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올 해 26세, 여자, 생명과학 분야를 공부하고 있는 석사 과정 학생입니다.
우연찮게 MBTI를 검색하다가 선생님의 블로그에 방문하게 되어 이렇게 진로 고민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제 3자의 입장에서 조언해 줄 수 있는 사람이나 길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늘 소망해왔는데, 이렇게 선생님을 알게 되고, 인터넷상으로나마 뵙게 되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제 고민은 성향이 바뀐 것에 대해 길을 잃은 느낌을 많이 받는다는 것입니다. 엄밀히 말씀드리자면 성향이 바뀌었다기보다는, 그동안 '이렇게 살아야 한다.' 라는 타인의 시선과 제가 만든 틀 안에서 살다보니 그게 제 모습인 냥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주변에서는 저를 표현하기를, 우직하다. 믿음직스럽다. 지독스럽다. 등으로 한 길을 잡으면 쭉 그 길로만 가는 사람이라고들 합니다.
제가 그동안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생명과학이라는 학부를 졸업하고, 중간에 의학전문대학원이라는 시험도 치러보고, 그 후에는 전공 관련 실험실 및 대기업 인턴 생활을 하면서 전공 관련으로 나름대로 여러 경력을 쌓아왔기 때문에 그렇게 비추어졌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저는, 즉흥적이고, 흥미가 있어야 일을 시작하고, 쉽게 몰두하는 반면 쉽게 질려하고, 주제 없이 중구난방이고, 일을 많이 벌이기는 하지만 마무리가 약한 스타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을 시작할 때도 재미가 있는지 없는지를 먼저 시작하게 되고, 흥미가 있으면 밤낮없이 일을 하지만 흥미가 떨어지면 크게 신경 쓰지 않아서 스스로 고치지 않으면 이도저도 아니겠다는 두려움이 앞섭니다.
학부 전공은 생물학이었지만, 중간에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 시험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 화학이라는 과목이 생물보다는 적성에 더 맞는다는 생각도 들었고, 실제로 시험 점수를 보면 화학/유기화학 분야의 점수가 더 잘나오기도 했습니다.
생물학이라는 과목을 재미있게 공부해 본 적은 딱히 없었고, 제게는 조금 부담스러운 과목으로 여전히 중압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사까지 오게 된 이유는, 살면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행동으로 옮겨서 경험을 해봐야한다는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었기 때문에 막연히 '과학도' 라는 생각만 하기보다는 정말 이 길이 제 길이 맞는지 실제 필드에서 공부해보고 싶기도 했거니와, 아직 학부에서 깊게 배우질 않아서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쉽게 석사의 길을 생각한 것은 아니고, 의전원 시험에서 떨어지고 난 뒤 제법 오랜 기간 제 적성과 앞으로의 길 등을 고려해서 선택한 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와 돌이켜보니 그마저도 저와 주변인들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아닌 '보기 좋은'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나 자신과 타협 및 합리화시킨 선택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도대체 내 길은 뭘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이것이 내 적성에 맞는 걸까? 제가 공부해보고 싶었던 분야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다른 주제를 가지고 공부를 하는 환경, 조직적이고 반 강압적인 환경 등등 때문에 기피하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예전의 제 가치관이 명예를 가장 최고로 꼽았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제 성공기준이 남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고 즐겁게 사는 것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가치관이 변하면서 과학이라는 분야가 제게 맞는 것인지도 의심스럽고, 장기적으로 보고 반복적인 실험을 하는 일상에 회의감이 들기도 하고 있습니다.
스스로는 다양한 일이 일어나는 분야가 적성에 맞을 것 같다가도, 전공을 바꾸기는 조금 꺼려지고(막상 다른 분야를 해보면 제가 생각한 것과 많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계속 있자니 시간 낭비하는 것 같고 이랬다가 저랬다가 마음이 많이 변하고 있습니다.
언론인을 생각해보기도 하고, 의학시험을 다시 치뤄서 의료기술을 가지고 봉사하면서 살아가고 싶기도 하고...갈수록 과학을 내가 즐길 수 있을까.. 지금까지도 조금 버거운 마음으로 공부해왔는데...
생각이 많이 복잡하네요.
