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선생님 책 독자 중 한 학생입니다~
워낙 상담을 많이 해주셔서 제 이메일 받으실지 모르겠네요~ 늦게라도 답해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저는 21살이구요. 경기권 대학의 대학교 1학년입니다. 처음 학교 들어올 때 사실 점수에 맞춰 들어왔었어요, 정말 솔직히 말하자면 솔직히 원하던 학교도 아니고, 원하던 과도 아니었어요. 하지만 편견을 갖고 방어적이면 뭘 하든 안 된다 싶어서 1년은 다른 불평 없이 학교 잘 다녀보고 경험해보자 해서 지금 다니고 있어요.
처음 들어올 때 다른 생각 갖지 말고 학교 잘 다녀보고 1학년 끝날 때 맘을 정해서 그 다음 일을 진행해 보자하고 약속했거든요 그래서 1학년이 끝나갈 때 쯤 여러 고민이 생겨 이메일을 보내게 됐습니다.
사실 대학교를 재수해서 들어왔는데요, 제 과가 생명과학과예요. 초등학교 때부터 고1때 까지 전 정말 온통 문과 아이라고 생각했었어요. 사실 제 경향으로나, 객관적인 성적이나 호감도나 문과를 잘 했어요. 근데 고등학교 1학년 말 때 제가 갑자기 의사가 너무 하고 싶어져서 이과를 가겠다고 맘먹었어요.
과학을 싫어하고 수학도 그닥 잘 하는 건 아니지만 그땐 하면 되겠지 하고 이과로 갔거든요. 그래서 쭉 고3때 까지 갔었는데, 성향도 안 맞았고, 공부도 잘 못하니까 더디고 그래서 성적 안 나오고 공부 안하고 해서 점수가 많이 안 나왔었어요. 그래서 재수를 하게 되었는데 계속 하다가 여름방학 때 쯤 문과로 너무 돌리고 싶은 거예요.
사실 의사 하나 되겠다고 왔지만, 성적이 안 나오니까 의대는 못 갈 것 같고, 다른 과는 가기가 싫고, 좋아하는 사회나 점수 잘나오는 문과 쪽으로 해서 좀 더 높은 학교 가고 싶고, ... 여튼 생각이 많았었어요. 사실 의사가 그렇게 하고 싶었으면 다른 과 갔어도 길은 많았겠지만 그땐 그냥 점수가 안 나오니까 멍 하더라구요.
여튼 시험보고 점수 맞춰서 학교를 가게 됐어요. 다 마음에 안 들고 다니기 싫었지만, 어짜피 가기로 한 거 불만만 하고 있으면 이것도 저것도 안 될 것 같아서 걱정 없이 학교생활만 열심히 해보자 해서 지금 까지 오게 됐어요. 성적은 전공 과탐 빼곤 잘 하고 있구요, 동기들과도 잘 지내요.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지만, 아무 생각 없이 계속 지내다간 3학년이나 4학년 때 더 조급해지고 힘들어질까봐 지금 맘을 정하려고 해요.
사실 전 초등학교 때부터 유학을 너무 가고 싶었어요. 동경도 있었겠지만 외국에서 너무나 공부해 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고등학교 때는 대학을 아예 외국으로 갈까 생각도 했어요.
그래서 대학 들어올 때는 1학년을 마치고 1년이나 2년 공부해서 아예 외국 대학으로 입학하려고 생각했었어요, 근데 여러 조언과 말을 나눠보니까 꼭 그럴 필요가 있냐고 하네요, 현실적으로 돈이 많이 들고, 만약 네가 하고 싶은 것을 뚜렷이 정하지 않으면 지금 다니는 대학과 똑같이 될 거고, 한국에서 일 할 거면, 인맥, 학연 여러 가지 생각해서 어차피 돌아와야 한다구요.
또 꼭 해외를 나가고 싶으면 입학하는 것 보다 학교 교환학생이나 유학원을 통해서 가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겠냐고... 생각해 보면 정말 맞는 말 같아요.
