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살아가면서 크건 작건 실패를 경험한다. 그러나 실패를 받아들이는 태도에는 많은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실패한 원인을 남 탓으로 돌리며 그야말로 돌이킬 수 없는 치부로 여기는가 하면, 자신의 실수를 스스로 인정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자 노력하는 계기로 삼기도 한다. 나 역시 잘못되면 남 탓으로 돌리곤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나아지는 것은 없었다.
그래서 힘들어도 어떤 실패가 있더라도 그 원인을 나 자신에게서 찾고자 노력했다. 내 사업 실패 경험이 당신에게도 삶의 작은 교훈이 되어줄 것이라 믿기에 부끄럽지만 솔직히 고백해보겠다.
일자리 정보 대부분이 인터넷을 통해서 유통되고 있기에 누구나 취업 사이트 한두 번씩은 방문해봤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하나의 산업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데, 이러한 산업을 ‘웹 리크루팅산업(Web Recruiting Industry)’이라고 부른다. 이는 인터넷 비즈니스(Internet Industry)와 인적자원 산업(HR Industry ; Human Resource Industry)이 결합한 사업 형태라고 말할 수 있다. 흔히 취업 사이트, 인터넷 채용 사이트, 구인구직 사이트 등으로 불린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이는 신종 사업으로 분류되었다.
국내 취업 사이트 No1 사이트로 알려진 잡코리아의 김화수 사장은 이 분야의 대표 기업인이라 할 수 있다. 그는 한때 동종 업계에서는 상도가 없다며 매도되기도 했다. 상위권 기업으로 혼자 지독히 무료 채용 광고를 고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김화수 사장은 존경받는 중소기업 CEO로서 회자되고 있다. 그의 뚝심으로 잡코리아는 국내에서 완벽한 선두를 탈환했으며, 결국 다른 모든 업체도 유료를 포기하고 무료로 전환하기에 이르렀다. 김 사장은 사업 성공을 위해 90퍼센트에 가까운 자신의 지분을 모두 내놓고 사업에만 매진했다. 그 결과 독보적인 1위를 달성했다.
2006년 잡코리아가 미국 몬스터닷컴에 1천억 원에 매각되면서 김사장은 천만장자 대열에 올라섰고, 여전히 그는 잡코리아의 선장을 맡고 있다. 잘나가는 벤처기업 CEO이지만 교만하게 사람들 앞에 잘 나서지도 않는다.
이 분야 사업을 시작했던 2002년 당시 나에게도 성공할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사업 4년 만에 사업을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에는 사업을 포기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결과에 대해서는 후회가 없다. 최고경영자에게 사업 철수를 제안하고 기존 사이트는 매각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그런데 내 말을 믿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이 투자해서 큰 손실만 입었다는 소식을 퇴사 후에 듣고 안타까운 마음이 이를 데 없었다.
당시 사업 실패의 원인으로는 ‘총체적 경영 지원 부족, 경영진의 사업이해 부족, 구성원의 비즈니스 역량 부족, HR 산업의 이해 부족, 보수적인 조직 구조, 빈약한 광고・마케팅 지원, 사업 후발업체로서의 불리한 비즈니스 여건, 부족한 웹 개발 시간, 선발 업체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인력’ 등을 다양하게 언급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큰 원인은 나 자신의 부족함 때문이었다고 솔직히 밝힌다. 어려움 속에서도 해법을 찾아냈어야 했지만 나는 그러질 못했다.
사업 시작 전에 정확하게 상황 판단을 하지 못했다. 신규 사업 론칭을 위해서 2001년 말 취업 사이트 시장조사에 들어갔다. 비록 경험을 통해서 이미 잘 알고 있었던 시장이었지만, 동종 업계의 대표들을 일일이 만나면서 마지막으로 나의 전략에 대한 판단을 내리고 싶었다.
당시 인크루트를 비롯한 취업 사이트들이 유료로 전환하고 전환하려는 시점이었다. 나에게도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사이트를 오픈하면 기업 채용 공고를 무료로 개방하고, 모든 취업 사이트의 채용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기술을 구현해서 개인에게 무료로 제공하자는 전략이었다. 지금은 상용화된 오픈 검색인데 당시 취업 시장의 오픈마켓과 같은 최초의 시도였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잡코리아의 김 사장을 만나면서 무료 전략을 포기하고 말았다. 자신이 이 업계에 있는 한 끝까지 무료정책을 고수하겠다고 확고하게 말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후발 주자인 나에게는 기회가 없겠다고 생각했다. 긴급히 전략을 수정해서 유료 사이트로 오픈했다. 무료 정보가 아니라 유용한 콘텐츠로 승부를 걸겠다고 전략을 수정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나의 판단은 오류였다. 당시 매출액 순위로는 4, 5위권에 머물러 있던 잡코리아였지만 무료를 고수하면서 불과후 2, 3년 후에는 독보적인 1위로 선두권을 구축했다.
