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인디 음악을 하는 분들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그룹 강연회에 참여했습니다. 아나운서 출신의 강사분이 음악인들을 대상으로 ‘무대 위에서 적절한 멘트 기법’에 대해서 말씀해주셨는데요.
강연이 다 끝나고 이런저런 질의응답의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다른 분들의 말씀만 계속 이어졌는데요. 그 때 조용히 있던 제가 ‘무대 위에 있다가 내려오면 강사나 음악가나 모두 스트레스가 많을 것 같은데, 그런 스트레스를 어떻게 관리 하는지’ 여쭤봤습니다.
강사분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셨는데요. 강의 듣던 한 분이 ‘스트레스요?’, ‘왜요?’ 이런 말씀으로 반응을 하십니다. 무대를 내려와서 소주 한 잔 걸치면 깨끗하게 끝난다는 겁니다.
그 말에 제 머리가 띵했습니다. 우리는 자기도 모르게 지나간 일에 너무 연연해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질문을 던진 것도 어쩌면 제가 무대를 내려오고 나서 받는 스트레스에 대해 도움을 구하고자 그런 질문을 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반성의 마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우리라고 표현했지만 어쩌면 저를 두고 한 말이었지 않았겠습니까.
잘했든 못했던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연연해하지 말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상의 모습을 다해 온 열정으로 임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저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자못 지나간 일에 연연해하며 힘들고 괴로워하며 때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녀를 업고 개울을 건넌 한 노스님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물이 불어 개울가를 건너가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던 처녀가 있었습니다. 그때 제자와 함께 가던 노승(老僧)이 갑자기 달려가더니 처녀를 훌쩍 업고 개울을 건너는 게 아니겠습니까.
주위에 있던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아무도 말을 꺼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제자는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수행한다는 사람이 여자와 살을 맞댈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이런 의구심이 들어 결국 참지 못하고 그 날 밤에 스님에게 수행하시는 스님에 왜 처자를 업고 개울을 건넜는지 여쭤봅니다.
그러자 노스님이 말씀하시죠. ‘나는 개울을 건너자마자 처자를 내려놓았는데, 너는 어찌하여 아직도 그 처자를 업고 있느냐’라고.
우리는 이 제자와 같이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일에 너무 많이 매달려 스스로 괴로워하고 고통스러워하고 있지 않나 하는 반성의 마음도 들었습니다. 지난 일은 모두 다 지난 일입니다. 시간은 결코 과거를 되돌릴 수 없는 법. 어지러운 마음으로 자신을 괴롭힐 것이 아니라 마음을 내려놓음으로 평온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잘했다고 평가를 받던 못했다고 평가를 받던 그것은 나 자신의 영역이 아니라는 겁니다. 만일 잘못했다면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입니다. 그것은 자기 탓이죠. 온전하게 받아들이면 됩니다. 그러면 잘못도 극복할 수 있을 터인데 우리는 과거의 잘못에 매달려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지 못하고 과거에 대한 변명으로 현재를 충실하고 있지 못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했던 못했던 과거는 그대로 떠나보내고 앞으로 해야만 하는 일에만 더 집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는 어떤 일이든 제 모든 열정을 남김없이 전소하리라 다짐해봅니다.
오늘 또 하나 배웠습니다.
아자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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