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안녕하세요.
저는 경기도에 살고 있는 36세 미혼 여성입니다.
교수님 블로그에서 '은둔형 외톨이 성격으로 명문대까지 포기한 청년'이란 제목의 글을 읽고 저와 많이 비슷한 상황이라 깜짝 놀랬습니다.
저는 학창시절 크게 외톨이는 아니었지만 내성적인 성격이긴 했고 학창시절 가졌던 꿈은 동시통역사였는데 지방대 영문과에 합격하게 되어 동시통역사는 외국에서 살다오거나, 서연고 정도는 되어야 이룰 수 있는 꿈이 아닐까 해서 그만 일찌감치 낙담을 하고 공무원이 될 학과로 갔다가 어영부영 공무원 공부를 하면서, 별다른 경력도 없고 제가 사회생활도 하고 있지 않다고 자각도 하지 못하는 채로 정말 어이없게 10여년을 시간을 보내버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36살이란 나이가 되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살아온 지금까지의 삶이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요즘 상담을 받고 있기도 한데 어쨌거나 학창시절에는 대학을 목표로, 대학부터는 공무원을 목표로 비록 이루지 못해서 손에 쥐어진 것이 없이 시간낭비만 하게 된 꼴이 됐지만 지금껏 목표를 갖지 않고 살아본 적이 없기에 지금 다시 미래를 향해 나갈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싶단 소망이 간절한데요.
오랜 시간동안에 무엇인가에 홀린 것처럼, 외톨이로 제 자신을 돌보지 않고 살아온지라, 지금은 제가 어떤 사람인지도 잘 모르겠고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에 기쁘고 성취감을 느끼는지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성격은 좀 예민하고 학창시절 국어와 영어를 좋아했고 공부하기가 수월했습니다. 지금껏 해 보았던 일은 학원영어강사, 몇 차례의 공공근로 아르바이트(관공서, 도서관) 사회복지기관 지역아동센터 교사입니다. 모두다 공무원 공부를 하면서 용돈을 벌 요량으로 아르바이트 단기로 일했습니다. 현재는 지역아동센터에 4개월째 근무 중인데 일이 괴롭습니다.
대학시절 더 희망을 갖지 않고 시도도 하지 않고 꿈을 접은 것이 후회가 되기도 하고 또 지금 상태에서 제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겠기에 끊어진 부분에서 다시 이어가야 할 것 같은 마음에 지금부터라도 통역사를 목표로 노력하며 살아도 될까? 하는 마음이 듭니다.
상담선생님께서는 지금부터도 가능하니 노력해보라고 하시는데 현실적으로 제 나이에서 시작하는 통역사로의 가능성이 있는지 여쭙고 싶어서 메일 드립니다.
통역사가 되지 못하더라도 예전에 알고 지낸 사람의 경우에 독일어를 전공해서 회사에서 독일어를 번역하는 친구를 보았었는데 그런 식으로 회사에 취직을 할 수 있을런지도 궁금하구요.
가능하다면 어떤 식으로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도 알고 싶습니다.
답변:
물론 지금이라도 통역사가 되는 것은 가능합니다. 어떤 식으로 찾아야 하느냐고요. 스스로 알아봐야죠. 그 정도는 스스로 찾으려고 노력해봐야 합니다. 지금까지도 그런 식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스스로 찾으려는 노력을 제대로 기울이지 않았던 겁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는 통역대학원을 나와야 통역사가 될 확률이 높겠죠. 그러니 통역사가 되려면 통역대학원 입학부터 알아봐야 합니다. 모르긴 모르되 마인드만 있어서 입학은 힘들 겁니다. 영어 통번역 실력이 필요하겠죠.
어떻게 실력을 갖출 수 있겠느냐고요. 어떻게 하긴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재능이 없다면 죽을 정도로 노력해야겠죠. 그런데 솔직하게 말씀드려서 지금까지 그 정도로 노력하고 행동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할 가능성이 큽니다. 게다가 더 불리한 것은 통역대학원을 나와야 하는데요. 그러려면 대학원 입학 자체도 어렵지만 졸업을 한다 해도 나이가 마흔이 되어서 사람들이 거의 부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즉,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려 정상적인 경로로는 지금 현재 상태라면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당장에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살아오신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도전해서 안 되었다면 어느 선에서 포기했어야만 했던 거죠. 포기해야 할 것들은 포기하고 자신이 수행할 수 있는 작은 직업이라도 선택해서 실무를 시작했다면 상황은 많이 바뀌었을 겁니다.
지금의 문제는 계속해서 공부만 해왔다는 겁니다. 게다가 문제는 성과가 전혀 없었다는 거죠. 그런 면에서도 36살의 나이에 또 다시 시간이 걸리는 공부만 하겠다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합니다. 공부를 한다고 해도 빠른 시간 이내에 직업을 선택하는데 도움을 받는 공부라면 몰라도 공부를 위한 공부를 하는 데는 반대합니다. 이제는 실전에서 경험하면서 실제로 생존을 위해 필요로 하는 공부를 해나가야 합니다.
둘째, 어렵지만 욕심을 내려놓으셔야 합니다. 일이라는 것은 재미없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어쩌면 그러한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내면을 깊숙하게 들여다보면 완벽한 일을 찾고 싶은 욕망이 숨겨져 있을 수 있습니다. 일하는 자세와 태도부터 바로 잡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동시통역사가 되면 정말 멋있고 재미있을까요? 생각보다 어렵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입니다. 통역사들끼리는 아무리 잘 한다 해도 사십대가 되면 다 은퇴해야 한다고 생각들을 하면서 일합니다. 저는 동시통역사를 많이 봐와서 그들의 어려움을 어느 정도 압니다. 실력와 외모와 인맥과 나이로 평가받습니다. 지금은 모두 다 불리합니다.
동시통역사가 전부는 아닙니다. 일은 아주 많습니다. 다만 지금은 좋은 자리를 넘볼 처지가 못됩니다. 그러니까 이제부터라도 아주 낮은 자세에서 낮은 일이라도 배우고 익히는 삶의 기본자세부터 세워야 합니다.
셋째, 자존감을 회복해야 합니다. 이래저래 자존감이 바닥을 친 상태입니다. 마음을 다스려야 합니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입니다. 다른 사람이 도와주기도 쉽지 않습니다. 도와준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바로 서려고 노력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동기부여 할 수 있는 책들과 강연들도 많이 들어보면 좋은데요. 자기암시를 통한 마인드트레이닝을 하는 것도 좋습니다. 다만 그것만으로는 충족되지 않을 겁니다.
결국 일을 해야 합니다. 일을 통해서 성과를 창출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미래를 위한 투자를 지속해나가야 합니다. 과거를 후회하며 부끄러워하지만 말고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고 어울려야 합니다. 실수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게 지치지 않고 꾸준하게 도전해 나간다면 시일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문제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삶을 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부닥치면서 꾸준하게 미래를 준비해나갈 때에만 인생이 바뀔 겁니다.
가장 낮은 자세로 엎드릴 수 있다면 분명 지금의 이 문제를 극복하고 삶의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
따뜻한 카리스마, 정철상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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