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진로고민에 대해 인터넷검색을 하게 되다가 선생님을 발견하게 되어 이렇게 글을 보내봅니다.
저는 지금 00에 사는 21살 남학생인데요. 고등학교때 소변검사를 통해 iga신병증이라는 병을 발견하게 되어 군대를 면제받은 남학생입니다. 제가 남들보다 시간을 벌긴 했지만 무었을 해야 할지 고민 중입니다.
저는 00대학교 소프트웨어공학과에 다니고 있다가 대학공부도 맞지 않는 것 같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해 1학년 2학기 때 휴학을 하고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러 학원에 다녔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공부는 저에게 잘 맞지 않는 것 같아 매일 하루 종일 걱정만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가족들에 기대에 너무 미안한 마음에 어떻게 하면 답을 찾을 수 있을까 해서 이렇게라도 글을 보내봅니다. 제 성격은 활발해서 다른 사람들과 친해지는 성격인데 대학에서만 유일하게 그렇지 못했습니다.
저는 일찍 취직해서 가족에게 도움이 되려고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려는 건데 역시 쉬운 일만은 아닌 듯싶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일용직 근로자로 하루하루 힘들게 돈을 벌고 계시고 어머니께서는 병원 식당에 다니시며 일을 합니다.
그러다보니 일찍 취직해서 돈을 벌고 싶은 마음이 너무 큽니다. 그렇지만 제가 좋아하는 일을 잘 알지도 못하고 무엇을 해야 열심히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제가 봐도 공부랑은 잘 안 맞는 거 같고 오래 앉아 있지 못하는 성격입니다.
가정형편이 좋다면 무엇이든 해서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보겠지만 가정형편이 그렇게 넉넉한 게 아니라서 그렇지도 못하고 부모님 모두 보수적이셔서 무조건 공부만 하라고 하십니다. 그렇지만 이런 식으로 공무원시험을 준비해봤자 부모님께 더 미안한 마음만 들뿐이고 합격도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저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패션에도 관심이 있지만 부모님께 너무 죄송스럽습니다. 아무래도 예체능 계열이다 보니 돈도 많이 들 것 같습니다. 아직 제가 뚜렷하게 좋아하는 것이 없어 이러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 정말 부탁드립니다.. 남들보다 시간을 벌었다고 하지만 저는 그게 너무 두렵습니다. 2년이란 시간이 너무 헛되이 가지 않게 선생님께서 조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답변:
군대를 면제받아 또래보다 2년이라는 시간의 이득을 보는 것 같아도 시간을 헛되이 보내면 오히려 군대를 아니 간만 못할 수도 있습니다. 공무원 시험이 안 될 것 같다고 생각 들면 빨리 포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부모님께 ‘시험으로 통과하기는 어렵다, 내가 목표로 하는 일이 있다’ 등의 이유를 말씀드리고 사회로 진출하기 위해 학교에 복학해 미래를 구체적으로 설계해보겠다고 설득력 있게 말씀드리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다만 전공이 안 맞아 고생이라고 했는데요. 그렇다고 다시 수능을 보기에는 오히려 시간만 낭비할 수 있으므로 2년간 열심히 공부해서 복수전공을 하거나 전과 하는 방식을 취하면 어떨까 합니다.
왜 그 학과를 선택하셨나요? 부모님이 권했나요? 선생님이 권했나요? 어떠한 이유든 본인 스스로의 책임도 있습니다. 그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사회에는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합니다. 결혼하기에 괜찮은 사람이라고 결혼했는데 막상 보니 아니더라는 거죠.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만일 이혼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물론 이혼 할 수도 있는 일이죠. 하지만 작은 차이 하나도 못 참는다면 책임감 없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요.
어떠한 형태든 자신에게 문제가 발생했을 때 본인 스스로 잘못된 선택을 한 책임을 스스로 져야만 합니다. 그러한 삶의 태도가 미래의 삶을 바꾸게 됩니다. 앞으로 직업이나 직장을 선택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래도 자신과 잘 맞지 않는 느낌이 들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인식해야합니다. 그럴 때 마다 매번 바꾸시렵니까. 물론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에 뒤따르는 엄청난 기회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밀고 나아가라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 무조건 밀고 나아가야 할 때도 있고, 물러서야 할 때도 있는데요. 물러서되 그냥 물러서지 않고 전략을 세우고 물러서라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 일단은 자신이 선택한 학문에 충실해보세요. 1년 6개월만 견디면 됩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3년 6개월만 하면 됩니다. 그런데 이것저것 눈 돌리며 방황했다가는 그 시간 금새 다 보냅니다. 그랬다가는 군대에서 벌었다가 생각한 2년을 다 까먹을 뿐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시간을 낭비해버릴 가능성이 큽니다.
최선의 선택만 하려고 하지 말고 일단 자신이 선택한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완수하려는 노력을 기울였으면 좋겠습니다. 부모님과 가정형편을 고려해 빨리 돈을 벌고 싶다는 책임감은 좋은데요. 하지만 아무런 행동 없이 마음만 그렇게 먹고 세월만 늘어 가면 책임감이 아니라 부담감만 늘어날 수 있습니다. 정말 책임감이 느껴진다면 열심히 공부하고 시간 나는 틈틈이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사회 경험도 쌓고 돈도 벌 수 있습니다.
진정한 책임감은 스스로 하기로 한 삶의 모든 행동에 책임을 지고 비록 좋지 못한 상황에서도 결과를 만들어내려는 성실한 자세와 태도가 아닐까요. 지금 현재 아무리 다른 곳에 눈 돌리고 피해봐야 시간만 낭비할 뿐입니다. 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마주친 문제를 그렇게 회피하다가 시간만 질질 끌며 나이가 들어버리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정면으로 승부를 거는 자세와 태도부터 익히길 바랍니다.
더불어 본인 말씀으로는 인간관계가 좋다고 말하고 대학친구들과 잘 못 지낸다는 데요.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그것 역시 친구 자체나 대학 환경 자체가 안 좋다고 판단하기보다는 본인 스스로의 자세와 태도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반성해봐야 합니다. 때로 스스로의 자세를 낮추고 먼저 다가가려는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만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친구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살아가는 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얻기만 하려고 하고 주려고 하지 않는다면 어떤 것도 얻기 힘들 수 있습니다. 어떤 것을 얻으려고 하던 거기에 합당한 노력과 열정과 성실함이 함께 뒤따라야할 겁니다.
만일 본인이 봐도 공무원이 아니다 싶으면 당장 복학부터 준비하시고 남는 시간동안 학업이나 다양한 사회 경험 등을 통해 살아있는 배움을 얻어 나가시길 바랍니다.
지금은 많은 생각으로 고민만 늘어놓을 시기가 아니라 온몸으로 배우고 익히고 경험하고 행동해야 할 시기라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감사합니다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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