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선생님,
선생님이 쓰신 '서른 번 직업을 바꿔야만 했던 남자'를 읽고 이렇게 이메일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내용 중에 선생님 또한 30살 중반까지는 꿈도 재능도 희망도 없었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럼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부터 다시 시작해보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힘이 났습니다.
저는 구직을 하는 중인데 회사에서 연락이 올까라는 걱정에 앞서, 도대체 어떤 분야에서 일해야 할지조차 결정이 나지 않습니다. 선생님이 짧게라도 조언을 해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30살 여자이고 엊그제 다니던 부동산 사무실을 그만두었습니다. 학창시절에는 교실에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하고 내성적이었던 학생이었고 공부는 하는 것도 아니고 안하는 것도 아니어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습니다.
전문대학 졸업 후 아주 작은 포워딩(복합운송회사)회사에서 6개월 정도 일하였고 다시 구직을 하는데 연락 오는 곳이 별로 없어서 파견직으로 자동차부품회사에서 수납(돈을 받는 일)을 하였습니다.
친한 사람과 어울리는 것은 좋아하지만 매일 낯선 사람을 만나고 인사를 하고, 단순히 돈만 거슬러 주는 일에 염증을 느꼈고 1년 남짓 근무하고 일을 그만두었습니다. 그만두고 나서 회사는 더 이상 아니다 싶어서 공무원 공부를 하였습니다. 벌어놓은 돈으로는 1년 정도의 생활비밖에 되지 않아서 딱 1년만 해보고 안 되면 접겠다고 생각하고 시작했습니다.
무작정 하면 되겠지 싶어서 집 근처에 독서실을 끊어놓고 1년간 공부를 하였는데 성적은 신통치 않았습니다. 스스로에게 부끄러울 정도로 제대로 열심히 하지도 않았구요. 스스로 약속한 1년이 지났고 더 이상 생활비도 없고, 공부 열심히 할 자신 또한 없어서 공부를 그만두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구직을 했고 무역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는데 여전히 중소기업이긴 했지만 다행히 전보다는 월급이 많아서 좋았습니다. 외국과 이메일로 교신하는 업무가 있어서 영어능력이 필요했고 그래서 항상 영어를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영어학원만 다니다 말다 했고 실력은 그리 늘지 않았습니다.(영어에 항상 관심은 있어서 영어를 쓰는 업무가 좋긴 했지만 간단한 이메일 교신만 겨우 할뿐 영어실력이 안 좋았습니다.)
년차가 올라갈수록 업무는 더 많아지고 스트레스는 많고. 결혼해서도 계속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싶었고 그런 불만이 쌓인 데다 여행 책을 읽다보니 해외여행이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년차가 늘었지만 계속 비슷한 업무를 하고 있고, 업무량만 늘고 있다는 생각, 그리고 저보다 늦게 들어온 남자직원이 오히려 먼저 승진을 하는 등 회사내 스트레스와 더 늦기 전에 배낭여행이 가고 싶다는 생각이 확고해져서 3년 6개월 다닌 회사를 퇴사하게 되었습니다.
3개월간 유럽배낭여행을 했는데 참 즐거웠습니다. 죽기 전에 이런 곳에 와보다니 너무 좋다. 정말 잘한 결정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왔더니 주위 친구들이 반겨주었습니다. 놀러갔다 온 것이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훌쩍 여행을 떠났다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을 갔다 오길 정말 잘했다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다시 현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내가 경험했던 부분을 봤을 때도 그렇고, 다른 이들의 성공기나 자기계발서를 보고 느낀 게 회사에 다니는 것, 특히나 사무직은 정말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막연하지만 부자가 되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고, 그러려면 사무직이 아니라 창업을 하든가 영업직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1인 기업에 대한 책도 찾아 읽고 쇼핑몰 CEO에 대한 책도 읽었는데 쇼핑몰은 저비용으로도 가능하지만 정말 엄청난 노력을 하지 않으면 망하기 십상이었고 무엇으로 창업을 해야 할지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때 '독학의 권유'라는 책을 읽게 되었는데 저자는 축구선수였다가 부상으로 그만두게 되었고 우연히 공인중개사를 공부하게 되고 변호사가 된 사람이었습니다. 그 책을 읽고 나도 공인중개사를 공부해보자, 태어나서 단 한 번도 공부를 열심히 해본 적이 없는데 이번엔 열심히 하는지 한번 스스로를 테스트 해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믿음이 간다면 사법고시를 준비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하고 싶은 것이 변호사와 통번역가였습니다.)