어떻게 생각하면 내가 해외학교를 정말 다니고 싶어 하지만, 지금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특히 학교에 만족하지 못해서 회피하고, 대리책을 찾은 게 아닐까... 하고 생각이 들어요.
1학년 끝나고 해외 나갈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또 막상 그렇게 생각하니까, 다시 생각들이 뒤엉켜 버렸어요. 그래서 이것저것 정리하고 고민하다 보니까 가장 중요한건 내가 좋아하는 걸 찾는 게 가장 맞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내가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걸 찾아서 거기에 포커스를 두고 다른 걸 정해야겠다... 근데 선생님.. 지금 저는 뭘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지 정말 모르겠어요.
옛날에는 뚜렷하고 자신감이 있었고, 정해졌는데 요즘에는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도 모르겠어요... 어떻게 찾아가야 될까요?
근데 요즘 드는 생각이 우리나라 대학은 들어갈 때부터 과가 정해져 있잖아요, 그래서 처음부터 그 과로 어떻게 사회에 나갈까 공부하고... 물론 교양도 있겠지만, 해외에선 이것저것 과를 정하지 않고 한다는 게 정말 부러워요. 사실 제가 과학을 잘 모르고 싫어하는데 요번 시험기간 준비하면서 공부해 보니까 습득하는 시간은 느려도, 신기하고 좀 재미는 있더라구요.. 그래서 내가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서 재미를 못 느꼈나? 여기에 내가 소질이 있나? 고민도 되고... 하고 싶기도 하고, 근데 역사나 문학도 보면 재밌고, 이해가 빨리 빨리 되고....
제가 정말 묻고 싶은 건 다들 그러잖아요. 네가 하고 싶은걸 찾으려면 경험을 많이 하고 이것저것 해봐서 알아봐라고....
뭘 해보라는 거죠? 적성검사? 이것저것 행사 참여하기? 상담 받아보기? 어떻게 해야 제가 잘하고 재미있어하는걸 찾을 수 있을까요?
요즘 방향을 못 잡겠어요.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생각도 많고 고민도 많고, 쉽게 행동을 못 옮기겠어요... 뭐가 문제이고 뭘 해야 할까요? 그리고 제가 계획했던 1년 공부해서 해외 대학 입학하는 건 정말 안 좋을까요?
이것저것 두서없이 썼는데 잘 알아 들으셨나 모르겠어요...
부디 잘 읽고 답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럼.
답변:
제가 답변이 늦는 경우는 있어도 어떤 형태로든 답변은 다 드린답니다. 게다가 제 책까지 읽으신 독자라고 하시는데^^;;;ㅎ
문의하신 내용은 의외로 참 복잡한 문제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사람들이 그런 비슷한 상황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죠.
정답이 없다는 것에 그 딜레마가 있는데요. 저는 그냥 조금은 단순명료하게 떠오르는 생각들을 직관적으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읽어보시고 고민 좀 해보시고 잘 판단해서 대처해나가시길 바랍니다.
지금의 저 같다면 해외 대학 입학 준비를 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제가 대학 1학년 이었을 때는 집안도 가난했고 그럴 형편이 못돼서 대학을 졸업하는 것이 목표였고, 전공을 못하긴 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만족해서 다소 다른 상황이라고 봐야겠는데요.
제가 추천 드린 것과 달리 만일 제가 비슷한 상황이었다고 한다면 저는 어쩔 수 없이 계속 다니지 않았을까도 싶습니다. 안 좋게 보면 용기가 없어서 그럴 수도 있고, 여러 가지 복잡 미묘한 이유가 있겠는데요. 경우에 따라 어떤 일이든 견뎌야 되는 경우가 참 많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한 사람에게서 전혀 다른 상반된 의견이 나올 수 있으니 우리 인생의 딜레마의 연속이죠. 그래서 이 두 가지의 서로 상반된 의견을 중심으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1. 해외 대학 간다
해외 대학을 다닌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로 전공이 정해져야 합니다. 따라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전공을 선택해야 할 것인지 선택을 해야 합니다. 경우에 따라 그곳에서 조차 내가 원했던 전공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면 더 큰 갈등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더불어 해외에 있는 대학에 가고 싶다고 그냥 쉬이 갈 수 있는 곳이 아니겠죠. 무엇보다 경제적 형편이 우선 해결되어야겠죠. 집안에서 지원하는 것으로 해결되는지, 아니면 나만의 경제력으로 해결이 가능한지가 알아봐야겠죠. 경우에 따라 학비 마련을 위해 한국에서나 해외에서 일을 해야 될 수도 있겠죠.
