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는 프로 직업인

부제: 외국인에게 사인 받는 택시 기사

 

택시를 타다 보면 기본요금 거리여서 여러 명이 우르르 타기가 민망할 때가 있다. 한번은 “아저씨, 가까운 거리예요. 바로 요 앞인데요. 사람이 많은데 괜찮을까요?” 하며 택시 타기 전에 양해를 구했다.

 

그랬더니 기사 아저씨가 흔쾌히 “물론이죠. 괜찮습니다. 승객이 원한다면 어디든 갑니다. 짧은 거리면 뭐 어떻습니까” 하고 즐겁게 응답한다. “아저씨는 정말 즐겁게 일하시는군요”라고 말하며 택시에 올랐다.

 

그러자 이 택시 기사분은 “왜 즐겁지 않겠습니까. 즐겁기만 한걸요”라고 반문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낡은 방명록을 꺼내 자랑한다. 택시를 탄 승객에게서 받는 방명록이란다. 그런데 다소 특별하다. 외국인에게만 사인을 받았기 때문이다. 나도 웬만큼 알려진 사람이니 사인해주겠다고 농담을 건넸는데, 한국인은 불가능하단다.

 

외국인에게 사인을 받은 방명록 노트 첫 장에 다음과 같이 적혀있었다.

 

Welcome!

Please give me your autograph?

Thank you.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콩글리시인 ‘사인sign’이라고 하지 않고 ‘서명autograph’이라고 정확히 표현해서 놀랐다. 들춰보니 외국인의 서명이 수없이 적혀 있다. 이 방명록에 사인하는 외국인들의 기분은 어땠을까. 적어도 한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지 않았을까!

 

그러고 나서 보니 차내도 좀 다르다. 작은 정성이긴 하지만 재활용품을 이용해 꽃도 한 송이 걸어뒀다. 택시 안에 향이 은은하다 싶었더니 천연방향제로 모과까지 활용하고 있었다.

 

이 기사분은 친절한 기사로 관광공사 포상도 받고, 시장 표창도 받고, 일본 MK 택시 연수까지 다녀왔다고 한다. 멋진 프로필이 담긴 명함까지 건네준다.

 

사진을 찍어도 괜찮을지 물었다. 얼마든지 찍으라고 흔쾌히 허락했다. 몇 컷을 찍어서 기사분과의 만남을 블로그에 올리기도 했다. 신체적으로 외적 장애가 있는 듯 보였다. 입 주위에 장애가 있었다.

 

그래도 말하는 연습을 많이 했는지 말씀은 잘했다. 자신의 어려운 환경을 딛고 일하는 기사분에게서 작은 행복의 모습을 엿보았다. 기본요금밖에 나오지 않는 짧은 구간임에도 아저씨와 나눈 따뜻한 대화 덕분에 행복감에 젖어들었다. 짜증내고 투덜대는 택시기사들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왜 다들 이렇게 간단하게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외면하고 불평불만으로 살아가는 것일까 생각하면서 나 자신도 반성했다.

 

블로그에 올린 내 글을 본 한 기업에서 이 기사 분을 만나고 싶다는 연락을 해왔다. 이유를 물었더니, 외국 바이어가 오는데 이 분이 직접 운전하는 택시로 모셔 자신들의 정성을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다. 이후에 몇 군데 언론에서 연락처를 알려달라는 부탁이 왔는데 방송 출연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역시 어디 가나 프로는 사랑받기 마련이다.

 

아저씨처럼 행복하게 일하는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나도 방명록을 하나 만들어서 가지고 다닐까?

아니, 방명록 받을 자격부터 갖춰야겠다.

 

*참조로 이 글은 08년 2월 27일에 내 블로그에 올렸던 글이다. 내용이 좋아 <서른 번 직업을 바꿔야만 했던 남자>이라는 도서에서 도서에 적합하게 변환한 글이다.

짧은 거리에 여러 사람이 택시에 오르면 자칫 불편해할 수도 있을 택시기사 입장에도 불구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승객을 맞이하는 기사아저씨가 너무 멋져 보여서 블로그에 올렸던 글이다.

평소라면 그저 일상으로 보고 말았을 수도 있지만 블로그를 하면서 사람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며 본 덕분에 쓴 글이다. 이런 글은 다시금 업그레이드되어 도서로도 게재될 수 있고, 강의 소재로도 활용될 수 있답니다.

여러분들도 블로그 글이 어떻게 도서용으로 게재되는지 알아보면 앞으로 책을 쓰는데 작은 참고가 되지 않을까 싶어 도서에 올렸던 글을 블로그에도 공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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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청춘의 진로나침반>,<서른 번 직업을 바꿔야만 했던 남자>, <심리학이 청춘에게 묻다>, <가슴 뛰는 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