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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가정,육아

신종플루에 걸린 아들이 학교에 간 사연

by 따뜻한카리스마 2009. 12. 9.

지난달에 아이가 신종플루에 걸렸다.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뉴스로만 나오는 이야기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돌이켜보면 준영이만 걸린 것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도 꽤나 홍역을 앓고 있었다.

공개를 할까 고민하다가 신종플루에 걸렸던 아이들은 어떤 심정이었을까를 전하고자 내 아이의 이야기를 전한다.


신종플루 공포가 확산되기 시작할 무렵인 시월 초에 유진이가 먼저 아팠다. 3일 동안 열이 내리지 않아서 고생을 했다. 당시 신종플루 검사(간이검사)를 받았는데 음성으로 판정 나왔다. 의사선생이 편도선에 염증이 생겨서 열이 나는 것이며 신종플루는 아니라고 말했다. 그래도 아내는 큰 병원으로 가자고 졸랐다. 하지만 나는 의사선생님의 말을 따랐고 유진이는 딱 3일을 앓고 나서야 몸이 좋아졌다.

(신종플루에 걸렸던 아이, 증상은 거의 일반적인 감기 수준에서 그쳤다. 하지만 워낙 확산되고 있는 상태라 혹시나 다른 사람에게 전염될까봐 5일 동안 꼼짝을 못했다. 덕분에 갑갑해서 집안에서 탈출을 시도했던 아이)
 

그런데 그로부터 한 달 후 준영이가 몸살기가 있어 보였다. 추워서 몸이 으슬으슬하다는 것이다. 열이 있어도 유진이 만큼 많은 것도 아니었다. 혹시나 하고 병원에서 간이검사를 받았다. 양성판정이었다. 11월에는 이미 상당수의 사람들로 확산된 상태라 즉각적으로 타미플루 처방을 해주었다.


첫날 몸에 열이 많고 일부 구토 증상도 있었다. 밤에 힘들어하더니 그 다음날 하루내 즐겁게 놀았다. 그러더니 저녁에 다시 열이 조금 올랐다.


준영이와 유진이 역시 학교와 어린이집, 학원까지 모두 나가지 않았다. 그래도 다른 영향이 있을까 걱정을 해서 아내와 나도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아무대도 나가지 않고 집안에만 있었다.


그런데 준영이는 이틀 후부터 상태가 아주 좋아졌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집안에서 마스크를 끼라고 하는데 갑갑하다고 오래 쓰질 못했다.


이 3일 동안은 아이들을 돌봐주시던 부모님도 오지 마시라고 말씀드렸다. 그렇게 5일간 타미플루를 모두 다 먹은 다음인 수요일에야 준영이는 학교를 나갈 수 있었다.


그동안 다행히 부모님이나 우리 부부나 유진이 모두 괜찮았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월요일부터 정상 출근에 들어갔다. 아이들하고 하루 종일 있는 것이 조금 힘들기는 해도 가족들이 모두 함께해서 재미가 없지는 않았다. 그런데 준영이는 우리 부부가 사라진 월요일이 너무 심심했던 모양이다.


일체 밖에 나가지 말라고 했는데 혼자 자전거 끌고 학교에 간 것이다. 마스크를 쓰고 혼자 운동장에서 자전거 타고 돌아다녔다. 아이들 쉬는 시간을 기다린 것이다. 친구들이 나오자 숨어서 친구들을 바라봤다고 한다. 친구들이 준영이를 발견하고 가까기 오자, 준영이가 친구들에게 신종플루에 걸렸으니 가까이 오지 말라고 하며 조금 거리를 두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쉬는 시간 10분이 끝나고 아이들을 교실로 들어갔다. 준영이도 같이 뛰어가고 싶었으나 신종플루로 인해 손만 흔들고 뒤로 서 돌아왔다는 것이다.


마음이 많이 아팠겠다 싶어 신종플루 걸린 느낌이 어떠냐고 물었다. 그런데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재미있었다”는 것이다. 아니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그랬더니 학교도 안 가도 되고, 학원에 안 가도 되고, 숙제도 안 해도 돼서 그렇다는 것이다. 세상에. 공부하라고 닥달하지도 않는데.

솔직하게 말하라고 했더니  “심심했다”고 한다. 또
한편으로 손을 잘 씻고 건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친구들과 어울릴 수 없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친구들이 너무 보고 싶어서 혼자 학교를 갔던 셈이다. 불과 20~30분의 외출은 그렇게 끝났다. 다음 날은 일체 나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5일 동안 그렇게 집에만 있다 보니 아래층에서 시끄럽다고 인터폰이 울렸다. 잠 좀 자자고. 밖에 나갈 수 없으니 집안에 있었던 것이 갑갑했던 아이들이 뛰어노느라 층간소음이 발생한 것이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신종플루라 아이들이 하루 종일 집에 있어서 그렇다고 말하기도 민망했다. 아내는 죄송하다고 말하고 말았다.


우리 대학에도 신종플루에 걸렸던 분이 있었다. 이 분에게 준영이 상태를 이야기를 했더니 신종플루가 아닌 것 같다고 한다. 자신은 3일 동안 고열이 떨어지지 않아 응급실에 실려 가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이 직원은 간이검사에서 음성 판정이 나왔다고 한다. 그래도 타미플루 처방을 해주겠다고 의사가 말했으나 혹시나 부작용이 우려돼서 종합병원에서 확진검사를 받았다고 한다. 거의 반나절을 기다려 검사를 받았는데, 검사 결과가 나오는데 이틀 정도 걸렸다고 한다. 초기에는 금액만 15만원에서 20만 원 정도. 확진 판정. 결국 3일 동안 실컷 다 앓고 나서 타미플루 처방을 받고 나았다는 것이다.


종합해보면 간이검사의 문제, 높은 확진검사 비용, 확진검사의 느린 결과 처리, 초기 환자들에 대한 즉각적 대응 등의 문제로 신종 플루가 확산되지 않았나 싶다. 다행히 12월 들어서는 적극적인 캠페인과 백신 치료제 등을 통해 다소 잠잠해지는 추세라고 뉴스에서 흘러나와서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진다. 부디 조속히 질병을 다스려 질병 공포로부터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다.


마스크를 쓰고 교실 창문만 바라보던 준영이의 마음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하니 아비 된 도리로서 마음이 아팠다.
 

                                         (DAUM메인 베스트 기사 인증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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