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우연히 웹검색을 하다가 저와 비슷한 고민을 가진 분들이 상담한 내용을 보게 되어 저도 이렇게 상담을 신청해봅니다. 저는 000대 철학과를 올해 졸업하는 학생입니다. 학교를 조금 늦게 들어가서 이제 나이는 26살이구요.
어릴 적부터 꿈이 선생님이 되는 것이라 사범대를 가고 싶었으나, 차선책으로 철학과에 입학하였고 대신 교직이수와 복수전공을 통해 윤리교사 자격증을 얻었습니다. 대학생활 동안 임용고시만을 바라보았기 때문에 취업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임용고시만을 준비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2010년 본격적으로 고시에 매진하였으나, 전국 15명을 선발하는 티오 인원에 경쟁률은 100:1이 넘어가면서 저는 불합격의 아픔을 맛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2,3학년일 때에는 50~100명 정도 선발하고 경쟁률이 40:1 정도였기에 열심히만 한다면 그래도 2년 안에는 합격할 수 있을꺼라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티오가 줄어든 이상, 최고의 실력과 운을 겸비해도 합격할까 말까한 이 시험에 점점 자신이 없어집니다.
집에서는 올 한 해 더 공부해보라고 하시지만, 집안 형편도 넉넉하지 않아 과외로 학생들을 가르치며 제 용돈과 학자금대출, 고시에 들어가는 비용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일주일 내내 과외로 시간을 거의 다 빼앗기고 공부할 시간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편입니다. 다른 고시생들은 하루 10시간씩 적어도 5일을 공부한다고 하는데, 저는 자투리 시간을 쪼개어 봐도 너무나 부족함을 제 스스로가 느낍니다.
특히 작년보다 티오가 더 줄어들꺼라 예상되는 2011년이기에, 더 열심히 해도 모자랄 판에 이렇게 시간을 내지 못하고 있으니 불안감은 더 커져갑니다. 같이 공부하는 임용 준비생들조차도 이 시험은 미래가 없는 시험이라며 거의 그만두는 분위기입니다. 교육과정이 바뀌면서 윤리/도덕은 설 자리를 잃게 되었고 티오가 0이면 0이지 전국 10명 이상으로 늘어나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합니다. 이 시점에서 제가 오히려 더 마음을 다잡고 임용에 도전해야 할지, 아니면 빨리 마음을 접고 다른 길을 알아봐야할지 정하는 것이 너무 어렵습니다.
취업을 위한 스펙은 쌓아놓은 것도 없고, 취업은 제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기에 생각이 없지만 만약 임용을 그만둔다면, 적성을 고려하거나 현실적으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교육행정 계열은 임용과 마찬가지로 한 해 10명 정도 뽑는다니 이것도 막막하고, 일반직은 제가 아예 접해보지 않은 경제와 행정학 등을 해내야합니다.
대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2년 정도가 걸린다고 하는데 - 장담할 수 없는 임용에 시간을 투자하느냐, 아님 그래도 2년-3년이면 합격할 수 있을 것 같은 공무원에 도전하느냐 고민이 많이 됩니다. (공무원에 도전한다 해도 앞에서 말한 집안 사정으로 과외를 그만둘 수 없고, 또 공부시간이 무척 부족하겠지요)
이런 고민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어 이렇게 염치불구하고 상담메일을 보냅니다. 대신 선택해주지 않으시리라는 것은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제가 어떠한 마음가짐을 가져야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을지 ... 이런 말씀을 듣고자 이렇게 장문의 메일을 보냅니다.