이 부분에 대해서는 부모님과 진지한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습니다. 대다수 학생들이 경제적 여력이 없기 때문이죠. 부모님 형편이 넉넉하다고 생각 들면 우겨서라도 나가볼만 합니다. 그런데 형편도 안 되는데 우기면 지나친 욕심이 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외국어가 되어야 하는데요. 안 되면 참 고생일 수가 있어요. 공부한 만큼 얻어올 수가 없죠. 최소 3개월에서 6개월가량은 영어 회화 위주로 집중해서 공부해야 합니다. 하루에 최소 10시간은 영어공부 한다는 생각을 하셔야 될 겁니다. 간다고 해서 금방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남은 시간을 멍하니 보내서는 안 될 것이며 전력을 다해서 영어공부하고,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경험을 쌓거나 경제적 충당을 할 필요도 있겠죠.
2. 그냥 국내에 머무른다
어린 시절부터 해외에서 공부하고 싶었던 만큼 국내에서 원하지도 않는 전공을 계속한다는 것은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닐 겁니다. 하지만 방법은 있죠. 교환학생, 어학연수, 해외인턴, 배낭여행, 해외봉사 등의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문제는 전공을 그대로 밀고 갈 것인지 말 것인지 인데요. 만일 그만둘 경우에는 다시 수능부터 시작할지 아니면 편입 시험으로 해결을 볼 것인지, 복수전공을 할 것인지 등에 대한 갈등이 있겠죠.
사실 제가 생명공학에 대해서는 많이 알고 있는 지식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문과와 많이 떨어진 학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따라서 아직 무엇을 해야겠다는 뚜렷한 비전이 없는 상태에서는 현재 전공을 그대로 지속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대다수의 직장일이 그렇습니다. 자신이 원했던 일이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일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못하고는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데요. 뜻한 바가 정해지지 않았을 때는 현재 자신이 맡은 일에 소임을 다하는 것이 가장 무난합니다. 단순히 일에만 매달리고 있는 상태와는 전혀 다른 상태죠. 그것은 사랑하는 연인이나 배우자와도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인생에서 내가 원하고 바라는 것’에 대해서 탐색해봐야 합니다. 자기탐색에 대해서는 여러 번 언급이 있었는데요. 아직 블로그에 올라간 상담글은 없군요. 나중에 별도로 포스팅 하겠습니다. 일단은 아래 유관한 글을 한 번 보십시오.
관련글:
아무래도 전공을 잘못 선택한 것 같아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왜 사람들은 이미 지나간 선택의 실수만을 후회하며 살아가는 것일까?
자기탐색은 평생의 과정입니다. 자기 안에 내부된 잠재된 흥미와 가치를 찾아 능력을 발휘하고 자아도 실현하고 사회에도 공헌해야겠죠. 그러려면 잠시 멈추고 생각도 해야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온몸으로 부닥치면서 도전하고 경험하면서 또 한편으로 공부해나가면서 자신에 대해 탐색해나가길 권합니다. 쉬운 작업이 아닙니다.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인데요.
책을 통해, 세미나를 통해, 사람을 통해 하나씩 자신의 숨겨진 가치를 찾아나가시길 바랍니다. 해답은 항상 멀리 있지 않다는 것, 잊지 않아야겠죠. 자신의 과거 탐색과 내면의 탐색도 아주 중요한 작업이랍니다. 그 안에 비밀을 풀 열쇠가 숨겨져 있으니까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머리로만 고민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몇 가지 대안을 가지고 글로 써보면서 비교해보는 것이랍니다.
좋은 결론 내시길 바라며, 선택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이 중요할 수 있다는 것, 잊지 마세요^^
감사합니다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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