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아이들과 영화관에 갔다.
조조영화로 ‘마다카스카2’를 보려고 했다.
아침 댓바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이미 매진되었다.
‘그냥 가야 되나?, 뭘 봐야 되나?’하고 고민스러웠다.
아내가 ‘과속스캔들’을 보자고 했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과속스캔들'중에서)
내용을 모르는 나로서는 ‘스캔들’이라는 말에 성적인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만 들었을 때는 배용준과 전도연의 뜨거운 러브신이 있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라는 낯 뜨거운 영화가 떠올랐다. 그런데 초등학생들도 즐길 수 있는 영화라는 말을 외삼촌한테 전날 들었다.
초등학교 조카까지 같이 왔는데, 되돌아 갈 수도 없었다. 그래서 일단 그냥 보기로 했다. 12세 이상 관람가다. 8살 아들에게 괜찮을까 살짝 고민스럽기도 했다. 또 한편으로 만화를 좋아하는 준영이로서는 영화자체를 견디기 힘들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제 풀에 지쳐서 떨어지면 그 때 영화관을 나오려고 했다.
아, 그런데 요 녀석 영화를 잘 보는 것 아닌가.
연신 웃고 떠든다. 어린 아이의 짓궂은 연기에도 낄낄거리고, 젊은 엄마의 노래에도 감탄을 할 줄 안다.
아내와 나 역시 재밌게 보았다. 영화 소재 자체만으로 보면 너무 민망하고 황당해 아이들이 볼 수 없을 것 같다. 결말도 너무 뻔하고, 스토리 구성도 다소 허술하고, 중간 중간 어색한 장면도 많이 연출된다. 그런데도 이 허구의 이야기를 작품답게 만든 데는 주연을 맡은 3사람의 3박자 연기가 크게 한몫을 한 것 같다.
먼저 가장 이름 있는 배우 차태현의 젊은 할아버지 연기다.
아이보다 더 아이 같은 철딱서니 없는 코믹 연기가 어울린다. 누가 어린 손자에게 고스톱 속이려다가 판 뒤집는 연기를 할 수 있을까나. 어색한 면도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그의 오버 연기가 잘 어울린다.
황정남으로 불렸던 22살의 미혼모 역할을 했던 박보영의 연기도 탁월했다.
처음에는 정말 어리벙벙하고 멍해 보이는 연기 초보자처럼 보인다. 자기색깔이 전혀 없어 보였다. 그런데 그녀가 마이크를 드는 순간 완전 관객을 매료시킨다. 어딘가 모르게 뿜어 나오는 4차원의 내공이 느껴진다. 누군가는 아역배우 왕석현으로 성공했다고 말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박보영의 역할이 가장 컸다고 생각든다.
아역을 맡은 왕석현의 연기도 뛰어났다.
‘네, 황 기동입니다’라는 말을 많이 들어서 ‘황기동’이라는 이름이 떠오른다. 시종일관 촌스럽고, 어색한 아역 정도로 보였다. 그러나 고스톱 칠 때 할아버지를 살짝 비아냥거리는 미소는 압권이었다.
(아역을 맡은 황기동역의 왕석현 어린이가 젊은 할아버지를 보고 비아냥 거리는 미소 압권. 이미지 출처 과속스캔들 공식 홈페이지)
어린 아이들이 보기에 너무 심각한 주제의 이야기가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겠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봐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정도의 재미있는 가족영화였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생각없이 편하게 즐기고 오면 된다. 이럴 때까지 너무 생각하면 머리 아프다.
아직까지 보지 않으셨다면 오래간만에 마음껏 웃고 돌아오시길 바란다.
덧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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