저도 지금의 이 고민을 잘 헤쳐 나가 후에 철상님처럼 다른 사람을 위해 무언가라도 베풀 수 있는 그러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답변:
마지막에 철상님이라는 말에 당혹스러웠습니다-_-;;ㅋ 한국 구글의 지사장으로 부임한 이원진 사장이 한 직원이 ‘원진님 취임을 축하합니다’라는 e메일을 직원들이 보내와서 너무 당혹스러웠다는 이야기가 떠오르더군요. 하지만 이사장은 이제 구글 문화에 적응되었다고 하는데요. 저는 아직도 그런 호칭은 적응이 안 되는군요-_-;; 저도 어쩔 수 없는 대한민국 중년남자인가봅니다ㅠㅠ
사실 비즈니스에서 가장 기본적인 예법 중에 하나가 이런 호칭입니다. 그 다음이 인사와 태도, 보고서 작성, 말하기와 토론 능력이 등이 기본 능력으로 추가 되겠죠. 물론 실적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직장을 다니려면 이러한 아주 소소한 기본 중에 기본들도 중요합니다. 때로 배워야 합니다. 시시콜콜하고 잡스러운 것들도 있죠. 하지만 살아가면서 아주 중요한 경험들도 배울 수 있습니다. 만일 임용고시나 공무원시험이 되지 않는다면 프로 직장인이 되기 위한 공부들도 해야 되겠죠. 그래서 별 것 아닌 것 같은 말을 먼저 꺼내봤습니다.
그런데 아주 미안하고 가슴 아프지만 현재 상태, 그러니까 과외공부로 계속 매달려야 하는 상황으로 공부해서는 임용고시도 공무원 시험도 쉽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방법은 지금처럼 과외를 지속하되 준비기간을 3,4년 정도로 더 늘리는 방법이 있겠죠. 수익을 어느 정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으나 다만 합격하기가 용이치 않다는 점, 향후 경력에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는 점이 불리한 면이 되겠죠. 결국 안 되었을 경우에는 다른 경력으로 전환하기가 어려운 연령 리스크가 가장 큰 문제겠죠.
하나는 1년 정도 과외를 그만두고 집중적으로 1년 정도 임용고시에 집중적으로 매달려 공부해보는 거죠. 시간이 짧은 만큼 더 절박하게 매달릴 수 있습니다. 돈은 부모님이든 친지든 주변 도움을 얻거나 대출을 끌어안아서라도 지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안 되었을 경우에는 비용 리스크가 발생하겠죠. 그 정도 비용은 나중에 벌어서라도 충분히 갚을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생각해야 될 것은 내가 선생님을 원했는데 그 직업이 나에게 맞는지, 해당 직업에 어려움은 무엇인지, 내가 잘 해낼 수 있을지 등의 정보도 알아봐야 합니다. 그러니까 주변에 선생님들을 찾아다니며 꼼꼼하게 물어봐야 합니다. 한두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을 통해서 냉정하게 물어봐야 합니다.
그런 다음 ‘나 자신이 인생에서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탐색해봐야 합니다. 이 대답을 찾지 못한다면 임용에 합격하더라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결국 그런 진지한 물음 없이는 공무원에 합격하더라도 공무원에 일에 만족하지 못하고 살아갈 가능성이 큽니다.
만일 선생님이 되는 것이 진짜 꿈이라면 임용고시를 통한 선생님이 아니어도 충분히 다양한 경로의 길이 있습니다. 저 역시도 그런 선생님 중에 한 사람이고요. 다른 어떤 선생님보다 막강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힘을 실제로 발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왜 직장생활에 대해서 그토록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세상에 일을 선생님과 공무원으로 한정적으로 제한된 사고를 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왜 그렇게 스스로를 제한된 세계에 가둬두려고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세상은 지금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더 넓고 할 일은 많습니다. 선생님이나 공무원 보다 재미있고 유익한 일이 훨씬 더 많습니다. 좀 더 개방된 사고로 모든 것들의 기회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경험에 도전하려고만 한다면 훨씬 인생을 더 즐겁고 생동감 있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어떤 일이든 부닥치며 도전하시며 살아가시길 희망합니다. 참, 000대학교에는 제가 취업 특강으로도 몇 번 나갔던 곳인데요. 바쁘더라도 그런 실용교과목도 들으면서 살아가는 방법도 배워보면 좋겠습니다. 학교 이외의 교육이나 세미나에도 귀 기울여보세요.
지금 당장은 어려워 보이겠지만 조금만 더 크게 인생을 본다면 어떤 일이든 헤쳐 나갈 수 있습니다. 자신감을 가지고 매순간 전력을 다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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