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부모님의 요구로 대학 전공을 선택했지만 정말 싫네요
다음뷰를 통해 선생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현재 휴학을 1년하고 의과 4학년을 다니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진학 때 부모님의 소원이기도 했고 그땐 딱히 하고 싶은 것이 없어서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하고 싶은 것이 있었지만 가족들이 수긍을 하지 못해서 반강제로 울며 겨자 먹기로 의대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헌데 대학에 간 후로부터 책부터 싫어지고 또한 낯선 이국땅에 있어서 생활 적응도 힘들었습니다. 주위에선 계속 "힘을 내라", "졸업만 하면 된다" 등등 얘기들을 듣고, 성격이 좀 극단적이라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다 하거든요. 거기다 한 번에 여러 일을 못 하는 성격이라 집중만 하면 잘 되는데요. 문제는 지금 하고 있는 공부에 집중을 전혀 못 하고 있습니다.
억지로 하는 지라 거부감도 날로 커지고 휴학도 4년째 접어든 해에 도저히 견디지를 못해서 그랬습니다. 복학은 제 일로 인해 어머니가 아프셔서 안심시키려고 돌아왔구요, 헌데 돌아왔음에도 상황도 제 마음도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는데...
지금 학년이 4학년이라 계속 가기는 싫고, 다시 대학을 가자니 좀 그렇고, 이런 생활을 5년째하고 있습니다. 남들은 대학 졸업하고 취업도 하고 남는 시간에 저는 여전히 결정을 못 내리고 있습니다.
제가 관심을 가졌던 것은 드라마, 소설 같은 창작물이라서, 언니가 굶어죽기 딱 좋다고= =
지금은 모든 것에 관심을 못 갖고 있습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지금의 상황을 돌파할 수 있을까요? 지금 하고 있는 의과 공부 계속 해야 하는 걸까요ㅠㅠ
답장 부탁드립니다.
답변:
아, 답답한 상황이겠군요. 제가 볼 때는 오히려 그렇게 무심하게 시간을 보내온 것이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5년씩이나 휴학을 하며 할까 말까 망설이며 시간을 보내 다니오. 그 시간이면 다른 것을 해도 이미 할 수 있던 시간인데 말입니다. 왜 그렇게 시간을 보내셨는지요.
시간이 흐를수록 전공을 바꾸는 것은 더 어려운 일입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고요. 때로 살아가면서 우리가 배워야 할 가장 큰 교훈이 비록 싫은 일이라도 참고 견디며 인내하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질문 한 번 드리고 싶습니다. 같이 공부했던 주위 친구들은 ‘내가 하는 이 일이 하루하루 가슴 벅찰 정도로 가슴이 뛴다’고 말하며 즐겁고 행복하게 배움을 하던 친구가 있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아마 있었다 하더라도 단지 소수의 사람들만이 그러할 겁니다.
이 시대에 가장 존경을 많이 받고 있는 사람 중에 안철수 소장이나 박경철 원장 같은 경우에 어떤 일을 해온 분입니까. 왜 이들은 존경받을까요? 의사 출신이기 때문에 존경받는 것일까요? 네, 맞습니다. 다른 이유들도 있지만 분명 의사 출신이기에 더 프리미엄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잊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죠. 그들은 자신이 맡은 삶의 과제에 아주 충실하게 살아왔다는 겁니다. 삶에서 주어진 운명이나 책임을 묵묵하게 받아들이면서도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온 힘을 다 기울여왔다는 거죠. 그냥 무작정 가슴 뛰는 일로 해오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의사 된 이후에도 책도 쓰고, 교수도 되고, 기업 운영도 할 수 있게 되고 앞으로도 더 많은 일도 도전할 수 있게 된 게 아닐까요.
이런 말씀드리면 너무 죄송하지만 그동안 참 어리석게 살아오셨습니다. 바꾸려면 진작 바꾸었어야죠. 지금 상황은 너무 안 좋습니다. 한 마디로 말해 그 동안의 이야기는 ‘비겁한 변명입니다’ 어떠한 결단이든 본인이 옳다고 생각했다면 즉각적(물론 생각날 때 바로는 아니겠죠. 적어도 1년 이내)으로 실행을 했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러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며 4,5년이라는 시간만 보내왔습니다.
그 세월을 보상하려면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아마 죽을힘을 다해 살아야 할 겁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회복하자면 보통 2배의 시간이 걸립니다. 그러니까 적어도 10년은 힘들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러나 인생이 재미있는 것은 역전과 추월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오히려 잃어버린 그 시간이 보약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오로지 자신의 태도와 행동에 달려 있습니다. 여전히 의과를 마무리 하느냐 못하느냐 하는 선택이 자신의 운명을 가른다고 생각하는가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의사가 되어서도 충분히 소설이나 드라마나 창작물 쓸 수 있다고 봅니다. 단순히 소설이나 드라마 쓰는 사람보다 더 프리미엄이 붙을 겁니다.
물론 의대를 그만두고도 훌륭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오로지 본인 스스로 확고한 신념하에 굳건하게 행동을 지속해나갈 때만 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니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각 대안을 다시 한 번 비교해보고 일단 선택하면 온 힘을 다해 목적을 이루시길 바랍니다.
눈앞의 것들만 보지 말고 먼 미래를 보고 준비해나간다면 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
따뜻한 카리스마, 정철상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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