당시 시장 진입에 있어 내가 몸담고 있던 업체에서 개발한 웹 사이트로서는 웹리크루팅 산업의 선두권을 욕심낼 상황이 아니었다. 좀 더 작은 틈새시장을 공략해 전문화된 시장을 노리고 파고들었다면 작은 시장이나마 선점할 가능성이 있었다. 게다가 그렇게 했다면 메이저 포털 사이트와도 경쟁을 해나갈 힘도 길렀을 것이다. 그렇지만 포지셔닝을 잘못한 덕분에 좋은 콘텐츠와 좋은 아이디어가 많았음에도 결국 사업에 실패하고 말았다. 취업 사이트를 소유한 모회사의 역량과 나의 역량을 과신한 탓이다.
비록 이 사업에서는 실패하고 말았지만, 현재 나는 오히려 더 좋은 조건에서 보다 자유롭게 일하고 있다. 쓰라린 실패의 경험이었지만 나의 어리석은 과거에 대해서도 묵묵히 받아들일 수 있는 연륜이 생겼다. 쓰러지고 깨어지고 부서졌던 나의 과거가 지금의 나로 만들어주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한두 가지 일은 되돌리고 싶을 때가 있기 마련이다. 만일 나에게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절체절명의 판단 시기였던 사업 시작 시점으로 한번 되돌아가고 싶다는 상상을 해보곤 한다.
나처럼 과거를 되돌리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선택과 판단에 대해서 한마디 덧붙이고 싶다. 살아가다 보면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마주치기 마련이다. 이때 자신이 내린 판단에 대해서 후회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한편 마음에 안 들었던 선택이 오히려 좋은 결과를 낼 때도 있고, 마음에 들었던 선택이 오히려 잘못된 결과를 낼 때도 있었을 것이다.
늘 최상의 선택만 할 수는 없다. 때로 누구나 판단 착오와 실수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한 순간에는 무엇보다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절대 집중해야 한다. 그 중요한 순간에 올바른 결정을 내리느냐, 못 내리느냐에 따라서 최종 결과물이 크게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을 새롭게 시작하려고 할 때는 특히 올바른 판단이 중요하다.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과연 내가 내린 판단이 올바른가, 내가 계획한 일이 어떤 면에서 장점이 있는가, 어떤 면에서 취약한 점이 있는가, 수익성은 어떤가, 실용성은 있는가, 현실적인가, 고객은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나 자신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가, 나는 내 판단을 뒤따를 만한 행동력이 있는가, 자금 동원력은 있는가, 이 일을 해내기에 시간적으로 충분한가, 시기적으로 적절한 타이밍은 언제인가, 지금의 결정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과연 현명한 결정인가’ 등의 질문을 냉정하게 던지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된다. 일단 결정을 내린 뒤에는 행동에 몰입하고 헌신해야 한다.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머리로만 담고 있지 않는 것이다.
머릿속 고민을 글로 적어서
객관적으로 비교하고 분석해보자.
너무 간단한 방법이지만
효과는 탁월하다.
그렇게 벌린 모든 일에는
스스로 책임지는 습관을 들이자.
* 이 글은 2011년에 도서 <서른 번 직업을 바꿔야만 했던 남자>를 쓰면서 게제했던 글이며, 실제로는 웹리크루팅 사업을 2006년에 떠나며 당시의 감회를 적었던 글이라 지금 현재 산업현장에서의 순위에는 변동이 있을 수도 있음을 고지합니다. 회사와 경영자의 실명을 언급한 것은 부정적으로 언급하고자 함이 아니라 객관적인 사실에 대해 정확히 언급해 진솔한 이야기를 하고자 함이므로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 페이스북 코멘트:
사람들마다 과거를 되돌리고 싶은 순간이 하나씩은 있을 겁니다. 저 역시도 있는데요. 한 취업사이트의 수장으로 사업을 시작할 때입니다. 한 때 동종업계에서 상위권에 랭크되기도 했지만 결국 사업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실패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외부적 요인은 너무도 많지만 가장 큰 원인은 나 자신에게 있지 않았나 반성해봅니다.
제 사업실패의 교훈을 블로그에 담아봤습니다. 여러분들에게도 작은 교훈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멋진 한 주 출발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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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청춘의 진로나침반>,<서른 번 직업을 바꿔야만 했던 남자>, <심리학이 청춘에게 묻다>, <가슴 뛰는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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