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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 청춘에게 묻다

스토킹 하는 사람들의 심리, 집착이 불러온 경계성 성격장애

by 따뜻한카리스마 2011. 7. 21.

혹시 스토킹을 당하거나 해본 적이 있는가? 요즘 같은 세상에서 스토킹은 연예인들만 겪는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나는 스토킹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고, 그 비슷한 경험이 있어도 “단지 열정적으로 사랑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젊은 날 내 곁을 떠난 이성에게 집요하게 매달렸던 기억들이 있다. 집 앞에서 몇 시간씩 기다리다가 타박을 받고도 계속해서 쫓아다니기도 했다. 사실 좋아하는 사람을 따라다니려는 이런 행동들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스토킹은 확연히 다르다. 스토커들의 행동은 일반인의 상상을 훌쩍 뛰어넘는다. 그들은 자신이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또한 그것을 견디지 못한다. 그러다가 헤어지게 되면 그때부터 상대에게 더 적극적으로 애정 표현을 하며 매달린다.


상대가 떠나려는 건 자신이 좀 더 진지하게 애정을 표현하지 않아서라고 생각해서다. 그들은 “내가 더 잘할게. 내가 잘못했어. 다시 한 번만 생각해보자. 난 너 없인 못 살아. 너도 나를 사랑하잖아.”라고 말하며 매달린다. 하지만 그럴수록 상대는 더 질려버린다.


어떤 이들은 매달리는 상대가 불쌍해서 받아주기도 하는데, 그럴수록 스토커와의 관계는 악화된다. 스토커들은 아무나 스토킹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관심을 보여준 사람을 표적으로 삼는다. 즉 이런 유형의 사람들에게는 결코 오해를 살 만한 감정을 전달해서는 안 된다. 냉정할지라도 단호하게 분명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그를 더 크게 상처 입혀서 무서운 결과가 벌어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연예인 스토킹은 어떨까? 스토커들은 대상 연예인을 자신의 실제 친구나 연인으로 상상한다. 그래서 좋아하는 연예인에게 애인이 생기면 질투심을 불태운다. 현실과 상상을 구분하지 못하고, 자신이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배신감마저 느낀다.


실제로 연예인의 사생활을 염탐하며 일거수일투족을 소속사에게 신고하는 팬클럽 회원들이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른 적도 있지 않은가. 이는 해당 연예인에 대한 사랑이 지나쳐 스토킹 수준으로 올라선 경우다.


그렇다면 ‘스토킹을 하는 사람들은 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그들은 왜 스토킹을 하는 것일까? 대체 뭐 때문에 자청해서 사랑의 열정과 왜곡된 사랑 사이의 경계선에서 힘겨운 줄타기를 하는 걸까?’ 지금부터 그들의 심리와 행동 패턴을 알아보자.


● 충분한 사랑을 받고 자라지 못한 경우

스토커들 중에 많은 수는 어릴 때부터 충분히 사랑받지 못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성인이 되어서도 그 내면에는 미성숙한 어린아이가 살고 있다. 이들은 언제든 사람들로부터 버림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그래서 사람으로부터 상처받는 것을 극히 두려워한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사귀는 사람의 미니홈피나 인터넷 홈페이지를 수시로 들락대며 상대가 쓴 글과 글에 달린 댓글까지 일일이 확인한다. 결혼 후에도 상대를 의심해서 핸드폰의 문자와 통화 내역을 수시로 확인하려 든다. 그러고 나서도 의심을 풀지 않아 상대를 곤혹스럽게 만든다.


물론 사랑하는 연인 사이에 단지 궁금해서 이런 종류의 개인정보를 뒤적일 수는 있다. 하지만 스토커들은 지나치게 집요해서 거의 병적인 수준이다. 한 번 보고 나면 더 궁금해 하고 계속해서 추적하며, 이를 엉뚱한 상상으로까지 확대해석한다.


그런데도 놀라운 것은 이들은 자기가 스토킹을 하고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관심이 많은 것일 뿐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러나 당하는 사람들은 고통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 고도화된 현대의 사회적 환경

고도로 발달된 사회일수록 직접 대면하고 대화할 수 있는 기회는 줄어든다. 기계나 디지털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니 소통에서는 인간적 따뜻함이 서서히 배제되게 마련이다.