공인중개사 시험이 3개월도 남지 않았던 시점이었는데 제가 원하는 만큼 독하게 열심히 하지는 못했지만 정말 다행히도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내가 머리가 좋나보다’라는 자만심도 잠시 들게 해준 기분 좋은 성공의 경험이었죠. 하지만 정말 독하게 공부하진 못했기에 저 스스로 공부체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공인중개사 합격 후 사법고시를 준비하겠다는 생각은 흐지부지 사라졌습니다.
공인중개사 합격의 기쁨은 잠시고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여전히 알지 못했습니다. (전문직이 아닌) 사무직은 더 이상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부자가 되려면 창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떤 종류의 창업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고민하던 중에 그럼 일단 부동산 사무실에서 일을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낯가리고 부끄러워하고 내성적이고 사람대하는 일에 서툰 제 성격과는 맞지 않는 일이었지만 실패해도 경험이 될 거고 이 기회를 통해 제 성격을 바꾼 다면 못할 일이 없을 거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부동산 사무실은 정확히 3개월을 다녔는데 손님이 오면 설명을 해야 하는데 너무 떨려서 손님이 가게에 오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그리고 낯선 장소, 손님이 내놓은 사무실을 보러 갈 때면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이 저만 쳐다보는 것 같아 불편했습니다. 차비정도만 받고 일한 건데 손님이 올 때마다 두려웠고, 일도 재미없고, 거기다 요즘 경기가 안 좋아서 손님이 거의 없어서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저의 문제점은, 일단 저지르는 것은 잘하지만 조금만 힘들거나 두려우면 그냥 그만둬버린다는 것입니다. 성공하고 싶다, 부자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욕심은 있지만 그것을 성취하기 위한 열정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지금은 부동산사무실을 그만두고 다시 구직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사무직은 비전이 없고(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 후엔 조건이 더 안 좋은 회사로 취업할 가능성도 높고) 그래서 더 이상 사무직은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었는데 지금 상황으로는 다시 사무직, 특히 제가 전에 하던 무역사무직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성공하려면 창업이나 영업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제 성격상으로는 제 할일만 하고 퇴근하는 일이 맞는 것 같습니다. 사무직이 비전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다시 사무직을 구하고 있으니, 회사 쪽에서 연락이 안 올 것도 걱정이 되지만 연락이 와서 취직이 되어도, 취직이 된 것이 마냥 좋거나 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무역사무직으로 들어갈 경우 경력직으로 들어가겠지만 저 스스로에게 무역지식이 많다는 자신도 없고 영어도 아주 간단히 이메일 교신할 수 있는 정도이기 때문에 더 많은 일을 요구할 경우 못하는 것이 들통날까봐 두렵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제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짧은 조언이라도 꼭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000 드림
답변:
네, 맞습니다. 서른 살이면 꿈을 가지기에 전혀 늦은 나이가 아닙니다. 아직도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나이지요. 다만 미래를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해두지 않으면 평균 이하의 삶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중요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참고 인내하며 꿈을 이루기 위해 하나씩 준비하고 행동하고 열매 맺기 위한 작업을 부지런히 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사실 저 역시도 그 나이에 누구보다 부족했기에 뭐라고 말할 수 입장은 못 될 겁니다. 하지만 꿈을 가지고 결단한 이후에 내 삶을 바로 잡았기에 이렇게 조언을 던질 수 있는 입장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 면에서 다른 사람을 상담하고 교육하는 일을 한다는 것이 오히려 자신에게도 큰 도움이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은 조금 더 경험을 쌓으며 자신의 소명을 찾아내 성과를 이루는 것이 중요한 과제일 것으로 보이는데요. 기회가 된다면 다른 사람을 상담하거나 가르치는 경험을 가져보세요. 그것이 제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드는데 도움이 되었으니 님에게도 도움 될 겁니다. 이번 에 제가 배우고 익히고 경험한 노하우를 담은 ‘취업진로지도 강사 교육 과정에 참여해서 진로설계에 대한 고민을 해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몇 가지 문제점이 보였습니다. 문제점이라고 지적한 부분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하지만 독설이 때로 보약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책임감이 부족해보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짊어져야 할 책임감도 그렇죠. 그러다보니 사회적인 책임감은 당연히 부족하고요. 그러다보니 충동적으로 일탈을 하고 삶의 생존력이 부족해 보였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으로 삶의 의미를 찾고, 삶의 궁극적인 목적을 수립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은 목표가 아니라 조금 더 큰 목표나 아니면 좀 더 의미 있는 삶의 비전을 수립하면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비전을 어떻게 수립해야 할까에 대해서는 <아들아 머뭇거리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 <가슴 뛰는 비전>, <비전으로 가슴을 뛰게 하라>는 책을 추천 드립니다.
