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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번 직업을 바꾼 남자

박사학위를 취득하고도 백만 원도 못 버는 시간강사의 슬픈 현실

by 따뜻한카리스마 2013. 8. 12.

부제: 공부보다 중요한 생존의 기술을 익혀라!

 

수도권의 한 대학에서 취업 특강이 있었다. 나를 추천받고는 강의를 의뢰해준 교수가 있었는데, 친절하고 마음이 따뜻한 분이었다. 그는 박사 학위를 마친 뒤 한 공공기관에서 7년가량 일하다가 현 대학교로 1년 전에 자리를 옮겼다고 한다. 대학에 있다 보니 기존 조직에서 처럼 눈치 볼 직속 상사가 없어서 좋았다고 한다. 자유롭게 업무를 추진할 수 있어서 좋았고, 젊은이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교수로서의 생활이 만족스러웠다. 주변 사람들이 좋은 시선으로 바라봐주는 점도 직업에 대한 만족감을 높이는 데 한몫했다.

 

그런데 대학교수라는 직업이 막상 높은 진입 장벽을 뚫고 들어가도 진급연한제가 있어서 불안한 면이 있다고 걱정을 토로했다. 게다가 보수적이고, 연봉 인상도 제한적이고, 비체계적인 학교 제도에 다소 답답함도 느끼고 있기에 그동안 박사 학위를 받기 위해서 투자한 비용을 회수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했다. 명함에는 교수로 되어 있지만 학교 내에서는 ‘전임강사’라고 한다. 예전 같으면 전임강사들은 사실상 정년까지 그대로 보장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불안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2년 뒤 재임용 시기에 임용되지 못할 경우 사실상 교수 생활이 끝나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불안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기간 동안에 수행해야 될 과제와 책임 때문에 전전긍긍 하는 전임강사가 많다. 논문이나 연구 과제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이 교수 평가라고 한다. 그래서 학생들 눈치 봐야 되고, 학교 재단 눈치 도 봐야 한다. 때문에 불필요한 학교 행사나 세미나에도 어쩔 수 없 이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데, 이로 인해 알게 모르게 수업을 등한시하는 경우도 생긴다고 한다.

 

이렇게 2년 뒤에 재임용되어 조교수가 되어도 4년 뒤 부교수로 승진하지 못하면 그것으로 교수 생활이 끝난다. 부교수에서 정교수로 가는 데 6년이라는 진급 연한이 있다. 요즘은 이 모든 단계를 자연스럽게 통과하기가 예전만큼 쉽지 않다.

 

그래서일까. 대학 강사의 생활을 다룬 한 방송 프로그램에 큰 공감을 느꼈다고 한다. 유능한 강사임에도 대학교수 임용 시험에서 번번이 탈락한 한 시간강사의 이야기였는데, 이런 시간강사들 중에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자살한 사람도 있다는 사실이 남의 일 같지 않아 마음이 아팠다는 것이다. 해외 명문 대학을 졸업하고도 몇 년 간 시간강사로 지내다가 임용되지 않아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도 이젠 흔한 뉴스가 되었다.

 

그나마 대학에서 시간강사 자리를 얻기도 쉽지 않다. 대학교수로의 진입 장벽은 갈수록 더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경력을 쌓기도 힘든 형편이다. 대학에서도 가능한 한 정교수를 채용하려고 하지 않는 추세다. 교수들을 새롭게 임용하지 않아도 능력 있는 시간강사가 수두룩하게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대학은 별 걱정이 없는 눈치다. 박사 학위를 받고도 백만 원도 못 버는 강사가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에서 일하기 위해 열심히 학교에 봉사하려는 박사 학위 소지자들이 줄줄이 대기하며 기다리고 있다. 이런 현실 덕분에 시간강사들의 비율은 갈수록 더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대학 재단은 이런 이들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박봉의 계약직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말이 계약직이지 완전히 임시직에 가깝다. 심지어 노예직이라고까지 부르는 강사들도 있다. 노동자의 임금보다 못한 경우가 많으니 어찌 그 생활이 비참하지 않으랴.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2008년 한국과학기술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시간강사의 평균 연봉이 999만 원이었다. 한 달에 백만 원도 안 되는 셈이다. 이는 신세대를 지칭하는 ‘88만 원 세대’보다 못한 수준이다.

 

예전에는 정당한 방법은 아니지만 대학 재단에 어느 정도 돈을 기부하고 채용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이러한 방법이 사회 병폐의 일면으로서 민감한 사안으로 떠오르다 보니 재단에서 정교수 채용 자체를 더 꺼리게 되지 않나 하는 이야기도 있다. 아직도 일부 재단에서는 이러한 불법적 관행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물론 그런 관행을 활성화하자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설령 그런 방법으로 채용이 가능하더라도 그 많은 돈을 시간강사 처지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

 

대학이 교수직 채용을 꺼려하는 이유는 기업이 정규직 채용을 꺼려 하는 이유와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의 경우보다 대학에 지원하려는 수요가 많기 때문에 대학에서 강의하려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선택 폭도 좁아 훨씬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처럼 어려운 장벽을 뛰어넘고 잘나가는 교수들이야 연봉 1억 원이 훌쩍 넘어갈 수도 있다. 게다가 학교에서 제공하는 연봉과 연구비, 부대 경비지원과 그 외의 부수익까지 발생하기 때문에 웬만한 중소기업 사장이 부럽지 않다. 하지만 학교에서 소외받고 있는 대학 강사들은 시간당 강사료만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경우가 많다. 시간별 강사료가 대학마다 천차만별이지만 시간당 3, 4만 원대가 대부분이다. 그나마도 여러 해가 바뀌며 교수들의 급여가 올라갈 동안 시간 강사들의 강사료 인상률은 높지 않은 대학이 많다. 시간강사에게는 연봉 협상 권한이라는 것 자체가 없는 셈이다.

 

최근 ‘시간강사’ 처우를 개선한다고 하여 대학마다 ‘외래교수’라는 명칭을 새롭게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외래교수들은 말뿐이라고 불평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국공립대 중심으로 2013년까지 시간당 강사료를 8만 원까지 올리겠다고 하는데, 정말 실행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사립대 강사에게는 그 마저도 꿈같은 이야기다.

 

현재로서는 한 달에 20시간을 강의해봤자 월급 백만 원도 안 되는 셈이다.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하고, 개인교습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가는 대학 강사가 많다.

 

갈수록 박사 학위 소지자가 늘고 있는 추세인데, 대학 자리는 더욱 줄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박사 학위를 취득하느라고 30대 후반이 되어도 결혼하지 못한 사람이 많다. 결혼을 하더라도 경제력 때문에 생활고에 시달리곤 한다.

 

사실 꼭 대학에만 목숨 걸 필요는 없다. 사회적 능력만 갖춘다면 대학 외에도 충분히 대안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문적 이론만 갖출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생존 기술도 배워야 한다. 시간강사들 입장에서도 제한된 진로와 편협한 사고의 폭을 조금 더 넓혀야 한다. 학교에만 갇혀 있을 것이 아니라 학교 이외의 사람들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도 듣고 학교 밖에서도 배움을 구해야 세상이 보인다.

 

대학 강사의 처우 문제를 떠나 국가적으로도 고학력 소지자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국력의 낭비가 없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경쟁력을 올리려면

그들을 가르치는 강사들에게

합당한 대우가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

그러한 제도가 정착되기 전까지

지식인 스스로 합당한 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노력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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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청춘의 진로나침반>,<서른 번 직업을 바꿔야만 했던 남자>, <심리학이 청춘에게 묻다>, <가슴 뛰는 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