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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상담 Q&A

박사학위만 받으면 성공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

by 따뜻한카리스마 2011. 5. 17.

부제: ‘대학 강사의 암울한 자화상’에 대해 현직 교수가 보내온 질문, 박사학위 소지자의 진로 방향?

인터넷 검색 중 우연히 정철상 교수님의 블로그를 알게 되었습니다.

“백만 원도 못 받는 대학 강사의 우울한 자화상(http://careernote.co.kr/389)”이란 글을 읽고 문득 정교수님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 뜬금없이 이메일을 보냅니다. 저는 수도권 소재의 모대학교에서 신학을 가르치고 있는 현직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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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시간강사 또는 비정년 트랙의 교수로 강의를 하시는 분들의 어려움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제 경우는 영국에서 학위를 마치고 1년 동안 연구교수로 있다가 귀국해서 한 학기 만에 전임교수가 되었지만, 주위를 살펴보면 실력이 뛰어나고 장래성이 있는 신진학자들이 학위를 마치고 7년이 넘도록 시간강사나 비정년 트랙의 교수로 가르치시는 분들이 많기에 항상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박사 학위자가 대학 외에도 충분히 자신의 능력을 키울 대안이 많고, 학문적 책만 들여다 볼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생존기술도 배우고 제한된 진로의 사고 폭을 넓혀갈 필요가 있다는 정교수님의 견해에 저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러나 이공계는 잘 모르겠지만,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30대 중반에서 40대의 인문학 분야 박사학위자들이 그 동안 배운 학문과 능력을 가지고 다른 진로를 개척하려고 했을 때 다양한 기회가 주어질 수 있는지는 솔직히 의문입니다. 다른 인문사회과학 분야는 잘 모르겠고 신학분야의 박사학위자는 대부분 목사이기 때문에 학교에서 강의 하면서 교회의 담임목사로, 부목사로 일할 수 있는(일해야 하는) 기회도 있지만, 대부분의 인문학 박사의 경우 학교에 남지 못했을 경우 새로운 직장을 구하거나 경험을 쌓으면서 새로운 진로를 개척한다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듯합니다.


나이에 따른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분야, 예를 들어 학원이나 1인 기업 같은 제한된 선택을 제외하면 정교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 사회에서 새로운 진로를 개척하기 위해 필요한 경험도 쌓고 훈련을 받을 수 있는 대안이 과연 많은지요? 아마도 제가 우물 안 개구리처럼 학교와 교회라는 제한된 사회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거나, 귀국한지 얼마 되지 않아 한국사회를 잘 이해하지 못해서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정교수님이 쓰신 글이나 책 중에 혹시 도움이 될 만한 글이 있는지요?


여러 학교에서 강의를 하다 보면 제가 북미와 유럽권에서 공부를 했기 때문에 학생들이 박사과정 진학이나 유학에 대해 조언을 구합니다. 아주 우수한 학생들에게는 유학을 가서 깊고 넓은 학문의 세계에서 자신의 뜻을 마음껏 펼쳐보라고 권하고 싶은 것이 교수의 마음이지만, 실제로 제가 해줄 수 있는 조언은 웬만하면 다른 길을 택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한국에서 학문을 하는 것, 특히 인문학을 하는 것에 대해 제 자신도 가끔은 회의가 들기 때문입니다. 학생이 명문대 출신이거나 넉넉한 가정형편이 아니라면, 소위 말하는 평생 밥벌이도 제대로 하기 힘든 학문을 하기 위해 오랜 기간 고된 과정을 거치고 귀국한 후에도 어려움을 겪게 될까 걱정이 앞서기 때문입니다. 제가 영국에서 박사학위를 마칠 수 있었던 것은 비인기학과임에도 불구하고 학비와 생활비와 연구비까지 지원할 수 있는 훌륭한 장학제도 덕분이었습니다.


그러나 귀국 후에 제가 경험한 국내 인문학의 현실은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미래가 밝지 않습니다. 학교 외에는 학자들이 연구할 수 있는 연구소 등의 인프라가 많이 부족합니다. 어지간한 명문대 유학이 아니라면 인문학 분야에서 박사과정 진학은 졸업 후에 정규직 취직을 포기하겠다는 말과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우리 사회에 인문학 박사학위자들이 학교에 교수로 남지 않아도 대안으로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다양하게 열려있다면 자신 있게 유학이나 대학원 진학을 권하겠지만, 제가 학문의 길을 권한 학생이 훗날 비정규직 교수의 고달픈 삶과 가슴 아픈 자살과 같은 삶의 끝자락에 서게 될까 두려운 마음이 듭니다.


저는 학기 중에는 시간이 많진 않지만 여유가 되는 대로 경영과 경제학에 관심을 갖고 책을 읽어보고 있습니다. 1인 창조기업에 대한 관심도 많아서 책을 찾아보곤 하는데 학제간 연구는 아니고 (^^) 앞으로 후학들의 다양한 진로에 도움이 되고 싶어서 다른 분야에서 아이디어도 찾고, 경영 마인드도 배우기 위함입니다.