두 번째 전문성을 기를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한 분야에서 상위 1% 안에 들어갈 정도의 전문성을 가져야 하는데요. 그러한 지식이나 정보나 경험이 부족합니다. 타고난 재능이 부족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참고 인내하며 한 분야를 지속적으로 파고들어야 하는데요. 그러한 프로 근성이 부족합니다. 사실 당장에 어떠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지도 파악하기 어려운데요. 그런 상황에서는 기존의 정보와 지식과 새로운 학습을 꾸준하게 해나가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부지런히 책을 읽고 강연을 듣고 좋은 사람들에게 배움을 구하고 좋든 싫은 한 분야를 꾸준하게 파고들어야만 합니다.
셋째, 대인관계 능력개선 필요해 보였습니다. 먼저 자신의 내향적 성격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말고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태도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다만 인간관계 형성이나 마주치는 문제에 대한 어려움이 있으므로 이 부분을 개선해나겠다고 다짐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제 블로그에서 ‘내향적 성격’이라고 검색하면 관련한 글들이 많이 보일 겁니다.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물론 블로그 이외에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개선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우리 삶에서 발생한 대부분의 문제는 그 원인이 있습니다. 그 원인을 찾아내 제거하려는 성가신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넷째, 부정적 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건 이래서 안 돼, 저건 저래서 안 돼’라는 자세보다는 어떤 업무든 경험을 통해 배운다는 자세와 마음가짐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자신의 성격과 잘 맞지 않는데 굳이 영업직을 억지로 하겠다고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렇지만 사무직을 비전이 없다고 비하해버리는 태도는 좋지 못합니다. 어떤 일이든 모두 자기하기 나름입니다. 일 자체에 대한 부정적 태도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긍정적 태도를 기르기 위해 어떻게 좀 더 즐겁게 일할 수 있을까 고민해보세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겁니다. 비록 작은 기업에 다니더라도 늘 자신이 오너라고 생각하고 일하시고, 자신이 맡은 분야에 1% 전문가로 도약하겠다고 다짐하시고, 상사나 동료 뿐 아니라 청소하시는 아줌마나 경비하는 아저씨에게도 밝은 미소와 큰 목소리로 인사를 해보시길 바랍니다. 읽은 책의 좋은 문구를 다이어리 같은 곳에 옮겨 적어 시간 틈틈이 암송해보는 것도 좋죠. 이외에도 다양한 방법이 책과 강연을 통해 배울 수 있으니 늘 배움을 게을리 마세요.
마지막으로 자신감을 향상할 필요가 있습니다. 구직자의 입장에 있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심리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좀 더 당당한 자세로 자신감을 가지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그래야 면접도 잘 볼 수 있고, 일을 해도 다른 사람보다 더 잘하게 보입니다. 자신감 있는 태도를 가지려면 좀 더 밝은 표정을 짓고, 좀 더 빠르게 걷고, 조금 더 어깨를 펴고, 조금 더 확신에 찬 목소리와 조금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자신감에는 외적인 태도와 심리적인 태도가 모두 잘 결합되어야만 드러날 수 있습니다.
30대를 잘 보낸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어쩌면 인생의 모든 연령대가 다 중요하지요. 하지만 더 멋진 미래를 위해 오늘의 하루하루를 바르게 채워나간다면 분명 더 멋진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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