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마카오 카지노에서의 적나라한 도박 경험담
나는 마카오로 향하면서도 마카오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가지지 않고 갔다.
그 덕분에 그렇게 볼거리가 없는 곳인지 몰랐다.
카지노 시설이 그렇게 잘 되어 있다는 것은 마카오에 도착한 이후에 알게 됐다.
아이들만 놀 수 있는 큐브라는 놀이터에 아이들을 놀리고 우리 부부는 카지노로 향했다...
5백 달러를 가지고 그 정도 잃을 생각을 하고 슬롯머신을 시작했다. 사실 뭐가 뭔지도 모른 채 우리 부부는 기계에 앉았다. 그리고 마구 눌렀다. 몇 번 시작하지 않았는데도 뭔가 큰 것이 하나 터진 것 같았다. 기계를 보니 900불 가량이었다. 만일 내가 1불 베팅이었다면 900배 잭팟이 터진 것이다.
여하튼 우리 부부는 놀랐다. 아내는 당장 그만두고 환전하자고 했다. 나는 ‘그래도 게임하러 왔는데 조금 더 하자’고 했다. 일단 본전을 마련한 상태에서 계속해서 기계를 돌렸다. 1불이 아니라 10불 배팅이었다면 9000불 우리 돈으로 130만 원가량 되는 돈을 벌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약간 흥분되었다.
나중에야 안 것이지만 900배가 아니라 80배가량의 행운이 터진 것이었다. 1불이 아니라 12달러 배팅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후에는 별 볼일 없었다. 500불로 시작했기에 별도로 500불을 세이브 한 다음에 러시안 룰렛 게임 쪽으로 향했다. 미국과 캐나다 출장에서 봤던 카지노의 룰렛 게임과 달랐다. 모두 기계적으로 변해 있어서 별로였다.
별 재미없이 하다가 300불 정도를 잃고 다른 곳으로 향했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다른 곳에서 칩을 가지고 하는 러시안 룰렛 테이블이 별도로 있었다. 우리는 다시 다른 슬롯머신 게임을 했다.
결국 200불 잃는 것으로 게임은 끝났다. 홍콩 달러가 1500원이니 대략 3만원 잃은 셈이다. 뭐, 그 정도로 즐겼으면 재밌게 논 편이라고 생각하고 우리 부부는 되돌아왔다. 그런데 카지노 규모가 장난이 아니다. 수천 명의 사람이 거의 카지노를 메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으나 사진 촬영은 금지되어 있다고 해서 아내만 찍고 말았다.
아내가 회사 행사에 참석하는 동안 혼자 카지노로 향했다. 슬롯머신을 했다. 처음에 금방 2백 불을 잃어 조금 실망스러웠다. 그런데 거의 2000배가량의 잭팟이 제대로 터졌다. 50센트 밖에 안 되는 배팅액이었음에도 불구하고 1000불 가량의 돈이 되었다. 몇 번 더 하고 곧 바로 수표로 인출했다. 이곳 수표는 인쇄된 종이라 환전소에서 돈을 바꿔야만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다.
나중에야 안 일이지만 이런 일이 그리 자주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멋도 모르고 계속하다가 쫄딱 망했다. 사실 카지노에서는 가장 저렴한 10센트, 20센트 슬롯머신에서 잭팟을 종종 터뜨려 주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나는 아내에게 자랑하려고 카지노 수표를 바꾸지 않았다. 수표로 바꾸고 기본 금액을 세이브해 놨어야 하나 자랑하려고 하다가 그러질 못했다. 결국 다시 들어간 카지노에서 모든 돈을 다 잃었다.
그냥 잃었으면 억울하지도 않을 것인데 엉뚱한 곳에서 슬롯머신을 하다가 2시간 동안에 번 돈을 불과 2,3분 사이에 모두 다 잃어버렸다.
20센트 게임을 하다가 나도 모르고 100불씩 배팅하는 슬롯머신을 몇 번이나 해버린 것이다. 다른 기계에서 한 번 해보려고 돌아다니다가 손잡이를 댕겨보고 싶은 욕심에 자리에 앉았다가 불과2,3분 사이에 모든 것을 다 털렸다.
황당하고 짜증났다. 큰 게임을 하려고 알고나했으면 억울하지도 않았을 것인데 모르고 했으니 짜증이 난 것이다.
카지노 게임을 하는 것은 좋다. 즐기는 것으로 재미도 있다. 무엇보다 터지는 재미가 있다. 다만 10센트나 20센트 게임으로 국한하는 것이 좋다. 나머지 슬롯머신 기계들은 조심해야 한다. 잘못하면 순식간에 몇 십만 원도 다 날려버릴 수 있다.
순식간에 반 토막이 나는 바람에 나는 다시 회복하기 위해 20센트 게임으로 갔으나 그것 역시 금방 날려버렸다. 그 돈만해도 손해는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금새 다 날려버렸다.
신혼여행 갔다가 5달러 들고 카지노에 나갔던 청년이 수백만 달러까지 벌었다가 모두 다 날려버린 일이 머리에 떠오른다. 밤늦게 들어온 남편에게 ‘얼마나 잃었어’ 아내가 묻자 ‘아냐, 얼마 안 잃었어. 5달러 잃었어’라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카지노에서 수천 배의 돈이 터지더라도 그것은 결코 공돈이 아니다. 완벽하게 내 돈이 되기 전에는. 그것은 카지노나 주식투자뿐만 아니라 인생을 살아갈 때도 마찬가지다. 공돈을 밝히면 결코 돈을 모으기 힘들다. 세상에 공돈은 없다.
결국 다음 날도 매달려서 모두 다 잃었다. 급기야 마누라 몰래 신용카드로 홍콩달러 1천 5백불을 뽑아 그것마저 모두 잃어버렸다. 이래저래 3십 만원 돈을 날린 셈이다. ‘이것은 그냥 게임이다’라고 생각해야지 ‘돈을 벌어야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릴 수 있다.
5센트, 10센트, 20센트 게임 정도는 즐기기에 무난하다. 그런데 나처럼 실수로 10달러 게임에 들어가면 위험하다. 베팅도 함부로 5배, 10배 눌렀다가는 금새 다 날아가 버릴 수도 있다.
차라리 여러 게임을 조금씩 재미삼아 해보는 것이 훨씬 좋다. 사실 여러 가지 게임이 있는데 규칙을 모르다보니 전혀 손을 대지 못한 것이 새삼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때 도박 안 해보면 언제 해보겠나 하는 생각으로 게임을 했다.
하지만 그렇게 잃고도 다시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으니 나처럼 정신 못 차리는 인간들 덕분에 마카오가 발전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카지노는 인간 욕망의 잠재된 탐욕을 건드리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정선 카지노도 마찬가지다. 강원도의 지역 발전을 위해서 내국인들의 출입을 허용했다. 하지만 도박 중독에 빠진 사람들을 양산하며 중독자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고 한다. 재미삼아 처음에 왔다가 배팅액이 커지고 결국 가진 돈을 다 잃는다고 한다. 그런 다음 모든 신용카드 한계를 다 지불하고, 최종에는 타고 온 차량까지 전당포에 맡기고 카지노의 앵벌이가 되어 살아간다고 한다. 유명 연예인들이 도박으로 물의를 빚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고 보니 나의 내면에도 이 탐욕스러운 욕망이 꿈틀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30만원으로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 카지노 이야기들 들려달라는 사람들 때문에 나의 치부를 그대로 공개한다. 인터넷으로 욕 먹는거야 감수할 수 있는데, 혹시나 이 글 우리 마누라가 보면 나는 죽는다-_-;;;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