글도 두서없이 써서 죄송할 뿐입니다..
제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심리적 중압감 없이 즐겁게 일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 것이 무엇인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너무 뜬 구름만 잡고 있는 건 아닌지, 현실을 파악하고 있지 못한 건지...
바쁘실 텐데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답변:
답변이 늦어져 죄송합니다. 정말 정신없이 매일매일 일하는데도 시간적 여력이 없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데요. 그래서 상담답변이 후순위로 밀리기도 하고, 솔직히 말씀드려 그만둘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막상 답변을 드리려면 오늘처럼 벌써 10일 가까이 되어서야 답변을 드리게 되는 것을 알게 될 때 답변을 기다리고 있을 분을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듭니다. 그래서 상담을 버리고 싶어도 버릴 수 없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 사정 때문에 답변이 늦어진 것이오니 부디 너그러이 양해 부탁드리면서 답변을 드립니다.
제가 이렇게 말씀드리는 이유는 제가 하는 이 일도 상당히 어렵고 경우에 따라서 매일 반복되는 과학도의 실험과 같은 일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는 것을 말씀 드리기 위함이었습니다.
저 역시도 즉흥적이고, 놀기 좋아하고, 타인보다 자신을 더 생각하고, 물질지향의 사고도 가지고 있고, 인격적으로도 미숙하고 등등의 부족한 면이 넘쳐납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저를 좋게 봐주시고, 심지어 존경까지 해주시는 상황에 때로 그러한 시선이 좋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부담스러워서 그러한 긍정적 가면을 벗어버리고 싶을 때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또 한편으로 그것이 저에게 주어진 사회적 책임이라면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도 가면이 아니라 참된 모습이 될 수도 있지도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따라서 님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바라보는 시선이 그렇게 많이 틀렸을 것이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비평이든 칭찬이든 다른 사람들의 말을 때로는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정말 재고의 가치도 없는 타인의 시각이나 비평도 있지만 그 속에서 진정한 자기 자신을 발견할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전형적인 인문학도입니다. 말하자면 과학적 사고와 논리적 전개력이 부족한 사람이지요. 감정적이고, 감성적이고 비논리적입니다. 그래서 논리적인 사람들에게 비평을 잘 받습니다. 그렇게 사람마다 서로 다른 면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하지만 님의 경우에는 분명 과학도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이공계통을 벗어나면 단순반복적인 실험과 같은 일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오해이신 것 같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사실 상당수의 직업들은 거의 모두 단순반복적인 일이 계속 됩니다. 제가 맡은 일을 포함해 대다수의 직업들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어떠한 일을 맡던 그 일을 성실히 수행하지 못한다면 결코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없을 겁니다.
자신의 일을 과소평가하는 사람치고 잘 되는 사람을 못 봤습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에는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합니다. 잘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면 일단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합니다. 뚜렷이 무엇이 되어야겠다는 목표도 없고, 정말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를 때는 그렇게 해야 합니다. 저 역시도 그랬습니다. 그래서 남들이 보면 정말 하잘것없는 일에도 열심히 임하려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 덕분에 저도 모르게 여러 가지 배움을 얻었고 전혀 다른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게 되었습니다.
제 경력 초기에는 영어, 기획, 영업, 경영, 비즈니스 아이템 발굴 등의 재능을 발휘했지만 지금은 코칭, 상담, 강연, 글쓰기 등의 분야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경력 초기와는 전혀 다른 분야에서 전혀 다른 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즉, 지금 현재 주어진 과제에 충실한 것이 좋습니다. 현재 일을 조금 더 깊이 파고들면서 필요로 하는 정보와 지식을 취득하고 상황에 따라 하나씩 범위를 넓혀나간다면 충분히 원하는 것들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현재 주어진 과제에 충실하시면 지금과는 다른 언론인도 될 수 있고, 사회봉사도 가능할 겁니다.
저도 중압감을 벗어나고 싶을 때가 많지만 때로는 그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입니다.
저도 힘낼 테니 같이 힘내요^^
감사합니다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
따뜻한 카리스마, 정철상dream^^*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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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저서: <서른 번 직업을 바꿔야만 했던 남자>, <심리학이 청춘에게 묻다>, <가슴 뛰는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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