개인적으로 제 전공분야의 박사학위자들이 박물관의 큐레이터나 이스라엘 관광청, 이스라엘문화원 등 관련 분야에서 성공적으로 커리어 전환도 하고 전공지식을 활용하시는 분들을 보면서 앞으로 그런 기회가 좀더 많이 있어야 하고 먼저 학위를 마친 사람들이 후학들에게 다양한 길을 열어주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학회에 가보면 신진학자들이 학위를 마치고 처음에는 몇 번 나오지만 결국 학교에 자리를 잡지 못한 분들은 지속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안 되서 학회를 멀리 하시는 안타까운 경우를 많이 봅니다. 결국 학문 후속세대의 양성이 요원해지는 것이지요.


제 나이가 30대 후반인데 친구들, 대학 동기들을 만나보면 자녀교육이라든지 대체로 비슷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지만, 짧아진 정년에 대한 불안감과 함께 이직, 퇴직, 창업 등 제 2의 인생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합니다. 교수들은 학계에서 인정받고, 더 좋은 여건의 학교로 옮겨서 좀더 안정적으로 강의와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고 애씁니다.


물론 요즘은 학교를 옮긴다는 것이 쉽지 않아서 서서히 연구보다는 자리 지키기를 위해 학교 정치에 관심을 갖는 분들도 있고요. 생각해보면 다들 살아가는 모습은 조금씩 다르지만 고민들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뭔가 새로운 일을 준비한다는 것, 안정된 일이든 불안정한 일이든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한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고 또 뜻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정교수님은 대학에서 강의를 하시는 분이시니, 대학의 비정규직 교수님들에게 어떤 진로상담을 해주실 수 있는지 새로운 글이 기대가 됩니다. ^^

 

000 드림



답변:

진솔한 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로서도 참 쉽지 않은 일이라 무어라 말하기 참 어렵군요. 그러다보니 메일 글을 보고도 미루다가 깜빡하고 답장이 늦어진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어쩌면 대다수의 박사학위 소지자들은 대학에서 강의를 한다는 하나의 일념으로 달려왔기에 대학 이외의 사회 물정에 대해서 너무 모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제 이야기가 철부지 없는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인 입장으로 이야기를 기술해볼까 합니다. 그래도 후학도를 가르치시는데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다면 상당히 지적성숙도가 높다고 봐야하는데요. 그렇지만 진로성숙도는 아주 낮은 상태인 경우가 많습니다. 기본에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자신의 흥미와 적성, 성격, 재능과 꿈과 비전, 가치관 등에 따라서 다양한 일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냥 무작정 일방향으로만 달려온 분들이 많죠. 특히 학업적 성취도가 높을수록 더 그럴 수가 있죠. 다양한 경로가 있다고 봅니다.


일단 조직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각종 단체나 연구소나 국가기관도 되겠죠. 물론 기업도 됩니다. 다만 박사학위만 가지고 있어서는 안 될 것이고,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비즈니스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되겠죠. 아니라면 기업의 채용공고에 지원하는 지원자 입장이 아니라 아웃사이더라도 기업에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제안할 수도 있겠죠. 소속직원이나 프리랜서직으로 운영하는 방식이 되겠죠.


아무래도 박사학위자라면 다들 대학 정교수로 일하고 싶어 할 것 같은데요. 그렇게 일할 기회를 노려보는 것도 좋죠. 그러기 위해서 대학에 적을 두긴 하되 좀 더 프리하게 일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에서 요구하는 학문 뿐 아니라 사회에서 요구하는 학문도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해서 돈을 벌 수 있을지, 어떻게 해서 가치 있게 살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행복할지, 어떻게 해냐 개인이나 조직이 더 나아질지, 우리 사회가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어떻게 하면 내가 가진 지식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 등을 고민해봐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고전과 현대, 신학과 철학과 인문학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할 필요가 있겠죠.


부지런히 학교 밖의 외부 사람들을 만나야 합니다. 학교 안에 갇혀서만은 지식을 융화해나갈 수 없습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모임에서 활동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노려야 합니다. 만나다보면 전혀 다른 제3의 기회들을 만나게 됩니다.


저는 신학이든 철학이든 인문학이든 각자가 가지고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자신만의 색깔을 입힌다면 분명히 스스로 자기 삶의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딱딱하고 보수적인 논문만 쓸 것이 아니라 읽기 쉽고 대중들에게도 유용한 실용서를 집필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또한 대다수 대학에서 가르치는 박사학위 소지자들은 외부강의를 잘 듣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가장 강의하기 힘든 집단 중에 한 집단이 대학교수라는 말도 있습니다. 실제로 아는 것이 많다보니 웬만한 강사들의 이야기에는 귀도 귀 기울이지 않으려고 하죠. 하지만 저는 오히려 대학이외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3시간짜리 특강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인데요. 좀 더 장기적인 교육과정을 들으면서 그 사람들의 지혜를 자신에게 적용했으면 좋겠습니다. 박사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억대 이상의 비용을 쓰시는 분들이 수백만 원의 교육비도 투자하지 않으시려고 하니 뒤늦게 자멸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저도 지금 계속해서 장기교육과정에 대해서 고민 중에 있는데요. 제가 가진 지식을 나눠드림으로서 자신의 지식을 가지고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교육과정을 운영해볼까 생각 중입니다. 현재는 4,5개월 교육기간으로 ‘인재개발 연구원 과정’으로 생각 중에 있는데요. 기회가 된다면 후학도들을 그런 교육과정에 추천해주시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됩니다.


후배들을 위한 따뜻한 마음에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ㅋ

따뜻한 카리스마, 정철상dream^^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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