이처럼 인간의 감정을 대하기 어려운 시대에는 더욱 고립감과 소외감이 만연하게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많은 이들이 특정한 대상에게 매달리게 되는데, 심해지면 즉각적으로 대화를 원하고, 더 잦은 만남을 원하고, 더 깊은 사랑을 갈구하게 됨으로써 상대를 구속하게 된다.


필자에게 상담을 요했던 K양의 실화다. 그녀는 결혼을 앞둔 언니의 남편 될 남자가 의심스러워서 여러 가지를 알아보던 중에, 형부 될 사람의 말 대부분이 거짓임을 알게 되었다. K양은 이 사실을 언니에게 알렸고, 사태를 파악한 언니도 파혼을 선언했다.


그런데 그때부터 이 남자가 언니의 집과 회사를 오가며 스토킹이 시작됐다. 하루는 회사 앞에서 언니의 동료들이 있는데도 납치하다시피 언니를 차에 태워 으슥한 곳으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는 농약 병을 내밀며 너 죽고 나 죽자 식으로 협박을 했다. “너 먼저 먹어라. 너 죽는 것 확인하고 나도 따라죽겠다”며 위협하는 것이다.


남자가 회사에 사표까지 쓰고 언니만 쫓아다니자 너무 힘들어진 K양의 언니는 ‘잠시 이 사람의 마음을 받아줬다가 나중에 정신이 돌아오면 그때 헤어질까?’하고 고민다고 한다.


하지만 회사까지 그만두고 쫓아다니는 데다 농약 병까지 들이밀 정도라면 이것은 사랑의 도를 넘은 스토킹이다. 이런 사람을 다시 받아준다는 것은 위험한 결정이다.


정신의학에서는 이런 사람들의 정신 상태를 ‘경계성 성격장애(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라고 규정짓는다. 여기서 ‘경계’라는 말을 쓰는 건, 그의 성격이 신경증적 증상과 정신증적 증상을 복합적으로 나타내거나, 신경증과 정신병의 양쪽 경계선에서 심각한 문제를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경계성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은 정체성이 없다는 게 특징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왜 이렇게 과도하게 반응하는지 자신도 종잡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감정 기복이 크고 이것이 극명하게 외부로 표출된다.


나아가 사랑에서도 직업에서도 하나를 꾸준히 유지하지 못하니 삶에 변동이 많다. 하루에도 천국과 지옥을 몇 번이나 오간다. 자신을 통제하지 못해 어쩔 줄 몰라 하며 좌절에 빠진다. 또한 예측이 불가능한 돌발 행동으로 주위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이런 이들일수록 외로움과 고립감을 더 많이 느낀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자신과 코드가 맞는 사람들에게 의존하려 들고, 상대가 조금이라도 자신을 싫어하는 기색을 보이면 견디지 못한다.


만일 자신에게 지극 정성을 보이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극명하게 적개심을 표한다면, 경계성 성격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런 현상이 심해지면 누군가를 향한 스토킹 현상이 발생한다. 이는 ‘사랑’이라는 미명하에 시작해 끝내 ‘증오’로 끝나게 될 불행이다.


직장에서 사표까지 쓰고 극단적으로 매달리는 옛 연인을 불쌍하다고 받아줘서는 안 된다.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와 주변 사람들까지 힘들게 할 수 있다. 지금 당장은 연민의 정이 느껴지더라도 좀 더 매몰차게 관계를 끊어줘야 하다.


대개 이성에 대한 그리움이 많은 젊은 시절에 이런 스토킹 성향이 두드러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적절하게 통제하지 못하면 나중에는 큰 대가를 치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병적 현상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도 천천히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을 필요가 있다. 자기 삶의 의미를 올바르게 규정하고 자신을 들여다보며 조각난 부분을 퍼즐처럼 맞춰가야 한다. 정체성이 없는 사람들은 자기 삶이 상대나 주위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상대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온전한 삶이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극단적인 틀을 깨는 것이 중요하다.


내 삶의 행복은 주위 환경이나 다른 사람에게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나 자신만이 나의 행복을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도 높은 자존감이 필요하다. 스스로에게 작은 용기를 자주 북돋아줘야 한다.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부터 사랑하는 연습을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싫다고 하는 사람을

뭐 하러 따라다니는가?

우리가 따라가야 할 대상은

나 싫다는 그가 아니라,

내 관심의 손길을 기다리는

내면의 나다.

*이 글은 이충헌 기자의 『성격의 비밀』과 조성호 교수의 『경계선 성격장애』를 참조해 제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가 다듬고 다듬어  도서『심리학이 청춘에게 묻다』에 올렸던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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