 걸어가는 동안에도 볼거리가 너무 많아 목적지인 스페인 과장을 조금 더 돌아서 도착하게 됐는데요. 그런데도 전혀 힘들지 않게 느껴지는 겁니다.
저희는 걸어 오다보니 스페인 광장 아래에서 올라오는 코스가 아니라 위에서 내려오는 코스로 스페인계단을 밟게 되었습니다. 이곳은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아이스크림을 먹는 장면으로도 유명한데요. 오드리 헵번을 따라하며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음식물로 지저분해지다고 해서 이제는 아이스크림을 이곳에서 먹을 수 없도록 되어 있답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스페인 광장을 위에서 먼저 전체 전경을 보고 내려오는 코스가 더 좋지 않았나 생각도 듭니다. 우리는 위에서부터 천천히 아래로 내려왔는데요. 아름다운 스페인 광장 풍경에 한 번 놀라고, 수많은 인파에 두 번 놀라고, 세계의 모든 인종이 다 섞여 있어서 세 번 놀랐습니다. 차량도 다니지 않아서 걷기에 더더욱 좋았습니다. 피부도 서로 다르고, 머리색도 서로 다르고, 사용하는 언어도 서로 다른 사람들 사이로 다닌다는 것이 그저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세상사 그리 별다른 것이 아니라 이렇게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진 못했지만 저마다 제 각각 다양한 모습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너무 개의치 않고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아갈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코로소거리를 지나쳐 트레비 분수로 향했습니다. 중간에 트리니타데이 몬티성당과 보르게세 공원 포폴로 광장을 들리는 것으로 계획을 짜뒀는데요. 모두 지나쳐 간 것 같은데 별도의 기록은 없네요.
트레비 분수가 있는 곳은 로마의 신들을 모시는 곳인데요. 바로크 양식의 최대 걸작품으로 불립니다. 하지만 관광객들에게는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분수로 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Daum백과사전을 통해 트레비분수를 조금 더 알아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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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비 분수는 고대의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명한 ‘처녀의 샘(Aqua Virgina)’으로 전쟁에서 돌아온 병사들에게 물을 준 한 처녀의 전설을 분수로 만든 것이다. 분수의 정면 오른쪽 위에 이런 일화를 담은 조각품이 있다.
고대 로마 시대는 풍부한 수원과 총 14개의 거대한 수도망이 있었고 로마 전역에 물을 공급했지만 서로마 제국의 멸망 이후 많은 이민족들이 침입하면서 이 수로망을 파괴했다. 그로 인해 물 부족 현상이 발생했다. 이런 물 부족은 15세기 이후에 들어서면서 새로이 로마를 재정비하려던 교황들이 여러 수도교와 분수를 만들면서 해소되었다. 그중에 제일 유명한 것이 바로 이 트레비 분수이다. 평범했던 이 분수는 1732년 교황 클레멘스13세가 니콜라 살비(Nicola Salvi)에게 명해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트레비 분수의 아름다움은 바로크 양식의 마지막 최고 걸작품이라고도 한다.
이 트레비 분수가 유명하게 된 이유는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스페인 계단’이 유명해졌듯이, 영화 〈달콤한 인생(La dolce vita)〉에서 주인공인 마스트로이안니와 여주인공이 분수에 뛰어드는 장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트레비 분수의 중앙에 있는 근엄한 모양의 부조물은 바다의 신인 ‘포세이돈’이며, 양쪽에 말을 잡고 있는 두 명의 신은 포세이돈의 아들인 트리톤이다. 종종 테베레 강이 범람해서 이곳까지 물에 잠길 때가 많자 바다의 신을 만들어 이를 막고자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분수 왼쪽에 날뛰는 말은 풍랑을 상징하고, 오른쪽의 말은 고요한 물을 상징한다. 건물 제일 위를 보면 라틴어로 ‘CLEMENS VII’라고 클레멘스의 이름이 적혀 있고, 그 아래에 AQVAM VIRGINEM이라고 적혀 있는데 ‘처녀의 샘분수’라는 것을 명명하고 있다. 양쪽에 있는 4개의 여인 조각상은 4계절을 상징한다.
* 트레비 분수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물이 있는 아래까지 내려가 봐야 한다. 방문 시간은 해질 녘, 즉 오후 5시나 6시경이 제일 좋다. 물가에 앉아 있으면 몇 백 년이 지난 낙서도 확인할 수 있다. 동전을 던질 때는 뒤로 던져야 하며 혹시라도 물속에 있는 동전을 손으로 꺼내거나 물속으로 뛰어들면 바로 경찰에 걸리니 절대 손대지 말자.
트레비분수에서 동전 던지는 법에 대한 말도 안 되는 특강(?)
1. 반드시 오른손으로 동전을 잡는다.
2. 왼쪽 어깨 너머로 동전을 던진다.
3. 첫 번째 동전은 다시 로마로 돌아오는 것을, 두 번째 동전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세 번째 동전은 그 사람과 결혼을 할 수 있게 한다는 의미가 있다.
4. 사진을 찍으려면 반드시 오른쪽 손이 왼쪽 어깨너머에 있을 때 찍어야 멋지게 잘 나온다.
출처: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87XX3780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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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동전을 던져서 분수에 들어가면 로마에 다시 돌아올 수 있고, 두 번째 동전을 던져서 동전이 들어가면 영원한 사랑을 얻을 수 있는데요. 세 번째 동전을 던지면 사랑하던 사람과 결혼하게 된다고 하는데요.
