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29, 남은 것은 토익점수 밖에 없네

안녕하세요,

우연히 네이버에서 검색하던 중 선생님의 블로그를 발견하고,

진로 상담 메일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바쁘시지만 답변 부탁드립니다. ^^

현재 29살 여자이구요,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 인문계열을 졸업한 후에 바로 조그만 중개 무역회사에 취업했습니다. 중개 무역이다 보니 일의 양이 많지 않았고, 재고 정리만 조금 하다가 5개월 뒤에 결국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대학교를 졸업한 새내기 사회인이어서 열정이 넘쳤기에 특별히 배우는 업무도 없고 이러다가는 나중에 다른 회사에 경력직으로 가도 할 수 있는 업무가 없겠다는 생각에 사표를 쓰게 되었습니다. 연봉도 적었구요 .(1900만원이 안 되는 ..)

또 하나의 문제점은 제가 하고 싶은 업무가 도대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에 잠시 임시직으로 시작하게 된 영어 학원 강사 일을 쭉 해왔습니다. (상대적으로 무역회사보다는 연봉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학원 업계의 특성상 원장님 마음에 따라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계속 서서 강의를 해야 하기에 체력적인 고갈, 인성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원장선생님들을 더러 만나 한 학원에 오래 있지 못했구요. 제일 길게 다닌 학원이 1년 정도입니다.

이 외에는 대게 짧게 짧게 다녔고, 프리랜서 식으로 일했구요. 연봉은 그럭저럭 만족스러웠고, 나름 유명한 학원에서 일했지만 여기서도 저는 모랄까 재미교포 강사들이 치고 올라오고 제 스스로도 가르치는 업무에 힘이 부침을 많이 느꼈고, 1년 동안 일한 학원에서 연봉을 올려주겠다는 제의도 받았지만 정중히 거절하고 학원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에 호주 어학연수를 계획했으나 건강상의 문제로 계속 미뤄지던 중, 우연한 기회에 중국에 어학연수를 9개월 정도 다녀오게 되었고, 현재 토익 950(유효기간이 거의 다 되었습니다.;;) , 신 hsk5급 이라는 어학성적표외에는 별다른 경력도 없고, 변변치 못하게 나이만 먹은 스펙이 되어 버렸습니다.

가장 큰 문제점은 현재도 제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나이를 헛먹었다는 생각만 드네요;;

중국에서 연수가 끝나고 좋은 기회에 중국에 취업도 했었지만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무작정 다시 중국으로 간 탓에 업무도 맞지 않았고 생활상의 문제도 있어 결국 한 달을 채우지 못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중국에서 잠시 했던 업무는 포워딩 업무인데 꼼꼼한 성격이 아니었던 저에게 포워딩 업무는 너무 부담스럽게 다가왔습니다. 또한 경력직으로 들어온 동기와 자꾸 비교되며 그 동기와의 불화까지 겹쳐 결국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는데요 . 자꾸 인생의 실패자라는 생각이 들고 이제는 한 분야에서 꾸준히 일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기에 정말 제가 오래도록 할 수 있는 업무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있는 중입니다.

중국에서 포워딩 회사를 다니면서도 계속 다른 회사를 알아보았지만 신입인 저에게 중국에서의 연봉은 너무 낮은 편이었고 헤드헌팅 분야에도 관심이 있어, 몇 군데 입사 지원을 했지만 경력이 없다는 이유로 계속 거절을 당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은 외국인과 자주 만나고 , 꼭 외국인이나 한국인 상관없이 상대방과 말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상대방도 저랑 이야기 할 때 재미를 느끼고 계속 이야기하고 싶어 하구요 . 그렇다고 상담쪽은 아닌것 같고,, . . 경력을 쌓아서 이다음에도 계속 일하고 싶은 바람이 큽니다. 사실 노후가 불안한 점도 없지 않아 공무원 쪽도 알아보고 있구요. (출입국 관리직 쪽 ) 암튼 이래저래 갈팡질팡 어떤 업무를 해야 할지 몰라 걱정입니다. 저한테 아주 딱 맞는 업무는 없겠지만 그래도 일을 할 때 어느 정도 보람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업무를 찾고 있습니다.

영어와 중국어는 능통한 편은 아니지만 생활 회화는 가능하구요, 아직 많이 부족해 앞으로도 계속 공부할 생각입니다.

계속 커리어를 쌓아 갈 수 있으면서 저한테도 맞는 업무는 없는지 궁금합니다. 성격은 어쩔 때는 내성적이고 소심하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 앞에서는 웃긴 편이고 활발하게 보이려고 노력해 처음 저를 본 면접관님들은 모두 다 저의 성격이 밝고 매우 활동적이라고 보십니다.

현재는 계속 헤드헌팅 분야와 해외 영업(중국)쪽을 알아보고 잇는데 헤드헌팅이나 인사 분야는 주로 경력직을 뽑고 해외 영업 분야도 경력직을 많이 구하는 추세라 .. 구직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연봉도 무시할 수가 없구요, ㅠㅠ

제가 욕심이 너무 많은 건지 ... 긴 글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구요.

바쁘시겠지만 답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답변:

답변이 너무 늦었죠. 양해 부탁드립니다.

다른 사람에게 어떤 특정 직업이 어울린다고 말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꼭 맞는 직업이 무엇이라고 말하기는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지금처럼 부족한 정보를 가지고도 어렵지만 사실 여러 가지 정보가 다 있어도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의 이야기만 듣고 직업을 추정해달라는 요청에는 거의 응답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말씀해주신 내용만을 바탕으로 하면 추정해보겠습니다. 참조만 해보시길 바랍니다. 헤드헌터, 인사팀의 해외채용 전문가, 해외주재 파견원, 무역영업, 해외영업, 영어강사, 학원관리, 교사관리, 통역사, 번역사 등의 직업이 어울릴 것 같습니다.

물론 이외에도 훨씬 다양한 직업들이 있을 겁니다. 영어도 잘 하고, 중국어도 어느 정도 하시니 언어 재능이 높아 보입니다. 따라서 앞에서 언급한 직업보다 더 폭넓게 넓혀서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고 경험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다만 죄송스럽지만 일하는 것 자체에 대한 자세와 태도가 부족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이 안 좋다는 말과는 전혀 다른 말인데요. 조직에 적응을 하기 어려운 사람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집단 소속의 일보다는 독립적인 일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조직의 경우 작은 조직보다는 큰 조직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을 거라 추정됩니다. 다만 참고 기다리고 인내하며 변화를 주도하는 능력이나 조직에 순응하는 면이 낮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말씀처럼 29이라는 나이가 조금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신입이 아니기에 그렇게 불리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스펙이나 경험도 지금 정도면 나쁘지 않다 생각 듭니다.

조금 더 부닥치고 경험하면서 자신의 본업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특정 직업에 제한을 두기보다는 좀 더 폭넓게 일자리를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지난 과거보다는 좀 더 참고 인내하며 파고들어 한 분야의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너무 이것저것 모두 다 따지려고만 하지 마시고, 논리적인 태도도 조금은 버리시고, 조금은 우둔하고 묵묵하게 일에 임해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3~5년만 집중하시면 분명 원하는 것들을 이룰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할 수 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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