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정교수님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메일을 보냅니다.
25살, 직장경력 3회.
24세에 000대학교 졸업.
나이는 어린데 제 직장경력이 벌써 3회나 되는 것이 궁금하실 겁니다. 1회 자발적 퇴사였고, 2회 연속 해고를 당했습니다.
대학교 때는 영어문화학과를 전공했고, 복수전공은 없습니다. 대학 때 공연기획일이 하고 싶어 다른 것은 생각해보지도 않았습니다. mos 자격증, 토익 및 토익 스피킹 점수, 봉사활동, 교환학생, 학점 3.71이것이 제가 가진 스펙의 전부입니다.
공연기획일은 4학년 졸업을 목전에 두고 포기했습니다. 인턴도 하고 지원도 수 십 차례 했지만 번번이 되지 않았고 기획사들의 열악한 환경에 결국 포기했습니다. 그러다가 교수님 추천으로 it 벤처기업에 입사하였습니다. 서류정리 및 편집하면서 3개월을 보냈는데 일이 저와 맞지 않는다고 판단...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철없는 행동인지요.. 퇴사했습니다.
이후에 해외도서를 수입하는 20명 규모의 인턴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1달 만에 해고 됐습니다. 이유를 거듭 물었지만 그저 우리 회사와 안 맞는 사람이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눈치 없고 내성적이란 이야기를 언뜻 사장님이 하시더군요.
이 후에 초등학생 대상 어학원에 취직하였습니다. 영어 강사 일이였습니다. 그러나 2주 만에 다시 해고 됐습니다. 원장님께서 해고 사유를 구체적으로 언급해 주셨습니다.
1. 꼼꼼하게 일을 못함. 스스로는 꼼꼼하게 했다 여기는데 고용주 입장에서 보면 전혀 아님 - 스스로에게 관대한 듯 보임
2. 눈치 없고 하나 알려주면 하나 밖에 못함 (사회에서는 하나 알려주면 3개 까지는 눈치 것 하는 사람을 원함) 다른 사람이 어떻게 하는지도 볼 줄 알아야하는데 자기 일에만 몰두하느라 신경 안 씀.
3.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격 - 조직생활 어려워 보임
원장님께서 성격을 바꾸든지 아니면 혼자서 하는 일 (1인 창업, 번역 등...)을 하는 게 낫겠다고 하시더군요.
2번의 연달은 해고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할지는 보이지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옵션
1. 될 때까지 계속 취업의 문을 두드려라! 직종과 회사 규모를 떠나서 일단 뭐든지!
2. 대학원 진학 (엄청나게 하고 싶은 공부는 없긴 합니다... 문헌정보학과 대학원을 나와 사서 공무원에 도전해볼까 하는 생각은 합니다. )
3. 워킹 홀리데이 - 현재 저는 당장 생계의 어려움은 없습니다. 워킹홀리데이를 통해 자립심을 키우고자하는 생각입니다. 부모님 곁을 떠나 살며 세상에 부딪혀볼까란 생각... 그러나 비용은 또 부모님께 손 벌려야 합니다.
4. 아버지 회사 근무. 아버지께서 10년 넘게 1인 무역 회사를 하시고 계십니다. 주요 품목은 반도체입니다. 아버지께서 은연중에 말씀하시긴 했습니다. 기술영업을 하시다가 창업하셨습니다. 아버지 밑에서 무역업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이긴 합니다. 그러나 아버지 회사라는 점과 다른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 나중에 다른 기업으로 이직할 때 어떻게 비춰 질지 모르겠습니다. 또 해고의 부담이 없으니 안일해 지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5. 1인 창업 독립심과 절박함을 통해 저를 바꿔보고 성공해보자는 생각입니다. 인터넷 쇼핑몰이나 길거리 노점상 같은 것이라도 해볼 생각입니다. 물론 초기자금은 부모님께 빌려야합니다.
6. 9급 공무원 준비. 사실 제일 두려운 것이 이것입니다. 안 될 수도 있고 그 긴 시간을 어떻게 버티나 두렵습니다. 그러나 일단 되면 다시는 해고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죠...
7. 번역가 인맥이 필요하지만 철저하게 혼자서 하는 일이지요. 물론 보수가 낮아 생계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교수님 저는 이제 바뀌고 싶습니다. 더 이상 눈치 없다 내성적이란 이유로 해고되기 싫습니다. 좋은 조언 부탁드립니다.
나의 iPhone에서 보냄
답변:
해고를 한 번도 아니고 벌써 두 번이나 연속해서 당했으니 완전 패닉 상태이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저 역시 해고의 경험을 당해본 적이 있어 그 고통을 어느 정도 이해합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리라 생각됩니다. 지금은 직장을 당장에 찾는 것이 급한 상황은 아니라 생각됩니다. 다시 한 번 유사한 일이 생기면 더 큰 충격에 빠질 것 같아서입니다. 일단은 마음을 추스르는 일부터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커리어 체인지를 위해서 하고 싶다는 공무원, 번역가, 1인 창업의 경우에는 모두 다 반대하고 싶습니다. 해봐야 역시 다시 인간관계 문제로 고생할 가능성이 커 보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안 될 경우에는 더 큰 충격을 받아 폐인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습니다. 삶에서 마주친 문제를 좀 더 근본적으로 풀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이는데요. 좀 더 젊은 학창시절에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군요. 어떻게든 젊은 날에 그러한 문제를 부닥치면서 풀어보는 방법을 배워야 했는데 말입니다. 물론 지금이라도 마음을 먹고 극복해나가려는 노력을 기울이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입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은 아버지가 하신다는 1인 무역 기업이라도 들어가서 같이 일 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다만 그 일은 조금 시간을 두고라도 할 수 있으니 잠깐 다른 일도 좋지 싶은데요. 워킹 홀리데이를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워킹 홀리데이를 한다는 것도 당장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준비기간이나 소요시간이 좀 걸릴 테니 일단 아버지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같이 있으면서 배워보면 어떨까 합니다. 경우에 따라 워킹이 잘 안 될 경우 아버지 회사 일에 전념할 필요도 있어 보입니다. 워킹 역시 언어문제나 인간관계 문제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니까요. 아버지와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일과 삶의 노하우들을 아버지나 주변 사람들에게 좀 더 전수받으세요.
성격이나 심리에 대해 공부해보시는 것도 좋으리라 싶은데요. 내향형으로 보이는데요. 내향형 성격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닙니다. 대인관계 형성에서 어려움을 겪기는 하지만 장점도 많은 유형입니다. 제 블로그에서 ‘내향형’이라고 검색하면 많은 글이 나올 겁니다. 읽어보시면 작은 도움 얻으실 수 있을 겁니다.
아버지와 같이 조금 안정적인 일을 시작하면 마음도 차분해지고 훨씬 더 나아질 겁니다. 그 과정에 좀 더 자신을 믿고 신뢰하고 다른 사람들과 관계해나가는 방법도 배워나가면 좋겠죠.
겁내지 마세요. 낮은 자세로 배우고 익히며 기본부터 다시 점검해서 삶의 문제들을 하나씩 개선해나간다면 지금의 어려움은 나중에 더 큰 보약이 될 겁니다.
힘내세요!
감사합니다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
따뜻한 카리스마, 정철상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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