만일 네 번째 동전까지 던지게 되면 웃픈(?)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지금 사귀고 있는 연인이나 배우자와 헤어질 수 있다고 하는 겁니다. 동전을 던질 때도 마구 던지면 안 된다고 하는데요. 동전 던지는 방법은 트레비 분수를 등지고 오른쪽 손에 동전을 쥐고 왼쪽 어깨 뒤로 던져야 소원이 이뤄진다고 합니다. 작은 동전이긴 하지만 이 동전의 금액 규모도 엄청나서 연간 20억 원 정도 된다고 합니다. 우리 가족 모두 동전을 제 각각 던지고 수많은 인파 속을 빠져 나왔습니다. 유진이는 이 기억이 제일 많이 남는다고 하는군요. 어떤 소원을 빌었는지 묻고 싶었지만 참았습니다.
그렇게 나오던 길에 들렀던 식당에서 30만원이나 되는 비싼 식사를 해서 당혹했던 겁니다. 요 기억은 아래에 솔직히 고백해 놓겠습니다. 그땐 속상했는데 돌이켜보니 그게 뭐 어떠랴 싶기도 합니다. 어찌보면 그렇게 실수도 해가면서 배워가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덕분에 돈 아끼려고 택시도 안타고 호텔까지 걸어왔기에 소화도 잘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아침에 열이 나던 유진이가 아무렇지도 않게 건강하게 하루종일 함께 걸어 다녔으니 이 얼마나 축복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감사함마저 들었습니다.
다음날 로마 시각으로 새벽 4시에 잠이 깼습니다. 어제 일이 생각나 잠이 깼는데요. 잠을 청해봐야 뒤척거리기만 할 것 같아서 바로 일어났습니다. 아내가 잠깨지 않도록 하기 위해 화장실에 들어가 글을 썼습니다.
어제 정말 신나게 쇼핑하고, 밥먹고, 사진찍고 즐겁고 행복하게 여행을 즐겼는데요. 그런데 트레비 분수를 보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저녁 식사를 했는데 이곳에서 속상한 일이 있었답니다. 한 끼 식사가 우리 돈으로 거의 30여만 원 가까이 나와서 기겁을 했거든요. 그 일 때문에 마음이 속상해 깨었던 겁니다.
원래는 리조또 하나에 파스타 하나 그리고 간단한 요리하나 정도를 시킬 예정이었는데요. 스테이크가 너무 저렴하기에 시켰는데요. 그런데 커다란 티본 스테이크가 나오는 겁니다. 처음에는 ‘어떻게 이렇게 큰 음식을 이렇게 저렴하게 제공하지’ 하며 즐거워했는데요. ‘그냥 뭐 고기로 배나 채워보자는 생각으로 먹었습니다. 양이 너무 많아서 우리 4명이 먹고도 거의 절반이 남을 정도의 양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뭐 실수도 하는 거지’ 하는 생각에 그냥 막 먹었는데요. 계산서를 보고 기겁을 하고 말았습니다. 스테이크 하나에 125유로 정도가 나왔는데요. 여기에 부가세 10%, 시티 tax10%까지 더 하니까 160유로가 나오는 겁니다. 우리 돈으로 환산해보니 이 티본스테이크 하나에만 21만 원가량이나 되는 겁니다.
웨이터에게 파스타를 추천해달라고하고 그 다음에 요리를 추천해달라고 했는데요. 웨이터가 요리를 먼저 추천한 겁니다. 그것도 모르고 실수를 해버린 겁니다. 게다가 가격이 10온스(283g)당 가격이었는데요. 그것을 전체 가격이라고 착각하고 너무 저렴하다고 판단해버린 실수를 저지른 겁니다.
맛있게 끝까지라도 다 먹을 수 있었더라면 그나마 아쉽지는 않았을 터인데요. 사실 고기가 조금 질기고 그다지 맛있지도 않아서 절반 밖에 먹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더 아쉬운 겁니다. 사실 속상했죠. 화도 났는데요. 그런데 주문을 잘못한 것도 다 제 잘못이라 뭐라 말도 제대로 못하고 나왔습니다.
오늘 하루내 오랫동안 걸었기에 원래는 호텔까지 택시타고 가려고 했는데요. 돈 아끼기 위해 호텔까지 걸어서 갔습니다. 다행히 먼 거리는 아니어서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는데요. 오늘 다시 한 번 제가 헛똑똑이었음을 증빙한 것 같아서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내가 트레비 분수를 나오자마자 있는 선물가게에 들어가 물건들을 샀는데요. 아이들 후드티를 하나씩 사는 겁니다. 전문 옷가게도 아니고 이런 기념품 판매하는 곳에서 옷을 산다는 게 조금 못 마땅해서 제가 ‘으이구’하고 했거든요. 아내는 그런 제 반응에 속상해했지만 결국 저는 아내 이상으로 훨씬 더 많은 돈을 음식 값으로 써버렸으니 입이 두 개라도 할 말이 없겠다 싶어 민망했습니다.
지금까지 이런 헛똑똑이 짓을 얼마나 많이 해왔을까 싶은 생각에 반성의 마음이 많이 들었습니다. 쓰고 보니 참 부끄럽습니다. 앞으로는 조금 손해보고 조금 실수를 하더라도 너무 마음 쓰지 않으며 느긋하게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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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정철상은...
인재개발연구소 대표로 대구대, 나사렛대 취업전담교수를 거쳐 대학, 기업, 기관 등 연간 200여 회 강연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진로백서>, <서른 번 직업을 바꿔야만 했던 남자>, <아보카도 심리학> 등의 다수 도서를 집필했다. 대한민국의 진로방향을 제시하며 언론과 네티즌으로부터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라는 닉네임을 얻으며 맹렬히 활동하고 있다.
*교육&상담 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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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아보카도 심리학>, <대한민국 진로백서>,<서른번 직업을 바꿔야만 했던 남자>, <가슴 뛰는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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